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5일 대법원(주심판사 민일영 대법관)은 CP퇴출프로그램이 불법이며 이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라는 2심 재판부의 판결에 불복한 KT의 상고에 대해 ‘심리불속행’으로 이를 기각한다고 결정했다. 이미 2심 재판 과정에서 CP프로그램의 피해에 관련한 사실관계가 모두 드러났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 CP프로그램(인력퇴출 프로그램)과 부당해고 연관성 인정
KT에서 2008년 10월에 파면되었다가 노동위의 부당해고 판정에 따라 2009년 5월에 원직 복직한 한모씨는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했다. 재판 과정에서 114 안내원 출신이던 한씨의 부당 전직과 해고가 회사가 작성한 ‘인적 자원 관리계획’과 ‘부진인력 퇴출 및 관리방안’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 다시 확인되며, 청주지방법원 민사 1부(판사 이영욱)는 은 1월 8일 KT가 원고인 한씨에게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은 이번 판결에 대해 2008년부터 2012년 9월까지 수차례 공개되었음에도 회사 측은 실체를 전면 부정한 CP프로그램과 입증자료가 사회적으로 다시 인정받은 것으로 평가했다.
또한 조 집행위원장은 이번 대법원 판결의 사회적 의미에 대해 언급했다. 조태원 위원장은 1) KT와 같은 흑자를 내는 기업의 변형된 정리해고 수단으로 CP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을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는 점, 2) CP퇴출프로그램이 비인간적인 불법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대법원이 법률적으로 인정한 점, 3) CP프로그램으로 유명무실화 되었던 KT의 58세 정년 규정을 노동자들이 복원할 수 있는 계기가 된 점 그리고 4) CP프로그램을 비롯해 노동탄압에 아무 대처하지 않는 현 KT노조의 각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웠다는 점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법원 판결과 반대로 가는 노동부와 검찰
그러나 이러한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KT노동자들의 인권탄압이 중단되거나 상황이 개선은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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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의 노동탄압에 대해 엄정대응을 촉구하는 KT노동인권전북대책위의 기자회견 [출처: 참소리 자료 사진] |
2차례의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 노동부는 CP프로그램이 시행이 되지는 않았다고 보고 있는 상황이다. 은수미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국회를 방문한 노동부 관계자는 2012년 9월부터 11월에 이뤄진 특별근로감독 추가조사에서 KT의 퇴출 프로그램 관련 문건은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CP프로그램이 실행되어서 강제 퇴출된 노동자는 없었다는 보고를 했다. 이전 2012년 1월부터 2월까지 진행된 특별근로감독에선 CP프로그램의 개연성은 있지만 강제퇴출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조사결과와 유사한 보고다.
대법원이 CP프로그램의 불법성을 인정한 판결과는 상이한 노동부의 추가조사 결과가 의구심이 든다는 평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KT노동인권 보장을 위한 전북대책위(이하 대책위)의 채민 활동가는 “지난 1월 수원지법이 KT가 2005년 작성한 부진인력 퇴출대상자 명단에 포함된 직원 6명에 대해 최하위 인사고과 등급을 부여하고 연봉을 삭감한 것이 위법이라고 판결을 했다”며, “이미 법원에 의해 CP프로그램 불법성과 그로 인한 노동자들이 감봉·징계·해고되는 인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부가 CP프로그램이 실행되지 않았다고 조사결과를 밝힌 것이 상식적으로 맞는 일인지 의심스럽다”는 비판했다.
또한 “노동부는 근로기준법에서 부당해고 벌칙규정이 삭제되어 CP프로그램에 대해 처벌할 수 없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수많은 KT노동자들이 CP프로그램 등으로 피해를 받는 상황을 그저 모르쇠로 일관하겠다는 것이 과연 노동자를 위한 노동부인지 모르겠다, 최소한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 개정이라도 밝혀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검찰 역시 KT노동인권 문제에 있어 노동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노동부가 2012년 2월에 진행되었던 특별근로감독을 마치고 조사결과를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심각한 노동인권탄압 사안이 지속적으로 발생해왔음에도 경영진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검찰에 대해 시민사회진영이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KT는 노동인권문제 해결 의지는 없는 것으로 보여
노동부와 검찰 등 정부 차원에서 KT의 퇴출프로그램에 대한 아무런 법적 제제 등을 가하지 않는 가운데, KT의 노동인권 탄압은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 2월 노동조합 대의원 선거에 출마했던 전북지역 KT노동자인 김모씨는 휴가 기간 중 선거 운동을 했음에도 회사 출입을 금지 당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 관리자만이 아니라 노조선거관리위원장까지 합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김씨는 휴가 기간 중의 대의원 선거 운동이 징계사유가 되어 감봉처분을 받았다.
지난 3월에는 남원지역에서 근무 중에 불법 해고 후 원직복직이 되었던 원모씨에 대해 회사 규칙 등에 근거하지 않은 채 연고가 없는 경북 포항으로 원거리 발령을 냈다. 원씨는 오랜 기간 회사의 부당한 경영 등에 문제를 제기해오다 징계해고 되어 1년간의 복직 투쟁 끝에 2012년 업무 복귀하여 근무 중이던 상황이었다. 이들 모두 CP프로그램 명단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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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노동인권 보장 결의대회 참가자 맞은 편에서 회사 관리자들과 직원들이 KT대책위가 결의대회를 진행하려던 집회장소를 선점하고 있다.(붉은색 네모표시) 뒤로 보이는 건물이 KT 전북본부 [출처: KT민주동지회] |
이 뿐만이 아니라 KT는 노동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에 대해서도 방해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26일 전주시 서신동의 KT전북본부 옆 차로를 사이에 두고 KT대책위 주최의 ‘KT노동인권 보장을 위한 결의대회’와 이를 구경하는 회사 측 관리자들과 직원들의 집회가 동시에 열리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회사 측이 한 달 전부터 사전에 KT전북본부 주변에 4월 한 달간의 집회 신고를 했었고, 이를 확인한 KT대책위가 다른 장소에서 집회를 하며 발생한 풍경이었다.
이날 회사 측에선 KT대책위의 집회 1시간 전부터 관리자와 직원들이 건물 주변에 배치하였고 대책위의 집회가 시작되자 관리자로 보이는 인물들이 몇 차례 집회 참가자들을 촬영하려고 휴대전화 카메라를 사용하는 모습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KT가 노동인권 탄압에 대해 사죄하기는커녕 오히려 부당하게 집회를 방해하는 상황에 분노하며 회사를 규탄했다.
이 같은 KT측의 집회신고 선점은 이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KT대책위 관계자는 “그간 KT전북대책위는 KT전북본부 앞에서 노동인권 탄압을 규탄하는 집회를 지속적으로 해왔는데, 사회적으로 KT노동인권 문제가 심각해질 때마다 회사 측이 KT전북본부 주변에 집회신고를 먼저 하여 장소를 선점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고 밝히며, “작년 11월에도 KT대책위 집회신고를 하려고 했는데, KT가 건물 주변 전체에 1개월간 회사 홍보집회 신고를 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KT의 CP프로그램의 불법성이 대법원을 통해 다시 확인됨에 따라 향후 KT노동인권 관련 단체들은 노동부와 검찰의 경영진 조사와 처벌을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그동안 CP프로그램 등에 무대응으로 일관해왔던 기존의 KT노동조합의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 또한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사제휴=참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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