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의 두 얼굴...‘정리해고’ 남발에 면죄부

영업흑자에도 ‘정리해고’ 용인, 노동자에게만 책임 전가...법개정 요구 높아

많은 기업이 막대한 영업흑자를 기록하고도 정리해고를 남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리해고를 회피하기 위해 사용자가 고통분담을 하는 경우도 드물었다. 정리해고와 관련한 근로기준법이 애매모호해 법원이 자의적, 주관적 판결로 사용자 손을 들어주고 있는 탓이다.

[출처: 노동과세계 변백선 기자]

막대한 영업 흑자에도 ‘정리해고’ 다반사
‘귀책사유자’는 면죄부, 노동자에게만 책임전가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11일, ‘정리해고 실태와 입법적 개선방향’ 보고서를 통해 15개 정리해고 사업장 중 과반수가 넘는 8개 사업장에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대표적인 정리해고 사업장인 파카한일유압, 시그네틱스, 콜트악기, 한진중공업(조선), 흥국생명, 케이투, 코오롱 등은 수백억 에서 수천억 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내고 있었다. 보워터코리아의 경우, 정리해고 이전에 실시했던 다양한 구조조정으로 기업 경영이 호전되고 있었다.

쌍용자동차의 경우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2008년 정리해고 당시 재무제표에는 -980억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나와 있지만, 최근 ‘회계조작’의혹이 불거졌다. 신인수 변호사는 “일반인이 알기 어려운 회계의 특성을 감안하면 사용자가 회계장부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성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회계분야에 전문성이 없는 법원으로서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막무가내식 정리해고는 법원이 지속적으로 정리해고 기준을 완화해 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최근에는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정리해고를 하는 것도 허용하며 흑자기업의 정리해고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

사용자가 정리해고 회피를 위해 고통분담을 하는 경우도 드물었다. 경영상 위기를 불러일으킨 ‘귀책사유자’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노동자에게만 책임이 전가되는 모양새다. 보고서에 따르면, 외부적으로 강제된 쌍용자동차, 대우자동차판매를 제외하고는 ‘자산매각’을 한 사례가 없었다. 경영위기를 초래한 책임을 지고 경영진이 교체된 경우도 거의 없었다.

신 변호사는 “하지만 노동자에게는 임금삭감, 복리후생 축소, 휴가 소진, 순환휴직, 무급휴직 등 다종다양한 방법으로 책임이 전가되고 있다”며 “거의 모든 사업장에서 희망퇴직 또는 명예퇴직이 이뤄진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리해고 엄격히 규제, 재고용 의무 강화 시급
민주노총, “근로기준법 24조, 25조 즉각 개정해야”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근로기준법’이 오히려 정리해고 남발을 보장하면서, 법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출처: 노동과세계 변백선 기자]

신인수 변호사는 정리해고의 제1요건인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경영 악화로 사업을 계속할 수 없는 경우’로 구체화 시키고, 자의적 해석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사용자의 해고 회피의무를 구체화하기 위해 △사용자의 계속고용 유지의무 △사용자의 물적 구조조정 선행 △정리해고의 최후수단성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신 변호사는 “사전협의기간을 현재와 같이 50일로 제한하면 형식적인 통과의례로 변질될 우려가 있어, 협의기간을 90일로 연장해야 한다”며 “사용자의 자료제출의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관할 행정당국의 승인절차와 탈법행위 감시 의무도 명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사용자의 귀책사유에 걸맞는 손해배상책임을 법에 명시하고, 요건별 개별 심사를 의무화해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 조항을 두어 해고 남용을 사전에 억제해야 한다는 방안도 제기됐다.

한편 민주노총은 11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와 정부에 정리해고 관련 근로기준법을 속히 개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국회와 정부는 9월 국회에서 정리해고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재고용 의무를 강화하는 근기법 24조, 25조를 즉각 개정해야 한다”며 “조속한 법 개정으로 국회 여야는 법안 발의의 진정성을, 노동부는 고용정책의 실현의지를 입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위해 민주노총은 오는 12일부터 27일까지 정리해고 사업장 대표자들을 중심으로 국회 환노위원 의원실을 직접 방문해 법안 개정 동의서명을 조직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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