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삼성 본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의 이종란 노무사는 서초경찰서 소속 경찰관에게 황당한 체포를 당했다. 경찰관들의 석연치 않은 공무집행에 ‘삼성에 돈 받았나’라고 중얼거렸다는 이유로 경찰관 명예훼손 현행범으로 체포된 것이다. 이 노무사의 황당한 체포에 항의하며 파출소를 찾은 삼성반도체 사망노동자의 한 유족은 경찰이 파출소 문을 걸어 잠그자 고성을 질러 모욕죄로 역시 현장에서 체포됐다.
이종란 노무사는 <참세상>과 통화에서 “우리가 인도를 막고 있는 삼성 버스를 치워달라고 부른 경찰이라 차분하게 1인 시위 보장을 요구했는데, 경찰이 공무집행을 촬영하는 분에게 초상권 침해 운운하며 연행하겠다는 말을 했다. 경찰의 그런 태도에 1인 시위를 하러 늦게 오신 유족과 눈이 마주치는 과정에서 중얼거리듯 ‘돈 받았나’라고 얘기했는데 경찰이 들었다. 그게 귀에 거슬렸나보다. 시민이나 경찰을 향해 소리를 지르며 한 얘기도 아닌데 그 한마디를 내뱉었다고 바로 현행범으로 연행한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노무사는 “본때를 보여 준다는 식으로 연행을 쉽게 남발한 것”이라고 경찰의 과잉대응을 지적했다.
경찰 측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서초서의 한 관계자는 “경찰관을 상대로 삼성에 돈을 받아먹었냐는 식으로 시끄럽게 떠들었던 것으로 안다. 경찰관도 명예가 있다”며 현행범 체포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이를 두고 박주민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는 “신원 정보를 확보해두고 증인도 있었기 때문에 긴급하게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것은 과잉대응”이라며 “또한 국가기관이나 공무원들에 대한 비난이나 비판이 명예훼손이 되는지도 논란이 많다. 경찰이 공무집행에 대한 비판이라면 단순한 개인 간의 다툼인 명예훼손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종로서는 노동자 뺨 때리고, 남대문서는 법원 결정 무시
이 같은 경찰의 집회 시위에 대한 몰상식적인 과잉대응은 24일에만 서울에서 3건이나 됐다. 같은 날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인 시위를 하던 도중 경찰에게 뺨을 맞았다고 주장했다. 관할서는 종로경찰서였다.
학교비정규직 노조에 따르면 이날 오후 경찰은 청와대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박금자 학교비정규직노조위원장을 방해하고, 여경들은 이에 대해 항의하던 노조 지부장들의 손을 꺾고 뺨을 때렸다는 것이다. 노조는 경찰 폭력 사태가 발생하자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와 함께 종로경찰서 앞에서 조합원 폭행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정희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경찰은 사과를 요구하는 여성 노동자의 뺨을 때리고 손가락을 꺾었다”며 “경찰은 학교비정규직 여성노동자를 보호하고자 했던 대구 일반노조 권택흥 위원장을 연행해서 적반하장으로 조사를 하고 있다. 여왕님을 모시는 경찰이 아니라 시민의 자유를 보장하고 보호하는 경찰로 하루 빨리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역시 같은 날 대한문 쌍용차 분향소도 남대문 경찰서의 과잉 대응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미 대한문 분향소 집회는 경찰이 대한문 집회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국가인권위 결정이 난데다 서울행정법원도 집회 제한 통보 효력정지를 결정했다. 하지만 이 날도 남대문경찰서는 민변 변호사들의 집회장소를 점거해 사실상 집회를 막았다.
민변은 앞서 대한문 앞 화단설치의 위법성을 규탄하기 위해 24일부터 26일까지 화단 앞에 적법한 집회신고를 해 놓았다. 집회신고 첫 날인 이날 오후 5시에 민변은 ‘집회 통제를 위한 화단 설치의 위법성 규탄과 집회의 자유 회복을 위한 시민 강연 한마당’을 벌이려 했지만 경찰은 집회 장소를 점거하고 철수하지 않았다.
다음날인 25일에도 경찰이 집회 장소를 점거하자 민변 변호사들이 강력히 항의했지만 경찰은 권영국 변호사 등 2명의 변호사와 이를 제지하는 박성식 민주노총 국장을 공무집행방해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이날 경찰의 적법한 집회 방해와 변호사 체포 감금은 형법상 불법 체포감금죄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기덕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찰이 단체로 저지른 행위라 법대로라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2년 이상 3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중범죄로 오히려 경찰을 현행범 체포해서 검찰에 넘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주민 변호사는 “경찰은 집회나 시위를 하는 사람의 편의나 도움을 줘야한다. 집회나 시위가 명백하게 현존 질서를 위협할 때에 제재 조치를 하는 게 맞다”며 “요즘 분위기는 공권력을 국민의 우위로 보는 것 같고, 집회나 시위 자체를 범죄로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한문 집회는 전혀 위험성이 없는데도 범죄로 보고 집회 참가자들을 피곤하게 만든다는 생각 밖에 없는 것 같다”며 “자꾸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경찰이 기본권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잘못된 공무원 관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민변은 26일 오후 5시에도 예정대로 집회를 열고 경찰이 계속 집회를 방해할 경우 경찰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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