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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 의무 재판정에서 등급 외 판정을 받고 억울함을 호소하며 동 주민센터에서 자살한 박아무개 씨의 빈소를 고인의 누님이 지키고 있다. [출처: 비마이너] |
“장애 의무 재판정은 반인권적 잣대” 비판
장애 의무 재판정에서 등급 외 판정된 장애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기도 의정부에 사는 박아무개 씨(39세)가 지난 3일 장애 의무 재판정에서 등급 외로 판정받자 억울함을 호소하며 동 주민센터를 찾아가 자살했다.
박 씨는 3일 늦은 5시 45분경 유서를 들고 동사무소를 찾아 직원에게 3부를 복사해 달라고 한 뒤 청와대, 의정부경찰서, 의정부시청 등 세 곳에 보낼 것이라며 직원에게 우편봉투에 주소를 적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박 씨는 유서를 들고 칼로 흉부를 찔러 자해했다. 박 씨는 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늦은 8시 40분경 끝내 숨졌다.
박 씨는 유서에서 “재판정을 받으러 가 간질 증상에 대해 설명했지만 기록하지 않았다”, “기록만 보고 장애 판정하는 공단의 관행을 고쳐 달라”, “서류만 보고 판결 내리는 장애 판정에서 대법원에서 판결해달라”, "공단의 장애판정 정하는 사람들을 조사하시고 잘못 진료하는 의사들을 조사해주시면 감사하겠읍니다", "장애 비장애 떠나 평등사회 만들어 주세요"라는 등 억울함을 호소했다.
현행 장애인복지법상 간질장애는 3년에 한 번씩 장애 의무 재판정을 받아야 한다. 고인은 2010년에도 재판정을 받아 간질장애 3급에서 4급으로 등급이 하락한 바 있다.
이날 영안실을 지키던 고인의 누나 박아무개 씨는 “어렸을 때 간질이 오면 쓰러져서 한참 경기를 일으켰는데, 익숙해지다 보니 간질 증상이 나타나려고 하면 멍하니 앉아 좀 가라앉히는 방법을 찾았다”라면서 “장애가 나아진 것이 아니고 대처하는 방법을 찾은 것뿐인데 그것을 장애가 없어졌다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박 씨는 “동생이 혼자 살아 형제들이 조금씩 용돈을 줬었는데 미안하니까 4년 전에 수급자 신청을 했다”라며 “형제들이 살고 있는 부산에 내려와 함께 살자고 했지만, 수급자로 혼자 살 수 있다고 했다"라며 슬픔을 표했다.
박 씨는 다섯 살 때 간질장애가 확인됐으며 성인이 된 뒤 형제들의 지원을 받다가 집안의 짐이 되는 것이 부담스러워 수급자 신청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 5월 27일 장애 의무 재판정 심사에서 장애 등급이 등급 외로 나오자 수급자에서 떨어질 것을 우려해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장애 1~4급을 근로무능력자라고 판단한다. 그러나 박 씨와 같이 장애등급이 나오지 않으면 근로능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자활사업에 참여하는 조건부 수급자가 돼야 하고, 자활사업에도 참여하지 않으면 추정소득이 잡혀 수급자에서 탈락한다.
4일 밤 이날 장례식장을 찾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장애 의무 재판정은 반인권적 잣대”라고 못 박고 “기존의 등급체계 자체가 문제시되는 상황에서 장애 재판정이 장애인의 삶을 옥죄는 폭력적인 수단으로 활용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형숙 회장도 “국민연금공단 의정부지사 장애인지원센터장에게 전화해 '박 씨가 장애등급 탈락으로 기초생활수급자에서 떨어지는 걸 알고 있느냐'라고 물었더니 ‘아니다. 수급자격 유지 여부에는 영향 없다.’라고 하더라”라며 “하지만 현행법상 장애등급이 없으면 근로 능력자로 여겨져 일해야 하는데 센터장이 이런 내용조차 알지 못하고 있으면서 어떻게 장애인에게 필요한 지원을 하느냐”라고 지적했다.
고인은 현재 의정부성모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되어 있다. (기사제휴=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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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소를 찾아 고인을 조문하고 유족을 위로하는 장애인활동가들 [출처: 비마이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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