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장관 민주노총 다녀가더니 농성장 싹쓸이 철거

"12, 13일 남북회담 때문에 철거했나"...계속 대치

서울 지역 농성장 3곳이 10일 하루 만에 모두 강제 철거됐다. 서울 중구청이 쌍용차 대한문 분향소와 재능교육 해고자 농성장을 철거하더니 서울 서초구청이 현대차 양재동 본사 비정규직 농성장을 철거했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7일 취임 후 처음으로 민주노총을 방문해 ‘노정교섭’으로 노동현안을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주말 이틀 포함해 3일 지난 뒤에 이루어진 일이다.

이들 세 곳은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노동 문제를 고스란히 보여줄 뿐만 아니라 현재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노동 현안이라는 데 공통점이 있다. 때문에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민주노총과의 면담에서 밝힌 노정교섭을 통한 노동현안 해결 입장이, 진정성도 없는 '거짓말'이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민주노총은 “대화를 하자며 민주노총을 찾아 온 방하남 장관의 미소는 결국, 노동자들의 뒤통수를 치고 민주노총과 투쟁현장을 갈라 치려는 음모의 미소였단 말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쌍용차 해고자, 재능교육 해고자, 현대차 비정규직 ‘울분’

서울 중구청은 직원 50여명을 동원해 10일 오전 9시 20분경부터 쌍용차 대한문 분향소를 강제 철거했다. 강제 철거에 항의하던 이들은 중구청 책임자가 “쓰레기를 치우라”고 했던 말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고 했다.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 24명의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차려진 대한문 분향소 농성물품은 ‘쓰레기’로 둔갑했다.

철거에 항의하던 이들은 1, 2차로 나눠 연행됐다. 먼저 김정우 쌍용차지부장, 문기주 정비지회장 등 6명이 연행됐다. 경찰이 기자회견을 막아 이에 항의하던 이들도 차례로 추가 연행됐다. 양동규 금속노조 부위원장, 김태연 쌍용차 범국민대책위 상황실장 등을 포함해 10명이다.



서울 중구청은 쌍용차 해고자의 대한문 농성이 불법이라고 주장했고, 남대문경찰서는 지난달 30일 쌍용차 범대위에 ‘옥외집회 금지 통고서’를 보냈다며 마찬가지로 ‘불법’을 주장했다.

쌍용차 범대위는 10일 성명서를 내고 “중구청은 계고장 하나 없이 대한문 분향소를 기습 철거했고, 경찰은 계고장 없이 불법으로 철거하는 중구청을 도왔다”며 “남대문서의 집회금지 통고에 대해 쌍용차 범대위는 금지통고 취소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적 다툼 중인데, 이를 알고 있는 경찰과 중구청은 법원의 판단이 나오기도 전 기습 철거를 단행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들은 “경찰이 연행과정에서 보여준 폭력성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며 “쌍용차 문제 해결과 24명의 죽어간 쌍용차 노동자들을 위해 차려진 대한문 쌍용차 분향소가 또 다시 경찰과 중구청에 의해 짓밟히고 유린됐다”고 호소했다.

또한 중구청은 같은 날 오전 9시 30분 경 서울시청 인근 소공동 환구단 앞 재능교육 해고자 농성장도 강제 철거했다. 이들은 강제 철거된 장소에서 현수막을 펼치고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인근에 마련된 현대차 비정규직 농성장도 10일 오후 강제 철거 됐다. 김성민 울산공장 해고자는 “30여명의 서초구청 직원이 행정대집행 한다며 깔개, 비닐 등 농성 물품을 강제 수거해 간 뒤 경찰이 우리의 사지를 들어 본사 정문에서 50미터 가량 떨어진 버스정류장으로 끌어냈다”고 말했다.

오후 4시경 끌려나온 이들은 현재 현대차 본사 앞 농성 장소로 돌아가기 위해 경찰과 계속 대치중이다. 현대차 아산, 전주, 울산 공장 사내하청 3개 지회는 현재 긴급회의를 열고, 확대간부 파업을 결의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현재 현대차 본사로 집결해 항의 집회를 연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불법파견 비정규직 정규직화’, ‘불법파견 자행한 현대차 정몽구 회장 구속’을 촉구하며 본사 앞에서 50일째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농성장 침탈 최고 책임자는 박근혜 대통령”

민주노총은 10일 성명에서 “한국 현대사의 큰 획이자 민주주의의 길을 열었던 6.10항쟁 26년이 되는 날, 박근혜 정부는 쌍용차 대한문 분향소와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양재동 농성장을 침탈 철거했다”며 “통탄함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노총은 “남북대화 분위기에 언론이 쏠리고 지난 주 고용노동부장관의 민주노총 방문으로 유화국면을 꾸며냈으니,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뽑아버리고 폐기하면 그만이란 말인가”라며 “민주주의의 날에 이런 짓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정권이 무슨 양심으로 국민행복을 말하고, 사회통합을 운운하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은 “오늘의 사태를 엄중하게 받아들인다”며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날에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상징하는 농성장을 짓밟는 박근혜 정부와 어떤 대화를 할 수 있을지 회의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전국금속노조도 10일 성명을 내고 “쌍용차와 현대차 노동자들의 농성장 폭력침탈은 그 의도가 심히 의심스럽다”며 “6월 12일부터 13일에 서울에서 개최될 남북당국자 회담을 앞두고 서울의 깨끗한 모습을 연출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되묻고 싶다”고 제기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경찰과 구청이 나서서 농성장을 침탈했다하더라도 최고책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라며 “박근혜 정부는 농성장 침탈이 아니라 사태 해결에 즉각 나서야한다”고 주장했다.
태그

비정규직 , 해고 , 농성장 , 파견법 , 정몽구 , 분향소 , 노동부 , 대한문 , 정규직 , 정리해고 , 고용노동부 , 민주노총 , 현대차 , 불법파견 , 재능교육 , 쌍용차 , 방하남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정재은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