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수 씨는 2010년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개입 논란이 되었던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주)의 직원이다. 당시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는 경비직 외주화 시도에 반대해 태업을 벌였고, 회사는 직장폐쇄를 감행했다. 이후 회사는 입맛에 맞는 조합원을 먼저 선별복귀 시켰고, 29명의 금속노조 조합원을 해고했다.
해고되지 않은 금속노조 조합원은 박진수 씨를 포함하여 현재 7명. 이들은 직장폐쇄 이후부터 지금까지 차별과 감시의 대상이었다. 직장폐쇄 당시 현장 미복귀자(직장폐쇄 대상)들은 2010년 노동조합 형태전환 투표할 때 CCTV 감시 아래 타 직원과 구분된 투표함에 투표해야만 했다. 박진수 씨는 “누가 기업별 노조 설립을 반대하는지 알 수는 없더라도 미복귀자 투표함에서 반대표가 일정이상 되면 직장 복귀 못 할 수 있다는 분위기는 확실했어요”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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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수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 조합원 [출처: 뉴스민] |
금속노조 조합원에 대한 집요한 차별
박진수 씨가 금속노조를 탈퇴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회사에 알려지자, 그는 차별과 탄압을 겪기 시작했다. 당시 회사는 금속노조를 탈퇴하지 않은 직원을 중심으로 ‘TFT’팀과 ‘지피지기’팀을 꾸렸다. 그리고 이들에게 정신교육과 강도 높은 처벌성 업무를 부과했다.
박진수 씨도 TFT팀에 배속됐다. TFT팀에 배속되면 무엇보다도 성과급을 받지 못했다. 늦둥이 자식 둘 학비 댈 생각과 병환이 있는 어른도 모셔야 한다는 생각에 아득했다. 회사는 박진수 씨에게 TFT팀을 벗어나게 해준다며 금속노조를 탈퇴 서명을 종용했다.
그의 식사시간도 쓸쓸해졌다. 동료들은 식사시간에 앉을 자리가 없어도 금속노조 조합원이 밥 먹는 테이블에는 앉지 않았다. “밥 먹을 때 자리가 없어서 서 있으면서도 제가 있는 테이블에는 사람들이 오지 않았어요. 지금도 마찬가지고... 밥 먹는 시간이 즐겁지 않으니 살맛도 안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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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화랑대 교육. 회사는 피티체조와 한강철교 등을 지시했다. 금속노조 미탈퇴자들은 사무실 복도 통로에 혼자 배치돼 부서장에게 집중적으로 관리되고 풀뽑기 등의 작업도 시킨다. [출처: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 |
박진수 씨를 비롯한 금속노조 조합원들은 지금도 여전히 일상적 감시 속에서 근무 중이다.
“전에 근무 중에 메시지를 한 번 확인한 적 있는데, 관리자가 그걸 가지고 동영상을 찍었다며 핸드폰 검사를 요구했어요.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받고 있는 거예요. 또 한 번은 화장실을 갔다 왔는데, 2분도 안 걸렸는데 관리자가 쫓아와서는 사유서를 쓰라고 했어요. 발레오전장노조(기업노조) 사람들은 근무시간에 담배도 피우고 할 거 다 하는데 유독 금속노조만 엄격하게 감시를 하고 있어요”
한 번은 억울한 마음에 격한 생각도 들었다. 사사건건 간섭하고 감시하는 관리자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회사의 부당한 처우에도 어찌할 수 없어 억울한 마음만 쌓이고 쌓이다 보니 ‘죽이고 싶다’는 마음이 ‘죽고 싶다’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우리 회사에도 차에서 연탄불을 피워 돌아가신 분이 있어요. 이전에는 가정도 있는 사람이 무책임하다고, 그럴 용기로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이야기를 했겠지만, 저도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심지어 그런 행동을 따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 때가 있어요. 심정이 이해가 되는 거예요”
박진수 씨가 갖은 차별을 받고 스스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까지 이르게 된 것은 오로지 금속노조를 탈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과급 대상에서 제외되고, 그래서 가정을 유지하기조차 힘들어지고, 혼자 밥 먹고, 하던 일과 동떨어진 잡다한 일을 관리자의 감시 속에서 해내야만 하는 모든 상황이 금속노조를 탈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박진수 씨는 금속노조를 포기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단지 미안한 마음 때문이었다. 가장 막바지로 직장에 복귀했지만, 복귀 순간부터 해고자들에 미안한 마음에 출근길이 고역이었다.
“형님 고개 드십시오”라며 해고자로부터 격려를 받고는, 지근거리에서 도보로 출근하던 박진수 씨는 승용차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차마 해고자를 볼 수 없었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고개 드십시오'라고 하는데, 더 미안하죠. 그런데 회사는 금속 탈퇴한다는 서명을 받는다니, 이걸 하는 순간 해고자들하고는 완전히 남이 된다는 생각에 이것만은 응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사의 압박에도 바뀌는 현장 분위기
현재 서울고등법원은 총회를 통해 금속(산별노조)에서 기업노조로 조직형태변경 한 것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회사는 금속노조를 여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는 7월 9일부터 20일까지 노조사무실 출입 농성을 진행했다. 그 결과 강기봉 사장은 20일 금속노조와 △지문인식기 체크 후 조합 사무실 출입 △조합원 차량 등록증 제출, 차량출입증 발급, 운전석 유리 부착 후 출입 △회사는 조합 업무 수행할 수 있도록 조합사무실 비품 협조 8월 5일까지 완료한다는 합의를 했다. 사실상 금속노조를 인정하는 듯 했다.
그러나 이틀이 지난 22일, 강기봉 사장은 회사 직원 500여명이 모인 조회 자리에서 “이 사건은 폭도들이 우리 회사를 무력으로 침탈한 것”이라며 금속노조 조합원을 ‘폭도’로 규정했다. 더불어 강기봉 사장은 해고되지 않은 금속노조 조합원 7명에 향해 “(금속노조와의 문제가) 노사 간 문제가 아닌 외부 침탈세력을 향한 향전과 교전임에도 불구하고, 뒤에서 딴짓하는 직원들에 경고한다. 제자리에 돌아오길. 그렇지 않으면 본인들의 행위에 분명한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드릴 것”이라며 압박했다.
하지만 박진수 씨는 회사의 갖은 탄압과 법원 판결도 무시하고 금속노조를 인정하지 앓으려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조금씩 반전되는 중이라고 한다.
“법으로도 이겨가고 있습니다. 회사 안에서도 이건 아니다는 여론이 퍼지고 있어요. 처음에 아는 척도 못 하던 동료들이 이제는 인사도 합니다. 한번은 식구들과 외식으로 칼국수를 먹은 적이 있었는데, 누가 계산을 해 놓고 갔습니다. 종종 겪는 일이에요. 술 한잔 하고 계산하려고 보면 이미 누가 해 놓기도 하고. 그러고 집에 가면 전화가 와서 취기 오른 목소리로 ‘모른척 해서 많이 섭하지 않느냐’고 묻기도 합니다”
“지금은 일부 동료들이 회사에 못 이겨 구사대 노릇을 하지만, 그네들도 지킬 것이 있어 내키지 않는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을 이해한다”고 말하는 박진수 씨는 은연중에 다시 담배를 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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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내에서 피케팅 중인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 조합원(비해고자). 왼쪽은 회사의 관리직과 사무직이다. [출처: 뉴스민] |
이 세상이 잘못됐다 하더라도 한 번쯤은 진실이 밝혀지고 정의가 이기는 걸 보고 싶다는 박진수 씨. 법원 판결마저 회사에 강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끝내 ‘이긴다’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 하지만 지금까지와 같이 여러 사람과 함께 정당한 목소리를 내다보면 마땅한 성과를 얻을 지도 모를 일이다. 작은 성과지만 결국 회사와의 싸움을 통해 얻은 합의서를 시작으로 절망의 공장 발레오에 민주노조라는 희망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기사제휴=뉴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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