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 대상 타임오프 한도 조정했지만 초라해

근심위 타임오프 개정안 의결...노동계 입장 갈려

타임오프 한도가 일부 조정됐다.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가 13일 밤까지 회의하는 등 노사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난항을 겪다 14일 새벽 표결 끝에 타임오프 한도(노조 전임자 근로시간 면제한도)를 결정하고 올 7월 1일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이 내용을 두고 경총 등 사용자 쪽은 물론 노동계도 입장이 갈리는 상황이다.

공익위원, 노동계위원, 사용자위원 각 5명씩 15명으로 구성된 근로시간면제심사위원회(근심위)는 근로시간 면제한도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14일 밝혔다. 민주노총은 빠진 채 결정됐는데, 앞서 민주노총 노동계 위원은 근심위 중단을 요구하며 지난 6월 7일 퇴장했다.

개정안은 조합원 100명 미만 구간을 통합해 근로시간 면제한도를 2000시간(전임자 1명)으로 조정했다. 노조 조합원 규모가 100명 미만일 경우에도 일괄적으로 근로시간 면제한도를 2000시간으로 적용한 것이다.

그동안 조합원 50명 미만은 1000시간(전임자 0.5명), 50~99명의 경우 2000시간(전임자 1명)이 적용돼 조합원 수 49명 이하인 영세사업장은 노조가 결성됐더라도 노조 전임자를 둘 수 없었다. 이에 따라 기업규모에 따른 한도 구간은 기존 11구간에서 10구간으로 축소됐다.

사업장이 전국 각지에 분포된 조합원 1000명 이상 사업장에 대해 기존 면제한도에 지역분포 정도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하는 내용도 신설됐다. 사업장이 전국에 분산된 노조에 대해 이동시간 등을 감안해 추가시간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조합원 5% 이상이 분포된 광역자치단체의 수가 5곳 이하이면 10%, 6~9곳은 20%, 10곳 이상은 30% 등의 가중치를 준다.

또한 근심위는 근로시간 면제한도 증가에 따른 사용자 쪽의 반발과 우려를 감안해 앞으로 특별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 한해서만 재심의하기로 의결했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출처: 한국노총]

민주노총은 이를 두고 “타임오프는 일부 조정이 아닌 근본적 개정이나 폐기의 대상”이라며 “밀실거래라고 보기에도 초라한 타임오프 한도 조정”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만 근로시간 면제한도 시간을 늘린 것은 그나마 ‘거래’라고도 할 수 없을 만큼 미흡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번 근심위 결정이 타임오프의 본질적인 성격을 변화시키지 않는 ‘미봉책’이라고 주장했다. 타임오프가 노조 활동을 제약하고, 민주노조 운동의 기반 자체를 와해시키기 위한 개악된 법이라 ‘개정’이나 ‘폐기’해야 할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은 “타임오프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등 개악된 노조법은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근본적 개정을 논의하는 것만이 진정한 노사정 타협을 이룰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민주노총은 한국노총도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5월 30일 발표한 노사정 협약은 정부, 경총, 한국노총의 밀실야합인데, 정부는 한국노총이 참여하는 대가로 급작스레 근심위 논의를 본격화했다. 정치적 의도와 거래로 시작된 근심위 논의”라며 “그 결과 한국노총이 정부와 사용자로부터 기만을 당했다고 봐야할 정도”라고 꼬집었다.

게다가 타임오프와 함께 도입된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에 대해서 근심위에 참여한 노동계가 어떠한 결과도 내오지 못하자 이번 타임오프 한도 조정 결정이 의미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한국노총은 근심위 결정에 대해 “50인 미만 영세사업장 노조를 고려한 아쉽지만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평했다. 2010년 타임오프제도 도입 이후 정부의 지배와 간섭으로 노사 자율성이 침해받고 노조 활동이 위축된 점을 고려할 때, 미흡한 결정이지만 영세사업장 타임오프 한도가 조정되어 다행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노총은 “정부와 국회는 노동기본권이 존중되고 집단적 노사관계에서 노사자율이 보장되도록 관련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며 “특히 공익위원이 권고한 상급단체 파견 전임자가 근로시간면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법과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경총, 전경련 등 사용자 쪽은 “현행 근로시간면제한도도 실제 조합 활동에 필요한 시간보다 과도하게 책정돼 있어 점진적으로 합리적 수준으로 축소할 필요가 있었다”면서 이번 근심위 결정에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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