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변론 앞둔 파견법 위헌소송, 헌재에 이상기류

13일 옛 파견법 고용의제 공개변론...“비정규직 위한 상식 결정해야”

헌법재판소가 옛 파견법의 고용의제 조항(2년 이상 파견노동을 할 경우 정규직이 된 것으로 보는 것)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과 관련해 오는 6월 13일 공개변론을 열기로 한 가운데, 법조계와 노동계에서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국민적 관심사가 높다’는 이유로 헌법소원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은 이례적일 뿐만 아니라 옛 파견법 상 2년이상 파견노동을 할 경우 정규직으로 보는 고용의제 조항에 대한 위헌 여부를 가리기 위한 사전 작업이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6명이 제기한 근로자지위 확인소송, 현대차 울산공장 최병승 씨 부당해고 소송, 인터콘티넨탈호텔 부당해고 소송 등 모두 3가지 사건이 이날 공개변론에서 다뤄진다. 현대차가 위헌소송 청구인, 고용노동부 장관이 피청구인이며, 사내하청 노동자는 이해당사자가 된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같은 날 옛 파견법 공개변론 전에 기간제 사용기간을 제한한 기간제법 제4조(기간제근로자의 사용) 위헌소송에 대해서도 공개변론을 한다.

‘울트라 갑’ 현대차, 발가락에 가시 찔리고 나 죽겠다며 엄살 핀다?
불법파견 비정규직 정규직화 하지 않고 ‘을’ 죽이는 현대차


헌재 공개변론은 현대차 회사가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최병승 씨에 대해 대법원이 2010년 7월 ‘불법파견’으로 선고하자 잇따라 헌법소원을 내면서 시작됐다. 옛 파견법 고용의제조항(제6조 제3항)이 계약과 기업운영의 자유를 침해해 헌법에 위배된다는 이유다. 이 사건에서 현대차는 법률대리인으로 김앤장을 선임했다.

앞서 현대차는 2010년 10월 비슷한 내용으로 서울고법에 옛 파견법에 대한 위헌법률 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법원이 “옛 파견법은 파견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기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기각한 바 있다.

[출처: 금속노동자]

현대차의 고용의제 위헌소송 제기는 파견노동자 즉,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법률마저 사실상 전면 부정하는 것이라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대기업 현대차가 대법원 판결에 따라 불법파견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지 않고, 옛 파견법을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노동계 관계자들이 “현대차가 불법파견 재판에서 계속 지니까, 국가 법질서 자체를 좌지우지하려고 한다”, “호랑이가 발가락에 가시 찔렸다고 ‘나 죽겠다’며 엄살 부리는 것과 같다”고 비판하는 이유다.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노동관계에서 계약의 자유는 한쪽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강제하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에 노동법이 생겼다”며 “한국사회 갑을 관계가 사회적 문제인데, 사측이 계약 자유를 주장한다면, 일례로 공정거래법이 왜 필요한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당사자끼리 계약의 자유에 맡겨뒀을 때 평등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고용의제 조항과 같은 법들이 만들어 진 것이다”며 “현대차에게 길 가는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라는 것도 아니고, 2년 동안 불법으로 부려먹은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해 법을 지키라는 것인데, 이마저 갑의 계약 자유 운운하며 안 지키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헌재 옛 파견법 위헌소송 공개변론 앞두고 이상기류 감지
‘공안 헌재’, ‘로펌공화국’ 우려 현실화되나


대법원이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 파견노동자 보호 법률을 제정하는 마당에 헌법재판소가 원청 사용자들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은 크지 않으나 여러 정황상 반대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속노조 법률원 관계자는 “헌법소원의 경우 위헌 선고 비율이 매년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2~3% 정도에 불과하다”며 “하지만 공개변론을 진행한 사건 중 위헌선고 비율이 30~40%로 높은 편이다”고 우려했다. 이와 비슷한 유형의 사건은 2009년에서 2011년 사이 8건에 대해 공개변론이 열렸는데, 미네르바 사건을 포함해 3건이 위헌으로 선고됐다.

헌법재판소 구성도 볼 필요가 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대검 공안검사 출신으로, 대형 로펌인 김앤장 근무 이력을 갖고 있다. ‘보수성향’ 판결과 김앤장 출신이라는 점은 인권의 최후 보루인 헌재를 ‘공안 헌재’, ‘로펌공화국’으로 만드는 것 아니냐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특히 박 소장이 한때 몸담은 김앤장은 옛 파견법 고용의제 조항 위헌소송 사건의 현대차 법률대리인으로 참여하고 있다.

또한 헌재는 헌법재판소장을 포함해 9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된다. 3명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사람을, 다른 3명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사람을 대통령이 임명하며, 나머지 3명은 대통령의 권한으로 지명하게 된다. 현재 MB에게 추천받았던 양승태 대법원장(2명), 박근혜 대통령(3명), 새누리당(1명) 추천 등 보수 성향이 주를 이룬다. 민주당과 여야합의로 추천된 재판관은 각각 1명 씩 2명이다. 옛 파견법 고용의제 조항은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손을 들어야 위헌 결정이 난다.

지난 4월 퇴임한 허영 초대 헌법재판연구원장도 2011년 연구원장 취임 며칠 전에 ‘고용의제 조항은 위헌’이라는 보고서를 김앤장에 제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앤장은 이 보고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헌법재판연구원은 헌법재판소가 헌법적 쟁점을 연구하기 위해 2011년 설립한 산하 기관이다. 연구원장이 취임 직전 작성한 보고서라 이 사안에 대해 헌재 내부의 의견이 어떻게 될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헌법불합치’처럼 전면 위헌이 나올 경우는 희박하나 합헌, 위헌 결정 이외에 한정위헌(합헌), 부분위헌(합헌) 등 변형 결정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법률적으로는 합헌인데 내용적으로 일부 위헌을 열어두는 것이다.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인터콘티넨탈호텔 사건의 경우 고용관계 이후 근로조건에 대한 것이 쟁점”이라며 “사용자는 고용의제 조항에 근로조건이 명시되지 않았으니 파견노동자 당시 기준으로 근로조건을 정하는 게 맞다고 주장한다”고 밝혔다. 한 마디로 2년 이상 일해 정규직이 되어도, 파견노동자 당시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인터콘티넨탈호텔 사건을 비롯해 비슷한 유형의 사건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옛 파견법 고용의제 조항 공개변론에 앞서 기간제법 관련 2개의 위헌소송에 대한 공개변론이 열리는 점도 의아한 일이다. 기간제법 4조에 의하면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를 고용할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무기계약직으로 본다. 기간제법 위헌소송 사건을 끌어와 옛 파견법 고용의제 조항과 같이 공개변론해 심의하겠다는 것은 양측을 저울질 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일각에서 헌재가 ‘물타기할 수 있다’고 제기하는 이유다.


유일한 파견노동자 보호 조항마저 부정한다면 사회 정의 어디에
“헌재가 인권의 마지막 보루라면 당연히 명백한 ‘합헌’ 내려야”


229일째 송전탑에 내몰려 고공농성하는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하청 해고자 최병승 씨는 어쩌다 ‘울트라 갑’ 현대차가 계약의 자유를 주장하고, 헌재가 공개변론까지 가게 됐는지 답답하기 짝이 없다. 대한민국 사법부마저 최 씨를 고립시키는 꼴이다.

그는 2005년 2월 현대차 사내하청업체에서 징계 해고된 뒤 9년 째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헌재의 공개변론과 그 결정은 최 씨 뿐만 아니라 수십 만 명의 파견노동자에게 희망을 줄 수도 있고, 절망을 줄 수도 있다.

최병승 씨는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파견법 제정 이후 파견 노동자 보호, 구제 조항이 유일하게 제6조 제3항 고용의제 조항이었다"며 "파견법 자체가 문제인데, 아무 보호 조항이 없다가 파견노동자의 처우와 권리가 바닥을 치니까 그나마 보호 조항이 만들어 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헌재는 명백한 합헌을 선고해, 정확한 사회적 기준을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헌재가 최소한의 상식과 양심이 있는 기관이라면 이런 조항에 '위헌' 결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노동자 입장에서는 공개변론 자체도 문제라고 보는데, 당연히 합헌”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만일 위헌이 나오면 사회적 파장은 매우 클 것이며, 옛 파견법 고용의제 조항에 해당하는 파견노동자를 구제할 수 있는 조항이 무용지물이 된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도 “고용의제 조항은 불법파견 원청 업체에 대해 고용상의 책임을 지우는 유일한 조항으로, 사업주들은 그동안 불법을 저질러도 200만 원 가량 벌금만 내고 끝냈다”며 “만일 헌재에서 위헌 선고를 한다면 잘못된 과거로 되돌아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국금속노조는 헌재 공개변론과 관련해 이상 기류가 감지됨에 따라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오는 5일 불법파견 관련 회의에서 투쟁 계획을 확정한다.

한편 옛 파견법의 고용의제 조항 공개변론 사건은 모두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바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하청노동자 최병승 씨가 2010년 대법원 불법파견 판정에 이어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김준규 씨를 비롯해 6명도 1, 2심 법원에서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다. 인터콘티넨탈호텔 사내하청 청소노동자 2명도 서울고등법원에서 불법파견 판정을 받고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법원은 모두 헌재 결정 뒤로 판결을 미룬 상황이다.

옛 파견법에서 2006년 12월 개정돼 2007년 7월 1일 시행된 현 파견법은 위장도급 형식의 불법파견이나 사용기간 2년을 초과한 파견에 대해 고용의제가 아닌 고용의무 조항이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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