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군사개입에 활용당한 김관진 장관

국방부, “원론적 차원의 발언”...“유엔 조사 발표 전 강한 대응 주장, 위험”

한국 정부가 미국에 시리아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30일(현지 시간) “최근 회의에서 한국 정부 관리가 백악관이 시리아에 대해 지금처럼 지속적으로 수수방관하면, 북한은 남한 주민에 대해 화학무기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최근 며칠 사이 터키,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유사한 메시지를 보냈다”며, “이들 우방은 미국이 대응에 실패할 경우, 이란 핵무기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애초 ‘한국 정부 관리’라고 보도한 이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며, 그는 28일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에게 시리아 화학무기 사용에 관해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방부 측은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가 과잉됐다는 반응이다.

국방부 대변인실은 2일 <참세상>과의 통화에서 “강한 요청을 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 요청이나 촉구한 입장은 아니다”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를 부정했다.

대변인실은 “아세안 회의 중 안보 정세를 논의한 과정에서 시리아가 화학무기 사용이 명확하다면 국제사회가 단호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얘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변인실은 또 “북한에 대해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라며 “(국방부 장관이) 원칙적이고 원론적인 차원에서 말씀하신 것이고 군사적인 개입을 요구한 것은 아니다”라고 못을 박았다.

외교부 관계자도 2일 <참세상>에 “정부 입장은 시리아 화학무기 같은 국제 사회 규범이 어긋나는 조치에 대해서는 강력한 입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특정 조치를 염두에 두고 한 것은 아닌 일반론적 입장”이라고 확인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 정부 등 우방이 미국에 시리아에 대한 강한 대응을 요청했다는 발언만을 보도해, 미국이 시리아에 대한 군사적 대응의 정당성을 위해 한국 정부 관리의 발언을 부풀린 것은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국, 몇 개국 중심으로 자신의 입장에 맞춰 분석

존 케리 미 국무장관 등 시리아에 대한 군사적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미 2차례 북한을 언급한 바 있다. 시리아를 내버려두면 화학가스 등 대량파괴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 북한 등에 좋지 않은 사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염창근 평화바닥 활동가는 “일부 국가와는 다르게 세계 여론은 신중하다. 유엔도 조기 군사 개입은 반대한다”며 미국이 “몇 개국을 중심으로 자신의 입장에 맞춰 분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미국이 제기한 대로 강한 대응만을 밝힌 것은 애초 위험한 입장이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유영재 평통사 미군문제팀장은 “유엔의 조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위험한 것”이라고 보았다. 그는 “시리아에 대한 대응을 요구한 것이지만 사실은 북에 대한 발언이기도 하다”며 “반북 대결적인 발언이자 이번에는 시리아에 대해서지만 북의 유사한 사태에 대해서도 (군사 공격을) 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높이는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염창근 활동가는 “화학무기 사용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은 필요하다”고 전제했지만 “그러나 ‘강경 대응’이라는 말은, 군사적 대응을 촉구하는 것으로 파악될 여지를 남긴다”며 “국제사회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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