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결혼식’의 ‘당연하지 않음’에 대하여

“성소수자, 다양한 생애 상상 못하고 기획조차 못 해”

  다양한 가족형태에 따른 차별 해소와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연구모임이 ‘당연한 결혼식’을 앞두고 4일 저녁 7시 30분 인권중심 사람에서 ‘동성결합의 실천과 <당연한 결혼식>의 의미’라는 주제로 워크숍을 열었다.

‘어느 멋진 날, 당연한 결혼식’이 열렸다. 지난 7일 청계천 광통교 앞에서 열린 김조광수 감독과 레인보우팩토리 김승환 대표의 결혼이 그것이다. 그러나 동성애자라는 점에서 이들의 결혼은 이 사회에서 ‘당연하지 않다.’

다양한 가족형태에 따른 차별 해소와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연구모임이 ‘당연한 결혼식’을 앞두고 지난 4일 저녁 7시 30분 인권중심 사람에서 ‘동성결합의 실천과 <당연한 결혼식>의 의미’라는 주제로 워크숍을 열었다.

워크숍 시작에 앞서 김조광수-김승환 커플이 인사말을 전했다. 김조광수 감독은 “동성애자 중 우리처럼 결혼을 꿈꾸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을 수도 있다. 이성애자의 결혼제도에 동성애자가 왜 굳이 들어가려 하느냐고도 하는데, 우린 그냥 사랑하니깐 결혼한다.”라며 “이 당연한 의미를 갖고 결혼식을 진행하려 한다. 결혼식은 토요일로 끝나지만 토요일을 시작으로 한국사회에서 동성애자도 결혼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려 나갈 수 있는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제는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한가람 변호사가 맡았다. 한 변호사는 2000년대 초반 이뤄진 홍석천 씨의 커밍아웃과 김조광수-김승환 커플 커밍아웃의 다른 점을 포착한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한가람 변호사
한 변호사는 "따라서 이것은 동성애자 정체성의 커밍아웃보다 생애에 대한 직접적인 관심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관심과 이목을 끈다”고 덧붙였다.

사실 동성결합에 대한 커밍아웃은 ‘김조-김’ 커플의 커밍아웃 이전에도 꾸준히 있었다. 다만 ‘김조-김’ 커플의 커밍아웃은 ‘대중적 커밍아웃’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관심을 일으켰다.

따라서 이들의 커밍아웃은 동성결합 실천의 시간성 위에서 발생한 독특한 ‘순간’이며 ‘사건’이다. 이것은 ‘결혼식’이라는 제도적 모습을 띤다는 점에서 사회적이고 문화적 충격을 갖고 온며 기존의 가족제도와 가족서사를 건드린다. 결혼식 이후에 가져올 혼인신고와 헌법소원 등은 제도적 갈등을 예견케 한다.

그래서 ‘김조-김’ 커플의 결혼식은 다양한 질문들이 모이는 자리이고 ‘동성결합 제도화’의 문제로만 치환되지 않는 이야기들이 있다.

한 변호사는 여기서 동성결합 실천 중 어떠한 서사들이 등장하는가에 집중한다. 가족제도와 가족서사가, 동성결합의 서사와 ‘로맨틱’ 서사가 표면 위로 떠오른다. 그러나 그 이면에 더욱 중요한 것은 ‘제도와 생애를 통한 서사’의 발생이다.

한 변호사는 “동성결합의 서사들을 보다 더 장기적이고 생애의 차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돌봄, 책임, 경제적 공동체로서의 가족의 모습과 사적/사회적 안전망/안정망은 경제적 위기, 질병, 관계의 해소, 죽음 등 생애의 위기들에 있어 커다란 힘을 작동시키고 이에 따른 사연들을 만들어 내는데, 이러한 안전망/안정망의 구축, 그것의 작동을 둘러싼 서사들을 통해 지금의 사회 속에 놓여 있는 동성결합의 실재를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루터기’의 크리스
크리스 씨는 “생명보험을 드는데 수익자 지정을 누구로 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며 “보험 하나를 파트너로 해두었는데 파트너에게 무조건 상속하겠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교통사고가 일어났을 때 등을 대비해 내 가족을 부탁한다는 의미도 있다. 그런데 의료보험은 결혼관계가 아니기에 할 수 없다. 파트너 중 한 사람이 집에서 일 할 때, 집에 있는 사람이 직장 다니는 이의 피부양자로 오를 수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 씨는 파트너에 대한 의료 친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크리스 씨는 “수술하기 전, 보호자 서명란에 서명하는데 친구 이상임에도 의료진에겐 친구라고 밖에 설명하지 못하겠다”라고 무력감을 느꼈던 순간을 떠올리며 “긴급상황 혹은 파트너 사망 시 임종을 지킬 수 있는 권리, 유족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길 주장한다”고 강조했다.

동성애자인권연대 여기동 씨 또한 자신이 겪었던 의료적 경험에 관해 이야기했다. 여 씨는 “응급실을 통해 입원해야 했을 때 파트너가 밤새 간병했음에도 병동에 입원할 수 없었다”며 “당시 내가 일했던 병원임에도 다음날 누나들이 와서 입원동의서를 썼을 때야 병동에 입원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동성애자인권연대 여기동 씨
당시 여 씨 파트너는 4대 보험이 되지 않는 개인사업자여서 국민연금에 가입했으나, 국민연금법상 동성커플엔 유족 상속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 반발해 국민연금을 넣지 않았다. 그러자 국민연금 측은 “왜 국민의 의무를 다하지 않느냐”라며 따졌고 이에 여 씨는 “의무는 똑같이 주면서 왜 권리는 주지 않느냐”며 되물었다.

여 씨는 “(동성애자는) 자기 성정체성을 힘들게 받아들이고 나서도 파트너를 만나면 또다시 커밍아웃해야 하는 2차 커밍아웃이 온다”며 동성커플로서 부딪히는 현실적 차별의 벽에 분노했다.

그러나 현재 이러한 차별적 상황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 따라서 성별정체성에 대한 차별이 명백한 범죄라고 규정할 수 있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 씨는 강조했다.

  여성학자 김순남 씨
김 씨는 “성적지향과 무관하게 ‘사랑하면 결혼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전략보다는 ‘우리 사랑의 풍부함을 결혼이라는 제도가 절대 포섭할 수 없다’는 것이 더 주요하게 결혼제도를 비트는 것 아닐까”라며 “결혼을 통한 사랑의 완성이라는 이성애규범적인 생애서사의 한계를 전면에 내세워야 하지 않나"고 지적했다.

김 씨는 "국가에 성적소수자 삶에 대한 인정을 청원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인식하는 시민권에 대한 인식의 부재, 정상적 삶의 모델의 취약성을 재고찰하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씨는 동성결혼을 선택하는 것이 ‘동화주의’고 저항하는 것이 ‘전복’이라는 이분법적인 주장을 넘어 “나이, 계급적 자원, 삶의 네트워크 자원 등에 따라 동성결혼에 대해 ‘선택’ 혹은 ‘비선택’ 할 수 있는 주체가 누구인가 세밀히 논의해야 한다"면서 "나이와 사회적 자원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동성결혼이 유일하게 삶의 안전망을 제공할 수 있는 조건으로도 의미화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정리했다.

이어 토론회 참가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그루터기’ 회원이라고 밝힌 한 참가자는 “성소수자의 공동생활권에 대한 권리를 차별 없이 달라고 했더니 결혼제도의 모순을 달리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초점이 다른 것 같다”며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차별받지 않을 권리지 낡아빠진, 좋을 것 하나 없는 결혼제도의 부스러기를 얻어먹으려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주장하는 면에서 동성결혼을 바라봐야 하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결혼 후 자녀계획이 있느냐는 한 참가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김조광수 감독

결혼 후 자녀계획이 있느냐는 한 참가자의 질문에 김조광수 감독은 “김승환 씨의 경우 유전적으로 자기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있다. 외국에 가서 대리모 통해 아이를 낳는다거나, 인공수정 등의 방식을 통해 유전적으로 이어지는 자기 핏줄을 갖고 싶어 한다”며 “그러나 지금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아이를 제대로 못 키울 바에 아직은 아이를 안 갖는 게 좋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조 감독은 “전 너무 어린아이는 감당하기 어렵고 나이가 있고 자신이 LGBT(L:레즈비언 G:게이 B:바이섹슈얼 T:트렌스젠더 등으로 성소수자를 이르는 말)임을 자각한 친구들 중에 부모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림이 있다면 입양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아이 입양에 대해서는 결혼한 다음에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한가람 변호사에게 “‘생애를 구성할 권리’를 이야기했는데 그렇다면 ‘생애를 구성할 의무’도 생겨나는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한가람 변호사는 “권리가 자신에게 있다면 의무는 상대한테 있다”라고 권리와 의무의 관계를 설명하며 “그런데 다양한 생애를 구성할 권리를 가로막고 있는 자는 누구이고, 그것을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는 자는 누구인가. 성소수자가 가족을 이루고 살아갈 때, 차별하지 말아야 할 권리, 지원할 권리가 있다면 그것을 보장해야 할 의무가 누군가에겐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변호사는 “성소수자는 다양한 생애(주기)를 상상하지 못하고 기획조차 못 했는데 동성혼이 삶에 대한 그림을 그려주는 하나의 아이디어를 줄 수 있을 것 같다”며 “여기에 다양한 서사가 공유되면서 다양한 환경이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한편, 오는 14일 늦은 2시에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동성결합 소송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릴 예정이다. (기사제휴=비마이너)

  워크숍 시작에 앞서 김조광수-김승환 커플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토론회를 경청하고 있는 김조광수-김승환 커플

  이날 토론회에 참가한 사람들

태그

성소수자 , 김조광수 , 동성결혼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강혜민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