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 반대 평화활동가가 자해한 까닭

일상적인 폭력에 “나도 언제 끌려갈 지 모른다”...위험한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앞에서 기도를 하다 13일 오전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돼 경찰 조사를 받던 40대 평화활동가 장 모 씨가 서귀포경찰서 화장실에서 자해를 시도했다.

장 씨는 왼쪽 손목에 1.5㎝의 상처를 입고 긴급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서귀포시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14일 현재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돼 있다.

일부 언론은 이를 두고 장 씨의 자해 이유를 보도하기보다 자해 ‘소동’이라거나 ‘과도’를 소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경찰의 ‘피의자 관리’에 구멍이 났다고 보도했다. 그는 왜 강정마을 한 수퍼에서 1천 원짜리 과도를 사서 바지 뒷주머니에 소지하고 있었을까.

14일 장 씨를 면회한 동료 정선녀 씨에 의하면 천주교 신자인 장 씨는 13일 오전 11시로 예정된 해군기지 공사장 앞 미사에 앞서 오전 9시부터 기도를 했다.

지난 10일 서귀포시가 경찰병력을 대거 동원해 제주해군기지 반대 천막 농성장을 강제 철거하자 장 씨는 울분을 참지 못했다. 마을 주민 김 모 씨가 6m 높이에서 추락해 심한 부상을 입고, 강정마을 회장을 비롯해 동료들이 연행되는 것을 본 그는 경찰측이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동시에 본인 스스로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출처: @nuruk96]

당시 장 씨는 ‘공권력 남용’으로 마을 주민, 평화활동가 등이 부당하게 연행되거나 부상당했다며, 경찰의 ‘사과’를 요구하다 바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 책임자인 경비과장을 불러달라며 강하게 항의했다는 이유다.

정선녀 씨는 “면회하면서 장 씨에게 물어보니, 경찰이 무자비하게 사람들을 끌고가고, 심지어 추락하는 일이 벌어지자 본인 스스로 ‘나도 언제 당하고, 끌려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며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했다”며 “장 씨는 그런 생각이 들면서 우발적으로 접이식 과도를 하나 사서 뒷주머니에 두었다”고 전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사과’를 요구한 장 씨는 경찰과의 실랑이 끝에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는 상태에서 화장실로 갔다. 화장실에서 주머니에 과도가 있는 것을 발견한 그는 “우발적으로” 자해를 시도했다.

제주 강정마을에서 1년 넘게 주민, 평화활동가를 상대로 상담한 제주 철학카운셀링 상담소 이길주 소장은 “장 씨는 경찰의 폭력에 계속 노출되면서 무력감과 분노감이 작용하고, 내 한 몸 죽으면 사건이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던 것 같다”며 “일상적인 폭력에 노출되고, 불법공사가 납득되지 않는 상태에서 언론까지 무시하니 장 씨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제주해군기지 공사로 마을공동체가 파괴되고 강정마을 주민들이 자살충동까지 느끼는 등 마을 주민들은 심각한 갈등과 정신적 피해를 겪고 있다.

(사)인권의학연구소가 지난해 7~8월 강정마을 주민과 평화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7.1%가 한가지 이상의 정신심리적 이상 증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살충동을 느낀 주민이 31.6%에 달하고, 9.1%는 자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고위험군으로 나타났다.

이길주 소장은 “주민, 평화활동가들을 상담한 결과 심리적으로 피폐해진 정도가 아니라 분노와 무기력감으로 ‘나에게 어떤 상황이 닥칠지 모른다’, ‘우리 모두 잡혀갈 수 있다’는 생각을 늘상 하고 있다”며 “실제 경찰, 해군에 의한 무자비한 폭력 사태가 일상화되면서 우울증을 비록해 자살 충동을 일으킨다고 답변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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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 , 폭력 , 경찰 , 평화 , 제주해군기지 , 강정마을 , 평화활동가 , 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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