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의당이 지난 25일 열린 전국위원회에서 2단계 재창당을 위한 혁신 당대회에 안건으로 제출한 ‘7가지 대국민약속’을 채택하기 위해 심의·의결하는 과정에서 수면 아래에 잠복해 있던 당내 이견이 터져나왔다.
그동안 진보정의당을 구성하는 3대 세력인 진보신당 탈당파, 옛 국민참여당, 옛 민주노동당 인천연합은 당 안정화에 주력하기 위해 노선 차이를 가급적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6월 16일 혁신당대회와 그 직후 동시 당직선거 일정 등이 가닥을 잡으면서 본격적인 노선 논쟁이 터져 나오는 모양새다.
이날 주요 논란은 민주노총과의 관계에 대한 판단과 북한 문제 등에서 터져 나왔고, 논란이 격해지자 의장단은 관련 문구를 통째로 삭제하거나 일부 문구를 수정하는 원포인트 수정안을 내면서 일단락 됐다. 하지만 당대회까지 대국민약속 관련 토론을 이어가고 당원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해 당대회에서 논란이 재현될 가능성도 크다.
애초 전국위 원안으로 제출된 7가지 대국민약속 중 약속 ‘2’ 노동정치 관련 대목의 원안은 “노동권을 사회 전체에서 바로 세우는 과정에서 당과 노동운동의 관계를 바로 잡겠습니다. 민주노조 운동의 역사적 성과를 존중하되, 노동조합만의 협소한 틀에 갇혀있지 않겠습니다. 노동조합과 비판적 협력관계를 형성하여, 당과 노동운동이 동반 상승할 수 있는 책임 있는 노동정치를 구현하겠습니다”라는 문구였지만, 수정안은 ‘노동조합과 비판적 협력관계를 형성하여~’를 ‘노동조합과 건강한 협력관계를 형성하여~’로 바꿨다.
또 ‘민주노총에만 안주하지 않고 더 많은 일하는 사람들과 만날 것입니다’도 ‘노동조합에만 머물지 않고~’로 수정했다.
약속‘3’에 포함된 “북한은 냉전 이후 오랜 국제적인 고립과 압박을 원인으로 한다하더라도 대외적으로 이해받기 어려운 폐쇄성, 비효율성, 경직성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것이 한반도 긴장과 갈등을 영구화시키는 정치공세로 악용되는 것도 동의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을 통해 국제사회가 승인한 바대로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며, 6.15공동선언과 10.4 선언의 정신에 따라 북한을 평화와 통일의 상대로서 존중하고 협력해 나갈 것입니다”는 문구는 아예 단락 전체를 삭제하기로 했다.
전국위는 또 약속 ‘4. 모두를 위한 복지국가 건설’ 대목 가운데 “진보정의당은 이를 위해 ‘최저임금 현실화’와 함께 연대임금 정신에 기초한 동일노동-동일임금 실현에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이 적극 나서 줄 것을 제안하겠습니다”라는 문구도 삭제하기로 했다.
한 전국위원은 이 수정안을 두고 “몇 가지 문구를 삭제하고 수정했다고 해서 저희가 서로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이 없어지는 게 아니다. 이거야 말로 봉합”이라며 “사안의 중요성 때문에 서로의 생각을 충분히 밝히고 당 정체성을 합의해가자”고 축조심의를 주장하기도 했다.
진보정의당 내 사민주의 노선 논쟁 격화 예고
반면 이정미 최고위원은 “지난 몇 달 동안 이 문제를 논의하면서 당내에서 인식의 차이가 드러났다”며 “통진당의 패권주의나 비민주성으로부터 벗어나 이 당을 통해 무엇을 실현할지 충분한 논의 없이 당을 시작했고, 이 논의가 촉발되는 순간부터 통진당에서 겪었던 문제 외에 이 사회를 보는 태도와 관점에서 많은 시각 차이를 발견했다”고 수정안 통과를 호소했다.
또 다른 전국위원은 “전국위원들부터 화학적 결합을 할 수 있는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 전국위원이 약속‘4’의 북유럽 사회민주주의 국가 문구에 담긴 문제의식을 제기하자 다른 전국위원이 발언권을 얻지 않은 채 고성에 가까운 비난을 하는 등 감정의 골을 드러내기도 해 진보정의당의 사민주의 노선 논쟁의 격화를 예고하기도 했다.
한 당원은 당 홈페이지 게시판에 이 같은 전국위 결과를 두고 “통합진보당의 모순을 고치고, 보다 건강한 노동중심성을 새로운 당에서 만들어 가자 한 것이 진보정의당”이라며 “기존 통합진보당의 대단위 노조 중심의 노동중심성을 떠나 노조와의 비판적 협력관계를 형성하고, 노동시장 전체를 넓게 보겠다는 약속은 분명 시의적절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 문제 또한 현 북한 체제의 문제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에 역행하는 행위를 비판하겠다는 가장 기본적인 선언에도 동의할 수 없다는 견해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더불어 동일노동 동일임금 문제까지도 도매금 삭제가 이뤄져 진보정의당의 혁신의 요체는 사라졌고, 새로운 노동문제에의 관점도 없고, 통합진보당과 차별화된 통일관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수정안은 혁신당대회까지 당원 의견을 수렴하고 당대회 안건 최종 상정 전에 최고위원회의 권한으로 당원 의견을 반영하는 것을 전제로 만장일치 통과됐다.
한편 진보정의당은 혁신당대회까지는 노동 등 여타 진보세력과의 세력연합 등을 추진하기 어려운 현실적 조건이라고 보고 이번 당대회는 당의 정체성 등 가치와 노선에 대한 재정립 방향과 제도 등의 혁신만 논의할 예정이다.
또한 당대회에서 ‘진보’라는 단어를 삭제하는 당명개정도 추진한다. 노회찬 공동대표는 27일 오전 TBC라디오 인터뷰에서 “‘진보’라는 글자는 다른 당에서도 많이 쓰고 있고. 당명만이 아니라 민주당도 스스로 진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며 “국민들 눈높이에서 볼 때 차별성이 없어 보여 좀 더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명확한 이름으로 바꿀 것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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