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노동자들의 특별한 나들이

화려함에 가려진 에버랜드 노동자들의 눈물

“당신의 노동에 감사드립니다”

금속노동자들이 에버랜드 나들이에 나섰다. 금속노조 경기지부가 임단협 투쟁 일정에도 에버랜드에 나들이를 간다하니 저절로 관심이 갔다. 20일 오후, 삼성지회가 소속된 금속노조 경기지부와 경기지역 시민사회단체 소속 활동가들이 진행한 삼성 에버랜드 ‘나들이 투쟁-놀자’에 함께 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경비용역들이 분주하다. 삼성지회 조합원들을 볼 때마다 2-4명씩 회사 관계자들과 경비용역들이 따라 붙는다. 저마다 손에는 비디오카메라와 사진기 등이 들려 있었다. 오히려 회사측의 삼엄하고 긴장된 모습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시작한다.

[출처: 뉴스셀]


[출처: 뉴스셀]

회사 측 관리자들의 전투적인 태도에 비하면 나들이에 참가자들의 행동은 놀라울(?) 정도로 평화적이었다. 에버랜드에 들어가서 놀이기구 타고, 꽃구경도 하다가 ‘당신의 노동에 감사드립니다’라는 작은 플랑을 들고 사진을 찍는 게 전부다. 구호를 외치는 것도, 용역경비와 싸움을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최근 10년 동안 놀이동산에 와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처음에는 어색함과 설렘, 긴장감이 뒤섞여 자연스럽지 못했다.

시끌벅적 노동자들의 유쾌한 나들이

참가자들은 두 시간 가량 에버랜드 곳곳을 돌며, 사진을 찍었다. 에버랜드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놀러온 시민들, 외국인들도 이 독특한 풍경을 관심 있게 바라본다. 에버랜드 안에서 단체사진을 찍을 때, 그 집단을 표현하는 현수막이나 소품 등과 함께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관광객들의 단체 티셔츠나 학생들의 상징물도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단지 ‘노동’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플랑으로 범죄자 취급하는 삼성 에버랜드의 태도에 참가자들은 불쾌해 했다.

“용역경비들이 사진을 찍어 대서, 왜 우리 얼굴을 찍냐, 사진을 지우라고 했더니 사진 찍은 사람은 도망 가버리고, 다른 용역경비들이 저희를 막아섰어요. 옆에서 보시던 한 시민은 영화 촬영하는 줄 알았다면서 삼성 용역경비들의 대응에 놀라시더라고요. 우리가 위법을 한 것도 아닌데, 노동자는 돈 내고 손님으로 와도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나 기 막히기도 했고요.”

“우리를 채증하고, 놀이기구도 못 타게 하기도 하고… 회사 관리자들과 용역경비들의 대응을 보면서 삼성이 굉장히 긴장하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삼성의 이런 반응은 처음에 어색해하던 참가자들의 의지를 북돋웠다. 각 조마다 다양한 포즈를 취하기도 하고, 좀 더 특색 있는 사진을 찍기 위해 상의하고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보니 증명사진 같던 포즈들이 재미있어 지고 표정들도 더 신나게 바뀐다.

[출처: 뉴스셀]


[출처: 뉴스셀]

오늘도 삼성은 노동탄압 중

나들이가 끝나갈 즈음 금속노조 경기지부 관계자 한 분이 핸드폰을 꺼내 보여준다.

“금일 외부단체와 연계하여 수십 명이 손님으로 가장하여 파크에 입장하여 집단행동 및 놀이기구에 탑승하여 퍼포먼스를 실시할 계획이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회사는 소문이 사실이 아니기를 기대합니다. 위와 같은 행위는 고객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행위임과 동시에 고객의 안전까지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로 노사간 불필요한 마찰만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입니다. 또한 이는 정당한 조합활동이라고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만약 위 소문이 사실이라면 조합에서는 즉시 계획을 철회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합니다. 회사의 자제촉구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불미스런 사태에 대해서는 조합과 삼성지회 지도부에 책임이 있음을 통지하니 이점 유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인사팀 김00 차장

“협박”, 자연스럽게 “협박”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거대한 삼성일가에 맞서 노동자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 자체가 큰 결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처: 뉴스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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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히 나들이가 끝났다고 생각할 즈음 회사 측이 부산하게 움직였다. 마지막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참가자들을 회사 관계자들과 용역경비들이 카메라를 막아서고 사람들을 둘러쌌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어린이들과 함께 왔던 주변 시민들의 당황해 했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여기서 이러면 사람들이 다 본다. 사진 찍지 마라.”고 제지하며 “나가라”고 했다. 잠깐의 실랑이가 오고갔으나 경비용역들은 막무가내다. 나들이 참가자들은 고객센터로 가서 이날 있던 미행과 채증, 퇴거요청 등에 항의하며 “에버랜드 책임자의 사과와 환불”을 요청했다. 고객센터 담당자는 “지금은 책임자가 없으니 다음날 답변을 주겠다”고 했다. 노동탄압은 계속되나 항상 책임자가 없는 삼성의 태도는 에버랜드에서도 계속됐다.

[출처: 뉴스셀]

함께 맞잡은 손에 희망을 찾다

나들이를 마친 참가자들이 서로 신나게 무용담을 말한다.

“놀이기구 타다가 플랑 들고 사진 찍는데 어찌나 멀미가 나던지… 그래도 우리가 특이한지 시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던데요.”

“우리가 사진 찍을 때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쳐다봐요. 삼성지회에 도움이 된다 생각하니깐 보람도 있고요”

“색다른 연대가 삼성지회 조합원들에게나 참가한 다른 투쟁사업장에게나 서로 힘을 주지 않았나 해요. 즐거웠어요.”

[출처: 뉴스셀]

그래도 이날 가장 힘을 받은 것은 삼성지회 조합원들이었다.

“직접 일하던 장소에 금속노조가 함께 한 것은 처음인데, 금속노조인 게 뿌듯함을 느꼈어요. 회사에서 감시도 하고 미행도 하지만, 경비용역들도 함부로 못하는 걸 보면서, 연대의 필요성을 느꼈어요. 저희도 어 려운 사업장에 꼭 연대할 겁니다. 힘이 많이 됐습니다.”

나들이 투쟁에 에버랜드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호의적인 반응도 확인할 수 있었다. 경비용역들 몰래 다가와서 삼성 조합원들에게 인사하는 사람, 전화로 ‘화이팅’하라고 응원하는 사람…

“앞에 나서지는 못하지만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현장에 많으니깐… 끝까지 희망 잃지 않고 갈 것입니다.”

에버랜드의 화려함 뒤에는 에버랜드를 화려하게 밝혀주는 노동이 있었다. 에버랜드를 찾는 이에게 웃음으로 맞이하는 노동자들의 웃음 뒤에는 남몰래 흘리는 눈물이 있었다. 회사의 노동탄압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삼성 노동자들의 옆에는 그들의 손을 맞잡은 사람들이 있었다. (기사제휴=뉴스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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