그러나 아시아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주도의 패권 정치가 작용하며 복잡한 지형이 그려지고 있다. 때문에 한중일FTA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아시아에 대한 자본의 전략, 한중일과 한미일을 중심으로 지역 패권을 놓고 겨루는 중미 관계 그리고 북핵과 영유권 갈등이 주요한 문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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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제1차 협상을 개시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산업통상자원부] |
한국의 공세적인 ‘줄’ FTA,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미 선제적으로 FTA를 추진하며 한미FTA, 한EUFTA, 한칠레FTA를 마무리 짓고 이젠 방향을 틀어 아시아에 대한 FTA 체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한중일FTA 뿐 아니라 한중FTA를 추진 중이고, 일본, 중국과 인도 등 16개국의 광역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협정(RCEP)도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싱가포르, 한아세안, 한인도FTA가 발효됐고 한인도네시아, 한베트남FTA를 협상중이며, 협상재개를 위한 여건을 조성 중이거나 협상을 준비하고 있는 한일, 한말레이시아FTA도 진행 중이다. 정부는 아직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미국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도 완전히 배제될 수 없다.
정부는 이렇게 아시아 내 주요 통상국과 FTA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결국에는 한중일FTA와 RCEP 등 중국 중심의 지역 경제동맹 또는 TPP 등 미국 중심의 동맹이라는 중미간 쟁탈에 의해 좌우될 공산이 크다.
아시아 시장에 대한 중국과 미국 쟁탈전
미국은 TPP를 중심으로 환태평양에서의 지역 동맹 구축을 추진하는 반면 중국은 한중FTA, 한중일FTA와 역내포괄적경제협정(RCEP)으로 아시아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행사하고자 한다.
미국은 TPP에 대한 일본 참여를 위해 농업 등 주요 쟁점에 대한 양보 의사를 밝히는 한편 지난 12일 한미FTA 발효 1년에 즈음한 마란티스 미국무역대표부(USTR)부대표의 “TPP협상 한국 참여 당연한 일”이라는 입장처럼 한국을 끌어들이려 시도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인민일보 자매지인 국제금융보가 밝힌 것처럼 “한중일FTA 교섭의 배후에는 TPP의 그림자가 오랜 세월 항상 따라다녔다”며 미국 주도의 TPP를 견제하고 있다. 특히 “한중일FTA의 최대 리스크는 일본의 확실치 않은 태도”라며 “일본의 양다리 작전은 곤란하고 2개를 동시에 얻을 수 없다”며 TPP에 합류한 일본을 향해 노골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이렇게 아시아 시장을 둘러싸고 벌이는 중미일의 각축은 한중일FTA의 협상의 주요 딜레마로 작용할 전망이다.
영유권 갈등과 한반도 위기
아시아시장에 대한 중미일의 각축에는 중미 양국이 최근 1년 간 부쩍 심화된 지정학적 갈등도 작용하고 있다. 북 핵실험으로 고조된 한반도 위기를 둘러싼 중미일 간 정치역학과 영유권 갈등을 중심으로 아시아에서 벌어지는 중미일 각축이 그것이다.
중국은 일본, 베트남, 필리핀과 센카쿠열도와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갈등하고 있고 미국은 “아시아로의 회귀와 재균형 전략” 아래 일본, 베트남, 필리핀을 측면 지원하며 중국과의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은 해양 훈련을 강화하는 등 공격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일본과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맞대결을 피하지 않아 갈등은 격화되고 있다.
중국은 특히 22일 외교부 정례 기자회견에서 “중일 관계는 지금 곤란한 국면에 직면”해 있고 이는 “완전하게 일본 측이 잘못된 행위로 일방적으로 초래한 것이어, 일본 측에 모든 책임이 있고, 이에 따라 일본은 중일 관계를 정상적인 발전의 궤도에 되돌릴 수 있도록 적확하게 노력해야 한다”며 일본을 압박해 긴장은 팽팽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미간 갈등 심화로 인한 북핵실험과 이에 대한 국제 사회의 제재로 고조된 한반도 위기 상황도 경제적 갈등과 함께 작동하는 주요 문제다. 최근 북에 대한 경제제재에 대해서는 중국이 큰 틀에서 미국과 공동 행보를 취했으나 이는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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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시민들이 TPP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출처: 일본 레이버넷] |
한중일FTA 협상, 한중일 민중의 저항도 불러올 것
이러한 가운데 아시아를 둘러싸고 벌이는 중미일의 팽팽한 정치적 긴장 아래 추진되는 한중일FTA는 아시아 민중의 일자리와 먹거리 등 생존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평화롭게 살 권리도 위협한다는 우려를 받고 있다.
한중일 삼국의 상호간 영향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특히 중국의 WTO가입 이후 중국시장에 대한 진출이 가속화되면서 한중일 3국간 경제적 관계는 더욱 긴밀해지고 있다. 하지만 FTA 자체가 투자보장과 지적재산권의 확대, 상품교역과 서비스 시장의 확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계속해서 사회적 저항을 받아 왔다. 대표적으로 한미FTA는 협상 초기부터 한국의 노동사회시민단체의 반발을 불러 왔고, 협상 종료 후에도 각종 문제가 지적돼 왔다.
특히, 상품시장 개방을 놓고 주고 받기식 협상을 통해 상대적 우위에 있는 특정 자본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농업 등 열위에 있는 산업과 종사자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중일FTA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우려가 크다.
류주형 사회진보연대 운영위원은 한중일FTA에 대해 “기본적으로 세계적 차원에서 미중 간 갈등이 잠재된 가운데 중국과 일본이 세력권을 확장하기 위해서 복잡하고 다층적인 협정 전략을 추진하고 있어 동상 3몽 식으로 위치해 있다”고 보는 한편 “상품과 무역의 자유화에 치중되며 FTA의 기본적인 문제인 노동권과 생존권 위협은 지속될 것이다”라고 지적한다.
한국에서는 한미FTA 저지 투쟁에 나섰던 전체 사회운동이 한중일FTA에 맞설 차비에 나섰으며 일본에서도 한국에서의 폐해를 사례로 TPP 체결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제준 한미저지FTA범국본 정책위원장은 “한EUFTA도 결과적으로는 마이너스였고 한미FTA도 결과적으로 수출을 증대하는데 못 미쳤다”며 “지금은 또 다른 협정을 추진하기 보다는 이전 결과를 분석하고 국민들과 소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힌다. 그는 또 “한중일FTA는 이해관계자로부터의 의견수렴이나 경제적 사회정치적 효과가 충분히 검토되지 않아 이에 대한 국민과 소통하는 과정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에서는 농업 및 시민사회단체들이 미국 대기업의 지배 등을 문제로 TPP 추진에 반대하고 있다. 무역 규제 철폐를 통해 거대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한중일 FTA에 대한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점도 예측 가능하다.
결국 정부는 자유무역협정으로 투자보장, 관세 철폐 등 무역자유화를 확대해 산업적 이익을 증대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아시아 민중들의 생존권과 얼마나 직결될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특히 시장 패권을 문제로 한반도 평화를 놓고 세력 대결을 심화한다면 이의 피해는 고스란히 아시아 민중들의 몫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한중일FTA에 대한 사회운동진영의 대응이 더욱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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