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기사 나눠주면 박근혜 낙선운동? 대학강의 불법사찰 논란

경찰, 대학교수 강의 내용 두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

대구경찰청 보안수사대가 대학교수의 강의 내용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조사해 대학강의 불법사찰이 논란이 일고 있다. 더불어 보안수사대는 해당 교수를 ‘대구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대구평통사) 활동을 이유로 국가보안법 고무 찬양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한 사실도 밝혀졌다.

영남대 사회학과 비정규교수이며 대구평통사 운영위원인 유소희 교수는 지난 4월 17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대구경찰청 보안수사대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했다. 유소희 교수는 “집에 있는데 학생이라고 하면서 누가 찾아왔다. 어떤 급한 일이 있어 집까지 찾아왔나 싶어 문을 열어줬더니 경찰이 들이닥쳐 국가보안법 고무찬양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한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대구경찰청 보안수사대가 유소희 교수 자택에서 압수수색한 물품 [출처: 뉴스민]

경찰은 평통사 운영위 회의자료와 자료집, USB, 휴대폰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같은 혐의로 백창욱 대구평통사 대표의 집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당시 경찰은 전국적으로 평통사 회원들을 압수수색해 공안탄압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4월 18일 보안수사대로부터 조사를 받은 유소희 교수에 따르면 경찰은 대구평통사 운영회의와 운영총회에 참석하여 결의안을 가결한 내용이 이전의 북한 노동신문에 실린 내용과 유사해 국가보안법 고무찬양 혐의를 적용했다.

<한겨레>기사 스크랩 활용이 박근혜 후보 낙선 운동한 것?

조사받던 중 유 교수는 경찰로부터 또 다른 혐의를 적용받았다. 유 교수가 공직선거법 위반 피의자라는 것.

경찰은 유 교수가 2012년 2학기 ‘현대대중문화의 이해’ 강의에 <한겨레> 기사를 스크랩해 수업 자료로 활용한 것을 두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한 사전 선거운동이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후보를 비판하는 내용의 신문 자료를 발췌, 편집, 복사해서 배포한 것이 낙선운동이자 사전선거운동이라는 것이다.

  유소희 교수가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나눠준 신문 기사 스크랩 내용의 일부 [출처: 뉴스민]

경찰이 문제 삼은 자료는 유 교수가 2012년 9월에 학생들에게 나눠준 <한겨레> 기사 스크랩(무언관 방문기, 과거가 쏟아내는 질문, 원칙주의자를 위한 사과의 원칙, 종박의 추억, 유신 괴물)과 10월 나눠준 <한겨레> 기사 스크랩(에릭 홈스봄, 일본 방사능 국내영향 보고서 폐기 외압 의혹 짙어져, 환경 과학원, 국정원 보고 뒤 연구 중단, 박근혜 대통령 불가론의 출처(정연주 칼럼)) 등이다.

유소희 교수는 “유신헌법의 박정희 대통령의 따님인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유력 후보여서 마침, 한국의 시대 구분별 대중문화를 언급할 때 유신과, 긴급조치 등등(다른 현대사의 사건들도 역시 언급함)으로 대중문화에 대한 검열과 통제가 많이 언급되는데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로 활용하기에 좋았다”며 “수업자료를 가지고 자기들의 자의적 잣대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저를 피의자 신분으로 만드느냐”며 경찰의 자의적 잣대를 비판했다.

  영남대 사회학과 유소희 교수 [출처: 뉴스민]

유 교수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경찰로부터 수업 중 있었던 구체적 상황까지 전해 들었다. 유소희 교수는 “경찰의 조사 이후 수업을 열심히 듣는 학생을 보면 사찰당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하게 된다”며 경찰이 대학 강의실에 대한 사찰까지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교수단체, “대학강의 불법사찰은 학문과 사상의 자유 침해”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교수단체는 공안당국의 행태를 대학강의 불법사찰로 규정하고 박근혜 정부를 규탄하고 나섰다.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전국교수노조, 대구평통사, 통합진보당 등은 11일 오전 대구검찰청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소희 교수 강의를 불법사찰한 사례는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파렴치한 행각”이라며 검경과 정권을 규탄했다.

[출처: 뉴스민]

유소희 교수는 “처음 3차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을 때는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선거법 위반 혐의까지 적용하자 상식적 수준을 벗어난 탄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자신들이 원할 때 평화세력, 민주주의 세력에게 여전히 구태의연하게 국가보안법을 들이대고, 비판적 지성과 학문의 자유를 주창하는 대학 수업을 감시, 사찰하는 보안수사대의 행태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백창욱 대구평통사 대표는 “국가보안법 혐의 적용을 넘어 수업 사찰까지 진행하는 것은 공안의 도를 넘는 탄압이다. 정권 비판 세력에게 가해지는 탄압에서 누구라고 안전할 수 있겠느냐”며 검경의 태도에 강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병태 통합진보당 경북도당 위원장은 “학문의 성지인 대학에 들어와 사찰하는 뻔뻔한 작태는 정권의 실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깨어있는 지식인들이 강의에서 불법 사찰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도록 확산시켜 나가자”고 말했다. (기사제휴=뉴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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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 평통사 , 유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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