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본격적인 개헌 논의를 위해 국회의원 20명이 포함된 헌법개정연구회를 두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하면서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들의 목소리가 배제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국회의장 직속 헌법개정연구회 추천위원엔 양당의 대표적인 우클릭 행보를 주도한 의원들뿐만 아니라 민간 우익 인사까지 이름이 올랐다. 헌법개정연구회는 또 쌍용차 여야협의체, 6인 협의체 등을 통한 거대 양당의 밀실 운영 논란의 연장선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지난 13일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국회의장 직속의 헌법개정연구회를 새누리-민주 동수의 국회의원 20인과 민간전문가 10인 등 30인으로 하기로 했다. 이 중 민간전문가 10인은 양당이 각각 2인씩 총 4인을 추천하고 국회의장이 6인을 추천하기로 했다. 헌법개정연구회 회장은 양 교섭단체가 공동으로 맡고, 대외적으로 연구회를 대표하는 제1공동회장은 다수당인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가 맡기로 했다.
원내 3, 4당 모두 배제...“밀실개헌 예고탄”
문제는 양당이 헌법 개정 기구 구성을 합의한 것부터 국회의장의 권한을 침해한데다, 헌법 개정 논의에서 원내 3당인 통합진보당이나 4당인 진보정의당 같은 비교섭 단체를 모두 배제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상규 통합진보당 원내대변인은 14일 논평을 통해 “거대 양당의 입맛에 맞게 헌법을 개정하려는 ‘밀실 개헌’의 예고탄”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상규 대변인은 “다수, 소수 상관없이 사회 구성원의 다양한 목소리와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헌법 개정은 민주적 정당성을 현저히 약화시킬 것”이라며 “지나온 우리 헌정사에서 독재자들이 멋대로 자행한 모든 개헌이 그랬다”고 지적했다.
논의 기구 구성 과정부터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 대부분이 논의에서 배제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시절 정치쇄신 공약으로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국민의 생존권적 기본권 강화 등을 포함한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개헌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반대로 갈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상규 대변인은 “최근 흐름을 보면 경제민주화에 따른 대기업 규제 등은 일정 궤도에 올릴 수도 있지만, 서민과 취약계층에게 가장 어려운 대목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보다는 선언만 하고 사문화할 우려도 있다”며 “진보정당이 요구해 온 결선투표제나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기존 거대 양당은 원하지 않는 부분이고, 정당공천제 폐지도 대표적인 포풀리즘이다. 거대 양당에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을 딴 곳으로 돌리고 지방정치를 금권.토호정치로 후퇴 전락시키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이상규 대변인은 19대 국회의 양당 중심의 국회 운영방식을 두고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최근 6인협의체, 4인협의체 등 교섭단체 간 밀실 국회운영은 이미 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자당 의원들 간에도 공유가 안 된 법률개정안과 예산안들이 본회의 시간에 쫓겨 올라오고, 심지어 무슨 내용인지 조차 모르는 법률개정안이 본회의 진행 중에 의안으로 올라와 국회의원 대다수를 거수기로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원석 진보정의당 원내대변인도 13일 논평을 통해 “원내 다른 정당을 배제하고 국회 의사일정을 좌지우지해온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또다시 파행적인 밀실회동 논의결과를 내놓았다”며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이 있는 제 정당 모두가 참여하는 가운데 개헌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폭넓은 논의구조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당 우클릭 행보 주도 인사들에 대표적 극우 지식인도 포함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추천한 헌법개정연구회 국회의원 명단엔 주로 양당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이 포함됐지만, 양당의 우클릭 행보를 주도한 인사들이 상당수 포진한 것도 주목된다.
새누리당이 제1 공동회장으로 추천한 이한구 원내대표는 쌍용차 국정조사뿐 아니라 최근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의 각종 대기업 규제 조항을 법사위 심사 단계에서 무력화하는데 가장 큰 의지를 보여왔다고 지목받아 왔다. 또 실질적으로 법사위에서 경제민주화 법안의 규제 조항 삭제와 법안 계류를 주도했던 권성동 의원도 추천위원 명당에 포함됐다.
새누리당은 특히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대표를 역임한 바 있는 제성호 중앙대 교수를 민간 외부위원으로 추천하기도 해 헌법을 더 우클릭 시키겠다는 의도도 드러냈다. 제정호 교수는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인권대사로 내정하자 인권단체들이 대표적인 극우 냉전지식인이라며 강하게 반대한 인물이다.
민주당도 당내에서 상대적으로 우클릭을 주도한 의원들을 추천했다. 민주당이 제2 공동회장으로 추천한 이상민 의원은 지난 5.4 민주당 전당대회 우클릭 강령개정을 주도한 바 있다. 2011년 한미FTA 국회 비준 당시 한미FTA 전면 재협상 당론 위배 논란을 일으켜 진보적 단체와 유권자들이 4.11총선 낙선자 명단에 올린바 있던 김진표 의원도 추천위원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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