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여대생 살인사건, <조선>, <영남> 선정보도 멈춰라”

참언론, “언론, 속보경쟁 매몰, 저널리스트 존재감 상실”

지난달 25일 발생한 대구 여대생 살인사건의 범인이 검거되고,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보인 경찰의 인권침해,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와 오보에 대한 재발방지 및 반성을 요구하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경찰은 여대생 살인범의 유력한 용의자로 당일 피해자를 태운 택시운전사를 지목하고 31일 택시운전사 A(30)씨를 긴급 체포했다. 심문 과정에서 A씨는 살해범 조모씨가 피해자를 산격동 소재 모텔로 데리고 들어간 것을 봤다고 증언했지만 경찰은 A씨의 범행 여부만 추궁하다가 뒤늦게 모텔로 향했고, 약 6시간 동안 증거 없이 A씨에게 수갑을 채운 채 방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대구지부, 대구참여연대 등은 5일, 성명을 통해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며 전체 택시운전사를 범죄자로 취급하고, 1차 용의자로 지목, 검거한 택시운전사를 심문하는 과정에서 행한 인권침해에 대한 즉각적인 책임규명과 엄중 조치를 요구한데 이어 7일, 참언론대구시민연대(참언론)는 여대생 살인사건을 보도한 언론의 무분별한 선정보도를 비난했다.

“언론, 속보경쟁 매몰, 저널리스트 존재감 상실”
MBC, 조모씨 범행 영상 택시운전사로 추정 뉴스 내보내


참언론은 “대구 여대생 살해범은 검거됐지만 현재까지 경찰수사 뿐 아니라 언론보도행태는 수많은 과제를 남겼다”며 “경찰의 허술한 수사뿐 아니라 특종경쟁에만 매몰돼 사건의 사실관계보다 경찰발표 속보경쟁에 매몰된 일부 언론은 저널리스트로서 스스로의 존재감에 진중하게 반성하고 국민에게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언론은 “경찰은 1차 유력용의자로 택시기사를 주목했지만 주장만 있을 뿐 증명해주는 사실관계는 없었다”며 “언론은 경찰 주장의 시시비비를 따지기보다 경찰 발표자료대로 뉴스를 중계하며 법인 택시업계 전체를 범죄자로 취급하는 뉘앙스의 뉴스를 쏟아냈다”고 지적했다.

또, “MBC는 1일 새벽 6시 <뉴스투데이> 첫 번째 꼭지로 ‘대구 여대생 살해, 용의자 검거…당시 화면 단독 입수’라는 자료화면을 내보냈다”며 “해당 영상 속 인물은 택시기사가 아니라 또 다른 용의자 조모씨였지만 MBC는 이 영상 속 인물을 택시기사로 추정하고 뉴스를 내보냈다. MBC는 대형 오보를 냈을 뿐 아니라 해당 택시기사분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범했다”고 비판했다.

[출처: 뉴스민]

  영남일보 6월 5일자 6면(위), 조선일보 6월 5일자 8면(아래), '성도착 환자' '사이코패스' 등 선정적인 제목이 눈에 띈다. [출처: 뉴스민]

<조선>, <영남>, 성폭행 행위 상세 기술…선정 보도 일변
성범죄 보도 권고 기준 위반…인권위, 신문윤리위 진정 제기


이어, 참언론은 살인범 검거 이후 조씨의 행적에만 집중하며 성폭행 행위 자체를 상세히 기술하는 선정적인 보도를 일삼은 <조선일보>와 <영남일보>를 강하게 비난했다.

참언론은 “<조선일보>와 <영남일보>는 범죄자 조씨의 행적에만 집중하며, 성폭행 행위를 상세히 기술해 보는 이로 하여금 불쾌감을 줄 뿐 아니라 제2, 3의 모방범죄를 유도하고 있다”며 “이런 보도 행태는 재발방지정책을 요구하는 언론의 감시기능, 공익과 공공성이라는 저널리즘 정신에도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인권위와 한국기자협회가 합의한 ‘성범죄 보도 권고 기준’을 위반한 가능성도 높다”고 꼬집었다.

국가인권위와 한국기자협회는 지난해 8월 발생한 전남 나주 어린이 성폭행 사건 이후 연이은 유사 사건에 대해 언론사간 과열경쟁, 선정적 보도, 피해자의 2차 피해 유발 보도, 사회적 공분과 강력한 처벌 여론에 편승해 인권관점을 간과한 보도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자 12월 <성범죄 보도 권고 기준>을 제정해 언론의 선정적 보도에 제동을 걸었다.

전문, 총강(7조), 실천요강(10개항)으로 구성된 성범죄 보도 권고 기준의 실천요강을 살펴보면 △피해자와 가족 신상정보 공개 금지 △피해자 유인론(책임론) △성범죄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강화할 수 있는 보도 자제 △가해자의 범죄 수법과 수사상황의 지나친 상세 보도 금지 △가해자의 신상정보 공개 원칙적 금지 △수사기관이 제공한 정보의 적절한 활용 △미성년자 사건의 세심한 고려 △사진과 영상 등 사용 시 2차 피해 주의 △성범죄 예방과 관련 인식 제고 방안 적극 보도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참언론은 “<조선일보>와 <영남일보>의 보도행태는 실천요강을 위반한 보도”라며 “향후 문제가 된 기사를 취합, 꼼꼼한 분석 이후 신문윤리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등 관련 기관에 진정을 제기할 예정이며, 향후 강력범죄 보도의 틀과 기준을 만드는 데 근거 자료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참언론은 △경찰 시각에서만 뉴스를 편집, 억울하게 범죄자로 몰려 오해를 산 택시업계 뿐 아니라 해당 택시 기사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 △MBC는 뉴스 제작과정의 오류를 정중히 사과하고 재발방지책 마련할 것 △<조선일보>, <영남일보>는 저속한 선정적 뉴스 생산 즉각 중단, <성범죄 보도 권고 기준> 준수할 것 등을 요구했다. (기사제휴=뉴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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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 저널리즘 , 성범죄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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