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노동자 72% ‘업무증가’ 토로...안전시스템 위협

위계적 구조로 위험 발생 시 ‘독점적 작업 중지’ 결정도 못해

잦은 사고와 비리로 얼룩진 원자력 산업이 위태위태하다. 왜곡된 정부 정책과 산업 구조가 원자력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안전과 의식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노동자들은 심각한 수준으로 높아진 업무량과 인력 부족이 안전시스템 운영을 저해한다고 토로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노동조건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노동자들의 직무스트레스도 상당하다.

특히 회사 내 위계적 질서 때문에, 안전사고가 일어나도 독자적으로 작업 중지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현장인력 감소로 원자력 전반의 안전관리방식이 크게 후퇴해 사고에 대한 우려도 끊이지 않고 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50%의 노동자는 위험상황 시 ‘독자적 작업 중지’도 어려워
노동조건과 안전관리시스템은 지속적으로 후퇴


사회공공연구소는 지난 5~6월 동안 원자력 유관 4개 사업장(한국수력원자력, 한전 KPS, 한전 원자력연료, 한전기술) 노동자 1,771명을 대상으로 설문과 심층 면접 조사를 진행했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원자력 노동자 중 72%가 지난 5년에 걸쳐 수행업무의 종류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70%는 외부 봉사활동 등의 본래 업무와 상관없는 업무로 업무량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회사 내의 경쟁 체제로 심각한 피로를 호소하기도 했다. 노동자들 중 67%는 이명박 정부 시기 팀별 경쟁, 개인별 경쟁 등 평가 증가로 피로도가 증가했다고 응답했다.

업무량과 피로도는 상승하는 반면, 노동조건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었다. 응답자의 57%가량은 지난 몇 년간 회사의 노동조건이 개선되지 않았다고 밝혔으며, 개선됐다고 답변한 비율은 14%에 그쳤다.

가장 큰 문제는 안전시스템의 후퇴다. 노동자 64%는 현장에 충분한 인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인력 부족으로 과거와 같이 꼼꼼한 안전시스템을 운영할 수 없다는 의견이 80%에 달했다.

무엇보다 노동자들은 회사의 수직적, 위계적 질서로 인해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독자적으로 작업 중지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실제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독자적으로 작업을 중지할 수 있냐는 물음에 48%정도만 ‘그렇다’고 답했다.

연구소는 “국내 원자력 노동자들은 규정과 절차에 따른 위계적 대응에 얽매여 있음이 확인된다”며 “직무 자율성이 높을수록 안전 관리 성과가 좋다는 연구결과를 고려하더라도, 일선 숙련 노동자들이 더 큰 직무 자율성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노동자들 중 20%는 자신이 속한 부서(팀)내 팀원들과 안전문제를 솔직하게 이야기 할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보복성 징계에 대한 두려움 없이 안전관련 의견을 제안할 수 있다는 의견도 40%에 그쳤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 원자력 사고는 원자력 노동자들을 지속적으로 위축시키고 있다. 노동자 중 74%는 후쿠시마 원자력 사고 이후, 원자력 종사자로서 피해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었다. 또한 79%의 노동자들은 후쿠시마 원자력 사고 이후, 원자력에 대한 차가운 사회의 시선으로 위축되고 있다고 답했다.

인력 부족과 민간회사 커넥션 등으로 안전성 위협

한편 사회공공연구소는 <원자력 발전, 안전한 운영을 위한 교훈, 비판 그리고 과제> 연구보고서를 통해 원자력의 안전 운영을 위한 사회 제도적 과제를 제시했다.

우선 연구소는 원자력 발전 설비는 늘어나고 있지만 적절한 인력 충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시급히 인력충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설계에서 시공, 유지, 보수, 전 과정에서 설비에 대한 적절한 케어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설비의 안전성은 심각한 수준으로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다중의 하청구조로 얽혀있는 민간회사들이 납품과 건설 수주에만 혈안이 돼 각종 부적절한 경쟁과 로비를 벌이고 있어 회사 구조에 대한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연구소는 “이들 간의 커넥션이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을 위협하는 주요 원인”이라며 “원자력 발전의 안전한 운영을 위해서는 우선 정부 정책이 전면 전환돼야 하고, 공적 책임이 우선시되는 공공적 운영구조로 시급히 재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수원의 각종 납품비리사건에서 원자력 규제기관의 역할 문제가 많은 지적대상이 되고 있는 만큼, 시급히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역할과 인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연구소는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더욱 독립적이고 완결적인 기구로 만들기 위해 현재의 차관급 직제를 장관급으로 격상시키며, 상임위원의 숫자를 늘리는 등 원안위의 역할을 강화시키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공기업 한수원의 사회적 감시체제를 강화시키기 위해 이사회에 노동조합, 시민사회 등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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