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또 ‘방어집회’...비정규직 농성 원천봉쇄

현대차 비정규직 집회 대응 문건 공개...24시간 감시, 원천 봉쇄

현대차 사측이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들의 현대차 본사 앞 노숙농성에 대비해 만든 ‘금속노조 집회 대응개요’ 문건이 소셜네트워크 등을 통해 공개되면서 회사가 불법파견은 나 몰라라 하고 비정규직 노동자 목소리 차단에만 열을 올린다는 비난이 거세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아산, 울산, 전주 비정규직지회 소속 조합원들은 불법파견에 따른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 정몽구 회장 구속 등을 요구하며 22일 현대차 양재동 본사 앞에서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출처: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지회]

현대차는 이 문건에서 사측 상황실 6명, 노무 2명, 홍보 2명, 법무 2명 등 총 12명으로 구성된 ‘집회대응 상황실 및 TFT’를 운영해 상시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집회에 대응한다고 밝혔다.

또한 주간 710명, 야간 660명의 사측 직원을 양재동 본사 앞에 동원해 ‘집회 구역내 천막, 노숙장 사전 차단’ 목적으로 조별, 구역별로 24시간 집회를 진행한다. 장소는 본사 앞과 그 주변으로 내용은 ‘집회장소 접근 통제 및 노숙 시도 원천 봉쇄 대응’이다.

실제 양재동 본사 앞에는 ‘노동법 준수’ 등의 어깨띠를 부착한 현대차 직원들이 집회를 진행하고 있어 ‘관변집회’ 논란이 일고 있다. 현대차가 작성한 문건상 사측이 자체 집회 목적보다 비정규직 노동자 집회 및 농성 차단에 목적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또한 문건에 의하면 사측은 경찰병력 배치 관련해 서초경찰서와 협의 중에 있으며, 울산공장 송전탑 고공농성에 대해 2012년 10월부터 24시간 상황실을 운영 중이다.

  [사진: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박현제 현대차 울산공장 비정규직지회장은 “현대차는 양재동 본사 앞 비정규직 집회는 직원과 용역을 동원하여 봉쇄 감시하며, 송전탑 농성도 24시간 감시해 비정규직의 목소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며 “회사가 비정규직의 집회를 무조건 막는 식의 강경 대응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내하청 노동자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작년에 투쟁할 때 나는 울산공장 안에서 경찰에 의해 연행됐다”며 “공장안에 사복 경찰이 상주하고, 사측이 이런 문건을 만들어 경찰과 공동 대응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덧붙였다.

송전탑에서 고공농성 중인 사내하청 해고자 최병승 씨는 “회사는 스타렉스 차량 등을 이용해 송전탑을 24시간 감시하는데, 위에서 내려다보면 4명이 한 조가 되어 감시하는 것 같다”며 “현대차의 강압적인 노무 관리에 노동자가 안 죽고 배기겠냐”고 토로했다.

특히 사측의 이 같은 대응은 현대차의 불법파견 문제와 맞물려 있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분노를 부채질하는 상황이다. 최근 금속노조 기아차 비정규직분회 간부의 분신과 현대차 전 촉탁계약직 노동자의 자살 사건이 불거지면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내하청 정규직화 투쟁이 확장되고 있다. 2010년 대법원이 처음으로 현대차 사내하청이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한 이후 사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지리한 법적 공방이 계속되는 상황도 작용한다.

최병승 씨는 “교섭도 안 되고 있고, 오는 6월 13일 헌법재판소 공개 변론 이후로 법적 문제도 미뤄져 사실상 정부와 현대차, 사법부가 짜고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노동자에 대한 회사의 강경 대응은 상식적으로 이해가지 않지만 정몽구 회장을 비호하는 한국 사회에서는 가능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현대차 정몽구 회장은 한국에서 치외법권지역에 살고 있다”며 “현대차가 노동자에게 수많은 불법을 저질러도 정몽구 회장은 한 번도 처벌받은 일이 없다”고 덧붙였다.

현대차 사측 홍보실 관계자는 이번 문건에 대해 “회사가 집회 대응 준비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느 회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며 “시위대를 어떻게 하라는 게 아니라 본사 사옥 앞에서 농성하는 만큼 비상근무는 당연하다. 관변 집회가 아니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불법파견에 따른 사내하청 노동자 정규직화 요구에 대해 “노조(정규직노조)와 특별협의도 했었고 시간이 필요한 문제이다”며 “대화와 법 준수가 어울려 풀려야지 억지로 풀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사진: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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