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농성에 들어간 이들은 대부분 현대차 비정규직 해고자들이다. 지난 2010년 최병승 대법원 판결 이후 불법파견을 중단하고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요구를 담은 점거파업을 주도한 이들은 2011년부터 하청기업 등으로부터 해고를 받았다. 전주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모두 16명이 해고되어 오는 5월이 되면 2년째가 된다.
“우리가 입어야 하는 옷인데...”
27일 오후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정문 앞, 건장한 청년 약 20여 명이 일렬로 정문을 막고 서 있는 것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경비용역으로 보이는 이들은 현대자동차라는 마크가 오른쪽 가슴에 박힌 점퍼를 입고 있다. 이들에게 현대자동차 직원이냐고 묻고 싶었지만, 험악한 인상에 선뜻 그럴 용기가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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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본사를 지키는 경비용역들은 현대차 로고가 있는 옷을 입고 있다. [출처: 참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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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본사 주변은 이렇게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다. [출처: 참소리] |
“경비용역들이예요. 저 옷은 현대백화점에서 단체로 제작해서 정규직에게 지급하는 옷이예요. 우리는 ‘현대자동차’ 마크가 없는 옷에다가 하청업체에서 각자 업체 이름을 박아서 지급하죠. 정규직들이 남는다고 저 옷을 주기도 하는데, 공장 안에서는 입지 않아요.”
이날 농성을 하고 있는 현대차 전주비정규직지회 조봉환 사무국장의 설명에 그들이 누군지 얼핏 짐작할 수 있었다.
현대차 정몽구 회장에게 자신들은 현대차 노동자라는 것을 인정받기 위해 거리에서 그를 기다리는 노동자들. 현대차 공장 안에서 10년 가까이 일한 그들이지만, 한 번도 자신 있게 ‘현대자동차’가 쓰인 저 점퍼를 입을 수 없었다. 그런데 자동차라고는 만들어 본 경험도 없을 것 같은 젊은이들이 지금 그들을 막고 있다. 현대판 서자들의 현실이다. 자기 존재를 부정당한 노동자들이 22일부터 시작한 농성은 27일로 6일차에 접어들고 있다.
현대차 전주비정규직지회 조봉환 사무국장은 현대차 전주공장에서 10년 가까이 일한 두 아이의 아빠이다. 7살, 4살의 아들을 둔 34살의 이 젊은 노동자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2011년 5월. 그가 첫 해고를 당하고 현대차로부터 공장 출입을 제지당하던 때였다. 비정규직 노조 사무실에 들어가려는 그들을 현대차는 하청기업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이들의 출입을 막아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막아섰다. 2년 전에는 현대차 전주공장 정문에서 그를 만났다면, 이번에는 현대차 본사 앞에서 그를 만난다. 2년이 지나도 그를 만날 수 있는 곳은 출입을 제지당하고 있는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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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전주비정규직지회 조봉환 사무국장 [출처: 참소리] |
“신규채용 13명? 1200여 명의 전주공장 비정규직이 고통 받고 있다”
Q. 다음 달 10일이면 해고된 지 만 2년이다.
A. 조봉환 사무국장 : 이제 기억도 가물가물해요. 당시 2010년 겨울에 했던 파업이 불법이라면서 이를 선동했다고 해고되었어요. 주동자라고 해고시킨 거죠.
Q. 2010년 파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거죠?
A. 2010년 7월 최병승 조합원에 대해서 정규직 지위를 인정하는 대법원의 판결이 있은 후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금속노조와 함께 특별교섭을 현대차와 4차까지 진행했어요. 그 후에 현대차는 교섭에 참여하지 않았고, 결국 파업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죠. 우리가 원한 것은 사내하청의 정규직화와 더 이상 불법파견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대국민 사과, 그동안 해고된 노동자들에 대한 원상회복이었어요. 그런데 회사에서는 이에 대해 회피하니까 결국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거죠.
Q. 파업도 힘든 결정이었을 것 같은데, 해고까지 당해서 지금까지 견뎌내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A. 2년 동안 우리 조합원들이 5만원씩 결의를 해줘서 일 할 때만큼은 아니지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죠. 그것보다 우리가 해고당하고 공장출입까지 막히면서 조합원들의 사기가 많이 저하되었어요. 그런데 당시 한 달 가까이 정규직과 연대해서 정문을 뚫어내면서 조합원들이 용기를 얻었죠. 그리고 2012년 비정규직 울산, 전주, 아산 3지회가 특별교섭을 진행하면서 공동 파업도 진행한 경험을 토대로 투쟁을 이어갔죠. 그렇게 계속 투쟁을 멈추지 않고 해나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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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1년 6월, 현대차 전주공장은 현대차 비정규직 해고자에 대한 출입을 통제했다. 당시 출입통제 안내문 [출처: 참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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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공장 진입투쟁 당시 상황 [출처: 참소리] |
Q. 2012년 특별교섭은 어땠나요?
A. 모두 14차례 교섭이 진행되었어요. 그런데 회사는 계속 신규채용을 하겠다고만 했어요. 2016년까지 단계적으로 하겠다는 것인데 우리는 인정할 수 없었어요. 근속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신입사원으로 들어오라는 것이죠. 저희가 2010년에 8가지 요구를 했었는데 6가지로 줄였지만 난항을 거듭했죠.
Q. 신규채용도 결국 정규직이잖아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고 볼 수 있는 것 아닌가요?
A. 회사 입장은 불법파견의 소지가 있는 고정의 비정규직을 신규채용 하겠다는 것 이예요. 그 후 공정을 재배치해서 불법파견 소지를 없애고 최근 촉탁계약직을 늘려가는 것처럼 비정규직이 많아지는 것을 고치지 않겠다는 것이죠. 그래서 신규채용으로는 비정규직,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보는 거예요.
그리고 우리는 공정의 정규직 전환을 있는 그대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요. 신규채용은 자연감소 인원을 보충하는 것인데, 아산과 전주는 소수에 불과해요. 최근 울산, 아산, 전주 다 해서 900명을 신규채용 했는데, 전주는 모두 13명이 신규채용으로 뽑혔죠. 이번 신규채용에 전주공장에서는 사내하청, 경비, 청소, 식당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까지 지원했는데, 약 700명이었어요. 그런데 고작 13명 채용했죠. (편집자 주 : 현대차는 최근 두 차례에 걸쳐 총 900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를 신규채용한다고 발표하고 추진한 바 있다.) 이 중에는 45세의 노동자도 있어요. 그런데 이 노동자는 신입사원으로 들어가는 거예요. 그동안 자기가 일한 근속을 전부 부정당하는 거죠.
“전북도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아픔도 봐야”
Q. 최근 전북도청을 비롯해서 경제단체들이 현대차 2교대 전환과 신규채용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관심이 높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A. 지역언론에서도 신규채용을 운운하는데, 사실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상당히 민감해요. 제발 허위사실을 유포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2교대를 통해서 일자리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주공장 안에서 차별받는 우리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것이 지역언론과 기초단체들이 해야 하는 몫 아닌가 생각해요. 지난 2011년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희망만들기 버스투어를 했는데, 당시 전북도지사 면담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죠. 정문을 잠그고 나오지 않더라구요. 우리도 전북도민인데 참 아쉽죠.
Q. 지금 해고자가 전주공장만 16명이죠. 불법 파업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것인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A. 상식이 통하지 않아요. 우리한테 불법 운운하면서 사실 현대차가 10년 가까이 불법을 한 것인데, 우리한테 모든 책임을 떠넘기죠. 해고하고 구속시키고 수배하고 손배가압류하고 정말 너무 억울해요. 회사는 할 수 있는 모든 사법적 조치를 우리한테 하고 있는데, 우리가 대응할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죠. 지방노동위원회나 검찰에 진정을 넣고 고소고발을 해도 소식이 없어요. 아산공장에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했는데, 대법원에 계류중이예요. 2년째 묵묵부답입니다. 그렇다고 그 2년 동안 우리가 기다릴 수만 없잖아요. 최근에 과천 노동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도 하고 1인 시위도 했고,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도 했지만 소식이 없어요.
Q. 그런 상황들이 반복되니까 이번에 이렇게 농성을 하게 된 것이라고 이해하면 되나요?
A. 최근 현대차 촉탁계약직 노동자가 안타깝게 자살을 선택했고,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분신을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요. 이렇게 가면 안 되잖아요. 저도 소식을 접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최후로 결단할 수 있는 것이 죽음뿐인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많이 힘들었어요. 그래서 국민들에게 알리고자 시작한거죠. 불법파견 특별교섭이 조만간 열릴 것 같은데 우리가 잠자코 있으면 국민들은 모를거예요. 또 신규채용을 현대차에서 하면서 조합원들도 많이 침체된 상황이구요. 그래서 우리 해고자들이 현장 분위기를 끌어올려보자고 생각했죠. 26일에는 우리 조합원 1000여 명 가까이 모였어요. 어렵게 천막을 설치했죠. 비록 1시간 안 돼서 털렸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죽음을 이제 막고 싶어요.
사회적으로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하지만, 현장은 더 심각해요. 중공업 쪽 비정규직은 산재사고로 부당하게 죽어가는 일이 많아요. 뉴스에는 잘 나오지 않죠. 그래서 현장조합원들에게도 우리가 살려고 투쟁하는 것이고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더 투쟁하고 살자고 말하고 있어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 죽음만은 막고 싶다”
Q. 농성이 길어질 것도 같은데, 많이 힘들죠?
A. 현대차에서도 농성을 저지하라는 지침이 있어서 벌써 두 차례 침탈시도가 있었어요. 은박지도 못 깔게 했죠. 노숙이 쉽지 않아요. 가족들도 걱정하고 벌써 두 차례 비가 내렸는데, 체온도 내려가네요. 덮을 비닐도 허용을 하지 않아서 우비로 밤을 보내기도 했어요.
Q. 끝으로 이 문제에 대해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나요?
A. 비정규직으로 산다는 것이 참 처량하다는 생각을 해요. 우리는 정규직이라고 판단하는데 회사 앞에서 천막 하나 못 치고 하늘보고 자야하니까 더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전국의 많은 동지들이 관심을 가져주니 힘은 나요. 얼마 전에는 인천에 사시는 분이 새벽밥을 해서 연대해주고 재능하고 대한문 집회를 마치고 핫팩도 주고, 우산을 갔다주니 힘을 얻고 아직 희망은 있다고 생각해요.
정말 사회적 관심이 필요합니다. 지역도 마찬가지구요. 최근에 민주노총 전북본부가 2013년 6대요구안을 전북도청에 제출했는데, 거기에는 우리 포함한 비정규직 요구안도 전달했어요. 전북도청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노동부 장관도 불법파견이 있는 곳은 모두 정규직 전환을 실시할 수 있도록 강제하겠다는 말을 했어요. 박근혜 정부도 공약에 있구요. 지켜졌으면 좋겠어요. 검찰도 매번 조사 중이라고 하지 말고 우리 형편을 좀 봐줬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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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울산, 아산, 전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현대차 본사 앞에서 투쟁을 외치고 있다. [출처: 참소리] |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는 서울에 접어들면 가장 눈에 띄는 건물 중 하나이다. 특히 높은 건물 위에서 펄럭이는 태극기는 건물과 함께 보는 이를 압도한다. 세계 초일류의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한 현대·기아차다운 위풍당당함이 건물에서도 느껴진다. 여기로 출근하는 사람들의 자부심은 또 어떨까?
음식은 만든 이의 손맛이 중요하다. 만든 이의 정성을 알고 먹는 음식만큼 맛있는 것도 없다. 그게 어디 자동차라고 달라질까? 그런데 지난 10년, 우리가 많이 타고 다니는 현대·기아자동차는 이들 비정규직의 손을 거쳐 만들어진다. 그러나 그들은 공장 안에서도 공장 밖에서도 현대·기아차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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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본사 주변에서 노동자들이 고공농성을 하지 못하도록 철조망이 설치된 시설물을 흔히 볼 수 있다. [출처: 참소리] |
자동차에서 만든 이의 정성과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땀과 열정마저 지워버린다는 것만큼 잔인한 일도 없을 것 같다. 그 때문에 사람이 죽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 이들의 죽음과 고통을 막을 수 있는 일을 사회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는 아닐까? (기사제휴=참소리)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