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님 속삭이듯 세상사 모든 근심 내비두고 내려놓고 쉬어가라 말하네” (김병수, ‘내비둬’)
3월의 마지막 주말, 해고노동자들과 비정규직노동자들 40여 명이 ‘노동자 템플스테이’에 참가했다. 조계종 노동위원회에서 준비한 노동자 템플스테이는 작년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다. 1년 째 파업 중인 골든브릿지증권 노동자들과 용역폭력에 시달렸던 SJM 노동자들, 공무원 해고자, 현대차와 한국GM 비정규직 노동자, 전북 청소노동자 등 전국 각지에서 장기투쟁 중인 노동자들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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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뉴스셀] |
낮 12시, 전북 김제의 금산사에 들어서자 제일먼저 너른 마당이 시원하게 들어온다. 백제시대에 지어진 금산사는 불교의 흥망성쇠에 따라 영광도 있었고, 고초도 있었다. 천년의 시간을 담고 있는 금산사는 무엇보다 여유로움과 편안함이 느껴졌다.
도착하자마자 점심공양에 나섰다. 육류와 화학조미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은 사찰음식은 정갈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이었다. 좋은 음식은 서먹했던 사람들 사이를 가깝게 하는 데 제일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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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한 프로그램 소개를 받고, 방을 배정받았다. 템플스테이를 위해 지어진 한옥은 활짝 핀 매화나무처럼 고운 자태를 뽐냈다. 길거리에서 찬 바닥이 익숙한 노동자들에게 구들로 불을 땐 방바닥이 낯설면서도 벌써부터 심신이 포근해졌다.
정식 프로그램의 첫 순서는 자기 소개였다. 참가한 40여 명의 노동자들이 서로 자기 소개를 나눴다. 안산의 SJM 노동자는 “작년 파업이후 저를 비롯해 현장의 몇몇 노동자가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1박 2일 동안 마음과 정신의 치유를 얻고 싶어 왔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SJM지회 김영호 지회장과 조합원들이 함께 참가했다. 각자의 사업장은 다르지만,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11년까지 해고투쟁 중인 노동자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심신의 위로와 휴식을 기대하며 템플스테이에 함께 했다.
서로의 소개가 끝나고 사찰 내에서의 예절을 배웠다. 이어서 눈을 감고 잠시 동안 명상 시간을 가졌다. 방금까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소리들이 들려온다. 물소리, 새소리, 풍경소리... 소음이 아닌 자연의 소리가 마음을 씻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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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은 빡빡했지만, 진행은 결코 빡빡하지 않았다. 프로그램 참가도 개인의 자유의지에 맡겨두지만, 소중한 기회를 놓치는 참가자는 없었다.
저녁을 먹기 전에는 문화해설사로부터 금산사의 역사와 금산사 내에 있는 문화재와 국보들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돌 하나 나무 하나, 그림 하나에도 그 시대 민중들의 간절한 소망들이 담겨 있었다.
저녁 공양 뒤 일감 스님과 함께하는 ‘내비둬’ 콘서트는 방바닥에 앉아 보는 템플스테이의 백미였다. 마침 초대가수는 보건의료노조 문화국장 출신인 김병수 씨였다. 사회를 보는 일감 스님의 입담이 예사롭지 않다. 토크 콘서트 형식의 내비둬 콘서트에서 오랜 투쟁으로 몸과 마음이 지친 참가자들의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일감 스님은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으로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경력까지 있었다.
콘서트 뒤 함께 나눈 다도 시간은 시각과 미각, 후각을 모두 만족시켜주는 시간이었다. 백자에 띄워진 연꽃차의 자태에 한 번 반하고, 그윽한 향에 두 번 반하고, 맛에 세 번 반했다. 참가자들의 수다가 터졌다. 첫째 날 프로그램은 끝났으나, 누구하나 쉬이 자리를 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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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첫 순서는 새벽 3시 반에 진행된 새벽예불이다. 도시의 새벽과 달리 산사의 새벽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바람과 별과 달이 온전히 느껴졌다. 온전한 자연과 그런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의 마음 자세를 가질 수 있는 산사의 새벽이 가진 힘이 아닐까. 어제도 있던 자연이 더 놀랍게 다가왔다.
날이 환해지고 나서는 사찰의 넓은 마당을 참가자들이 모두 함께 쓸었다. 자기 마음을 쓸 듯이, 명상하며 비질을 했다.
108배를 하며 마음 속에 염원을 담아 염주를 만드는 시간도 가졌다. 한 번 절하고, 하나의 염주 알을 꿰고, 또 한 번 절하면 또 하나의 염주 알을 꿴다. 참가자들이 원하는 장소에서 108배를 할 수 있었는데, 평등세상을 만든다는 미륵전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미륵의 발 아래 항아리를 만지면 소원이 이뤄진다 해서 해고노동자들의 건강과 복직을 염원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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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뉴스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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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는 매화 한 송이가 띄워진 차를 마시며, 소감을 나눴다. 다함께 기념촬영을 하며 1박 2일 동안의 템플 스테이를 마무리했다. 참가자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며 쉬이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고된 삶을 살고 있던 노동자들이 무거운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떠나는 산사는 아픈 상처들을 사뿐히 껴안고도 여전히 편안하고도 넉넉한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 산사와는 다른 세상을 향한 노동자들의 얼굴은 또한 한결 밝은 표정이었다. (기사제휴=뉴스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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