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륭전자 노사 합의 뒤집나...4개월째 업무대기에 체불

기륭전자분회, 수상한 경영 상황에 투쟁선포...지난한 투쟁 될 듯

1895일이라는 장기투쟁 끝에 불법파견 정규직화 합의를 이끌어내고 지난 5월 2일 첫 출근을 했던 기륭전자(기륭이앤이) 노조(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가 다시 투쟁을 선포했다. 6년 투쟁과 2년 반 복직 유예기간을 합쳐 8년을 넘게 기다린 출근이었지만, 사측이 합의사항을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륭전자분회는 29일 오전 기륭전사 신대방동 신사옥 앞에서 ‘기륭전자 경영투명성과 합의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체불임금 지급 △생산시설 설치 △경영투명성 보장을 촉구했다.

기륭전자분회 조합원들은 지난 4개월 여 동안 매일 출근해 본사 사옥 8층 회의실에서 업무대기를 해왔다. 사측은 아직까지 복귀 조합원들에게 업무를 주지 않을 뿐 아니라 4대보험 가입과 임금도 전혀 주지 않고 있어 4개월 임금이 체불된 상태다. 노조가 4개월을 참고 곧바로 투쟁에 돌입하지 않은 이유는 어려운 회사 상황을 감안한 측면이 컸다.

김소연 전 분회장은 “당시 회사상황이 녹록치 않아 불안하긴 했지만 문제가 풀릴 걸로 기대했고 업무대기를 시작했다”며 “4개월 동안 수차례 노사협의를 진행했지만, 최동렬 회장에게서 정상적으로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조가 합의에 따라 회사에 복귀해 놓고 보니 실제 회사 경영 상태는 엉망이었다. 특히 경영이 투명하지 않아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측은 이미 작년 12월에 중국 기륭공장을 매각했고, 기륭본사 신사옥 건물도 매각했다. 알짜배기 고정자산을 모두 매각해 껍데기만 남은 것이다.

직원도 대부분 그만두고 없었다. 복귀한 조합원보다 직원이 적었다. 생산부서 관련해 일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다, 그만둔 직원 60여 명은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임금체불 소송을 진행하고 있고, 장비 등 가압류까지 진행 중이다.

유흥희 분회장은 “사측은 노사협의를 할 때마다 ‘기다려 달라, 여건이 좋아지면 공장을 가동해 여러분들을 최우선 고용하겠다’고 했지만, 4개월째 임금은 고사하고 이제는 아예 ‘생산라인에서 일하지 않으면 기륭 직원으로 볼 수 없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6월 12일 노사협의회에서도 “회사가 잘 될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입장이었지만, 7월 24일 노사협의회에선 “복귀자는 일을 해야 직원으로 인정한다. 합의서가 헌법이냐”고 했다.

유 분회장은 “사측은 전환사채를 방행하고 주식공모로 자금을 유치해 기존 기륭전자에 있었던 노동자 체불임금은 해결하면서 기륭전자 분회원들의 임금은 해결하지 않고 있다”며 “새로운 투자자들이 회사에 들어와 있지만 어떤 회사가 들어오는지 누구인지도 알려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분회장 지적대로 사측은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7월부터 재무팀 직원과 상무이사를 채용하고, 8월 28일에는 회장 운전기사 면접까지 진행했다. 회사는 또 오는 9월 9일 주주총회를 소집하고 이사 3명 선임과 사업목적 변경 공시를 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측의 움직임을 두고 노조는 “실질적 생산 활동이 전무한데 널뛰듯이 주식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어 코스닥 상장폐지를 면하기 위한 의도적 조치가 취해지고 있는 듯 보인다”며 “기륭전자가 관리종목으로 분류되어 있는데도 19억 원의 자금유치가 된 것을 비롯해 무슨 작전이 음모적으로 진행되는 듯한 현재 상황들은 정상적인 회사활동으로 보기엔 많은 의혹을 보여준다”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노조는 계속 정상적인 출퇴근을 진행하고 정기적으로 집회를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법적대응과 더불어 증권거래소와 금융감독원 등에 실질적인 관리감독을 요구하며 경영 투명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투쟁을 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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