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용산, 팔레스타인을 증언하는 사람들”

[기획] 한국 속 국제사회운동 현장(1)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편집자 주]<참세상>은 팔레스타인평화연대를 시작으로 한국 속의 국제 사회 운동 현장을 찾는다. 활동가들의 삶과 활동 그리고 고민을 전해 들으며 국제 사회 운동을 알고 또 한국이 가담, 혹은 주도되는 세계 자본주의의 모순 그리고 이에 맞선 저항을 이해하고 함께 하기 위해서다. 지난 달 20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회의실에서 진행된 이번 인터뷰에는 냐옹, 뎡야핑, 탐 레이징 스미스(Tom Raging Smith)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가가 함께 했다. 뉴질랜드 출신인 탐 활동가의 이야기는 뎡야핑 활동가가 통역해주었다. 바쁜 시간을 쪼개 이야기를 나눠준 활동가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올리브 나무 열매를 딴다. 뙤약볕 아래 모자 눌러 쓰고. 잔가시 때문에 손에는 장갑. 땀범벅이 될 쯤 기름진 열매도 바구니에 가득 찬다. 큰 돈 들여 비행기 타고 와 하는 궂은 일. 그러나 올리브 수확은 팔레스타인에서 중요한 연대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한국에서 알리고 또 찾아가 옆에 서는 이들,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팔레스타인과 한국...빼앗긴 자들의 데칼코마니

한국 속의 국제사회운동을 조명하는 <참세상> 단체 탐방 첫 자리. 팔레스타인평화연대 3명의 활동가들과 나란히 앉았다.

팔레스타인. 미국과 서구의 후원 아래 자행된 1948년 이스라엘의 점령(나크바, 재앙) 후 65년 간 이어진 강탈의 역사. 점령촌(정착촌) 건설, 살인이 계속되며 팔레스타인인들은 현재 500만 명이 난민이 됐다. 집과 땅 뿐 아니라 수돗물도 빼앗긴다. 특히 2008-9년 1,400명, 2012년 겨울에는 이스라엘 폭격에 또 수백명이 죽었다. 점령 후 이스라엘과 전세계로 쫓겨난 이들 외 거대한 감옥처럼 폐쇄된 가자지구와 식민촌 건설이 계속되는 서인지구와 동예루살렘. 그리고 이들과 손 맞잡은 팔레스타인평화연대.

[출처: 김용욱 기자]

활동가들의 삶과 운동에 팔레스타인은 어떤 의미를 갖을까?

“용산 철거민을 죽음으로 내 몬 것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옥파괴가 다르면 얼마나 다를까요? 저는 딱히 ‘이스라엘’을 ‘주적’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억압과 차별 그 자체에 더 집중하고 있어요. 그래서 국내 운동과 연대하고 싶은 마음도 굴뚝 같고요.”

냐옹 활동가의 말이다. 그러니까 팔레스타인 문제에는 철거민도, 해고된 노동자도 있다 한다. 이번에는 뎡야핑 활동가가 답한다.

“마치 한국이 팔레스타인 점령 문제와 특별한 관계는 없지만 이스라엘의 불법적 행동에 국제 사회의 제재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또 미국과 맺은 관계를 통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 문제에 관계를 맺고 있다는 식으로 사람들에게 말했어요. 하지만 지난해 한국, 이스라엘 관계 보고서를 쓰면서 한국이 이스라엘의 점령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됐죠.”

함께 한 탐 활동가는 이렇게 표현한다.

“정의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팔레스타인 문제에 관심이 있지 않을까요? 미국이 이스라엘에 무기를 지원하면서 팔레스타인에 항구적인 전쟁 상태, 점령 상태를 지속하고 있는데, 그런 폭력, 점령과 억압에 저항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엄청난 용기에 매료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팔레스타인은, 여기서 마주하는 부조리의 재현이거니와 한국은 이 모순의 공모자이자 팔레스타인은 이에 저항하는 동지이기도 하다. 세계지도를 접어 팔레스타인과 한반도를 겹 지르면 붉은 데칼코마니가 그려질까.

팔레스타인평화연대의 활동들

2003년 이라크 침공 당시 한국에 평화운동 단체들과 함께 생겨난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현재 120여명의 회원이 있지만 실제로 활동하는 회원은 7~8명 정도로 비교적 적은 편이다.

활동가들은 현지에서 증언과 상황을 기록하고 한국에 가져와 사람들에게 알린다. 매달 주요 이슈가 있을 때마다 이벤트, 대사관 앞에서 일인시위와 기자회견, 집회, 행진, 강연, 영화상영회를 한다. 팔레스타인 여성의 자립을 돕기 위해 이들의 수공예품을 떼서 팔기도 한다. 군축, 평화를 위협하는 국내 사안에 대한 연대도 팔레스타인평화연대가 함께 하는 중요한 활동이다.

현지에서는 올리브 농사 외에도 일상적인 검문소 감시 활동이 있다. 이스라엘 군인이 불법적으로 초등학생들의 가방을 열게 하거나 15분 이상 사람들을 세워 놓는 일 등에 대한 모니터를 한다. 활동가들은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압박을 두려워하니까, 활동가들이 팔레스타인에 서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들에게 위협이 되고 팔레스타인인에게 힘이 된다고 뎡야핑 활동가가 전한다.

“헤브론에서는 토요일마다 구시가지 시장을 여행하는 올드시티 투어가 있어요. 그러면 이스라엘 점령지 안의 사람들이 와서 여행을 하죠. 팔레스타인 상인들에게 엄청 위협이 되는 일이고요. 물건을 치고 가거나, 표정으로 희롱하고 가죠. 점령촌 투어를 한다고 하면 앞뒤로 이스라엘 군인들이 먼저 와서 청소를 하기도 해요. 이런 것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이스라엘 관계에 대한 문제제기, 박근혜의 창조경제

팔레스타인평화연대는 최근에는 이스라엘과 한국과의 관계에 대한 운동에 집중하고 있다고 뎡야핑 활동가는 또 전한다.

  뎡야핑 활동가 [출처: 김용욱 기자]

“2011년에는 한국의 T-50 초음속 고등훈련기를 이스라엘에 팔기 위해 한국 정재계에서 열심히 노력했는데, 그때 반대 캠페인을 열심히 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반대 캠페인과 완전 무관하게, 이스라엘이 경쟁하는 이태리의 M-346을 선택하는 바람에 T-50이 안 팔린 거지만요. 하지만 무기 거래 규모는 더 많이 늘고 있고 올해 대우조선에서 이스라엘에 4억 달러 규모 초계함 4대를 판다는 뉴스도 나왔고, 이스라엘에서는 작년 가자 침공 땐 화려하게 써먹은 아이언돔을 한국에 팔아먹으려고 계속 수작부리고 있어요.”

올해 예정된 한-이스라엘 FTA 그리고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가 이스라엘을 모델로 하고 있는 한편, 기업들은 앞 다투어 이스라엘을 모방한다는 계획이다. 이 때문에 활동가들은 한-이스라엘 양국 관계가 심화될 것으로 우려하며, 특히 이스라엘식 창조경제가 군-산-아카데미가 일체화된 대단히 군사화된 모델이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는 현대 중장비 외에 무기 거래를 더 감시하고 정부를 압박하는 캠페인을 고민하고 있다.

특히 현대 굴삭기를 이스라엘에 팔지 말라는 BDS(불매운동, 투자회수, 제재) 운동은 팔레스타인평화연대가 시작한 대표적인 운동이다.

  탐 레이징 스미스 활동가 [출처: 김용욱 기자]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2005년 시작한 BDS는 이스라엘을 보이콧 하자는 세계적 운동입니다. 3가지 단계가 있고요. 대표적으로 개개인들이라면, 보이콧 하고, 기업 차원이라면 투자를 철수하고 국가 차원이라면 외교적 관계를 끊고, 아카데미 차원에서 이스라엘 아카데미와 교류한다면 이를 단절하고 그 중에서 우리가 하는 것은 한국 현대중공업의 굴삭기 판매를 철회시키는 것입니다. 현대 굴삭기가 동예루살렘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의 집을 부수는 데 사용되고 있거든요.”

탐 활동가의 설명이다. BDS 성공 사례로는 2011년 일본 무지(무인양품) 보이콧이 있다.

“무지. 무인양품. 일본 그룹이 이스라엘에 아시아 기업 최초로 소매점을 연다는 계획을 가졌어요. 소매점을 연다는 계획을 발표하자마자 일본에서는 반대운동을 하면서 연대를 호소했고 우리도 같이 캠페인을 했죠.” 뎡야핑 활동가가 말을 꺼냈다.

냐옹 활동가에게는 다시 현장이 펼쳐진 모습이다.

“명동에서 했어요. 가판대가 있고, 물건을 무인양품에서 하는 것처럼 연출했죠. 사람들이 와서 구경하고 물건을 들면 물건에 줄이 달려 있어서 이스라엘에 의해 팔레스타인이 학살 당하고 점령촌이 생기는 이미지를 잔뜩 심어놓았어요. 구매를 하면 뭔가 연관이 됐다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이런 식으로 퍼포먼스하고. 전에 2인 1조로 한 백화점에 들어가 포스트잇으로. (포스트잇을) 파는 물건에, 옷에다가도 붙여 넣고, 주머니에도 넣고 그랬어요. 이 구매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준다 이런 식으로. 조마조마했지만 잘하는 친구가 있어서 그 친구가 많이 붙였죠. 그런 식으로 해서 이 운동이 실제적으로 효과를 봐서, 꼭 이 운동 때문인지, 경제적 득실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계획을 철회했습니다.”

팔레스타인 현지 운동 단체

팔레스타인 현지에서는 이들 연대의 손길을 마주 잡고 각종 활동을 제안, 벌이고 있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는 현지의 아시아지부 활동가들과 주로 연락한다. 여기 단체들이 최소 월 1회 이상의 국제 캠페인을 주도하고. 냐옹 활동가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냐옹 활동가 [출처: 김용욱 기자]

“여러 가지가 계속 있었고, 새로운 시도가 꾸준히 일어나고 있어요. 왜냐면 다양한 운동이 있었는데 계속 실패로 돌아가고, 무장투쟁도 했고, 비폭력 투쟁도 했고 다 했지만 번번히 실패했고, 이스라엘의 점령은 계속 되고 있고. 그런 상황에서 국내외에서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로 이뤄보고자 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지금은 성과를 이뤘다고 생각해요. 특히 아카데믹한, 스티븐 호킹스도 보이콧을 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얼마나 열심히 운동을 조직하냐면 다른 나라에서 활동이 있을 때마다 팔레스타인 문제를 알린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유독 국제연대운동이 어렵다

성과는 어떨까?

“이게 다른 운동과는 달리 팔연대 운동도 성취가 일어나기 매우 힘들어요. 기업이 투자 철수하게 만드는 것도 힘들지만 우리가 요구하는 점령을 그만두라, 철수하라는 것도 사실은 안 될 줄 알면서 한다기 보다 안 되는 상황을 운동이 오래될수록 계속 겪는 것이죠. 운동이 67년, 48년 나크바 때부터 65년 동안 점령을 하고 있는데, 팔레스타인 사람들도 엄청난 절망감을 느끼지만 연대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우리가 하는 게 일시적으로 보면 성과가 없진 않은데, 전체적으로 판세가 달라지는 것도 연대운동의 힘이라기 보다는 정치논리에 따라서가 많고, 성취감을 느끼기는 힘든 운동인 것 같아요.”

활동가들은 한국에서의 국제연대운동이 좀 더 어렵다는 의견이다. 뎡야핑 활동가에 이어 탐 활동가는 태어난 뉴질랜드와 한국 사회에서의 국제연대운동을 비교해 본다.

“한국 사회운동의 이슈가 많아서 국제 문제에 사람들을 모으기가 어려운데, 87년부터 민주화운동의 역사가 시작돼 아무래도 운동의 역사가 짧아서 그런 면이 있지 않겠는가라고 생각해 보아요. 뉴질랜드와 비교한다면 뉴질랜드는 지정학적으로 외진 곳에 있어서 오히려 바깥 문제에 관심을 더 기울이는 것도 같은데,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서구 사회와 비교하면 국제문제를 가지고 사람들을 모으는 게 너무 힘든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최근 스카이 투쟁은 직접 연결되지 않은 이슈들을 연결시키는 좋고 중요한 시도였고 우리가 이를 어떻게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연대를 위해 팔레스타인평화연대는 팔레스타인을 다녀온 뒤 네게브 사막에서 강제 철거에 대해 두리반에서 발표회를 하기도 했다.

올리브 마냥 자라나는 저항의 나뭇가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 문제는 활동가 개인들에게 또 다른 가지로 자라난다.

대학 시절 과제를 통해 팔레스타인 문제를 처음 알게 됐지만 2008년과 그 이듬해까지 1,400명을 살해한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이 이곳으로 이끌었다는 냐옹 활동가에게 자라난 운동의 가지는 이렇다.

“개인적인 관심을 접목 시켜서 팔레스타인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 고민 중이에요. 탐 같은 경우는 팔레스타인 점령촌 건설 예정지에 텐트를 짓는데 관심이 많아요. 원래는 이스라엘 점령촌, 식민촌이 들어설 예정인데, 여기에 텐트를 쳐서 투쟁을 준비하는 활동을 하고 있거든요. 저는 작년 말부터 여성문제에 관심이 생겨나 팔레스타인에 있는 여성 조직에 대해 알고 싶어요. 한국에 있는 여성 운동과 연관시킬 수 있는 접점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개인적으로 조사를 하고 싶습니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를 만난 계기는 특별하지 않지만 수평적 의사소통 구조가 매력적으로 느껴져 함께 하게 됐다는 뎡야핑 활동가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오랫동안 팔레스타인 여성문제에 대해 부끄럽지만 잘 모른다고 말해왔는데, 2004년에 운동을 시작했는데 아직도 모르는 거다. 부끄럽다고 말하는 게 거짓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안 부끄러우니까 계속 모르고 지내는 거지. 팔레스타인 내에 정말 다양한 운동들이 있는데, 우리가 지금 점령반대운동을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닌데 앞으로 이 다양한 운동과 어떻게 연대할까 개인적으로 고민이 많이 된다. 또 운동을 하다 떠난 친구들이 많은데, 개인적인 사정 또는 운동적으로 다른 전망을 갖고 나간 사람들이 있다. 올해 10년이 됐는데, 앞으로 우리 전망을 어떻게 만들어나가야 할까, 10년을 돌아보면 이뤄놓은 것이 크게 없다. 이런 게 고민 된다.”

마지막으로 뉴질랜드에서 태어난 탐은 대학을 다닐 때 5.18 민중항쟁 등 한국 역사에 대한 관심 때문에 이곳에 온지 7년 된 이다. 현재 팔레스타인 상임활동가이자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여성국제연대행동네트워크와 함께 두레방에서도 자원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냐옹 활동가가 전했듯, 점령촌 건설 반대 운동에 관심을 두고 있다.

단체 탐방 인터뷰가 진행된 지난 달 20일, 활동가들은 다시, 이젤딘 아부엘아이시 씨에게 듣는 ‘인도주의적 접근에서의 팔레스타인 보건의료’ 초청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사무실을 떠났다. 그는 팔레스타인 난민캠프에서 성장했고 2009년 이스라엘 폭격으로 딸들과 조카를 잃은 병원 의사다.

활동가들은 먼 곳에서 온 친구를 기다리지 않게 하려는 듯 종종 걸음이다. 후원 사업을 위해 새로 제작한 팔레스타인 문제를 알리는 티셔츠, 행사에 참석할 사람들에게 전할 짐들로 무거운 몸 같지만 행사를 앞둔 어린애 마냥 재잘거리는 여운을 남긴다. 이미 활동가들의 삶은 지구 반대편 팔레스타인인의 시간 속에 있다. 계속된 침공, 봉쇄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저항하며 살아내는 팔레스타인인들과 함께 살며 투쟁하는 삶. “여기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또 다른 용산의 외침이 들리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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