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3자 회담에서 김한길 대표가 국정원 개혁, 대선 개입 사과 등 요구안을 제시했지만, 박 대통령은 사실상 모든 요구를 거부했다.
회담이 끝난 후 김한길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대통령과 담판을 통해 이 땅에 민주주의 회복을 기대하는 것은 무망하다”며 “아쉽게도 민주주의 밤은 길어질 것 같다. 저는 천막으로 돌아가겠다”고 노숙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대표는 국회 사랑재에서 만나 예정된 1시간을 20여분 넘겨 경제민주화 등 민생현안과 국정원 개혁, 채동욱 검찰총장 사건 등 정국 현안의 해법을 논의했다.
김한길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경제민주화와 복지확대에 대한 대통령 약속 재확인, 세법개정안 등의 정책기조 변화를 요구했다. 또한 국정원 대선개입과 남북정상 대화록 유출에 대해 대국민 사과,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 의지,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재판에 대한 검찰 측 담당 검사 신분보장 여부에 대한 대통령의 답변을 요구했다. 또한 최근 가장 뜨거운 논란으로 부상한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건과 관련해서도 민정수석과 법무부장관 책임론을 거론했다.
특히 가장 중요한 의제였던 국정원 개혁과 관련해서 박 대통령은 국정원 셀프개혁안을 굽히지 않았다. 김한길 대표는 회담 내내 국정원 대선 개입과 엔엘엘 대화록 공개 등에 대한 사과를 계속 촉구했지만, 박 대통령은 국정원 자체 개혁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여야가 논의해서 처리해달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사과 여부를 두고도 “당시에 국정원에 지시할 위치도 아니었고 도움 받은 것이 없다”며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할 의사가 있었다면 엔엘엘 회의록을 대선 당시에 공개했을 것이다. 법원이 조사해 결과가 나오면 그 사람에게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한길 대표가 “선거를 사흘 앞둔 마지막 TV토론회에서 ‘국정원 직원이 댓글을 단 증거가 없다’고 했는데 이제 밝혀진 바에 의하면 분명 대선에 영향을 줄 수있는 사실과 다른 말씀을 한 점에 대해 무언가 말씀이 있어야 한다”고 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여상규 새누리당 대표 비서실장은 “박 대통령은 강도 높은 국정원 개혁안을 준비하고 있다 말했다”며 “결국 국정원 개혁은 차질 없이 이뤄질 것이고 국정원에서 스스로 개혁안을 만들고 국회에서 논의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개혁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국정원에서 일체 민간이나 관에 출입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정치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겠다는 점을 확실히 하고 있다고 대통령이 말했다”고 전했다.
여상규 비서실장은 이어 “다만 국정원 국내파트를 없애고 수사권을 분리해 검찰이나 경찰에 맡기자는 김한길 대표의 주장에 대해서는 국정원이 국내에서 대공 방첩 정보수집 활동을 하는 것은 당연히 옳고 그에 대한 수사권도 절대적 필요하다고 대통령이 말했다”며 “민주당이 집권하던 시절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도 국정원 국내파트를 없애지 못햇고, 국정원 수사권을 계속 존치 시켰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 점에 민주당도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여 실장은 “국정원 개혁안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 최고의 강도 높은 개혁안으로 마련하고 있다”며 “김한길 대표의 국정원 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한지 거듭거듭 묻는 질문에 대통령은 ‘개혁의지는 확고하고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말씀하셨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채동욱 총장 사퇴 문제를 두고도 “검찰 수장이 의혹이 있는데 방치할 수 없다. 감찰도 법무부 장관이 당연히 할 일을 했다”고 말해 야당의 사찰 의혹설을 일축했다.
“형식만 3자 회담, 선전포고였다”
노웅래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회담을 두고 “1시간 20분 동안 대통령의 불통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국정원 개혁, 선거개입 문제를 묻고 또 물었지만 다람쥐 쳇바퀴 식 대답만 나올 뿐 확실한 대답은 없었다”며 “지금 이대로라면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은 무망하다. 다시 각오를 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다른 원내 야당들도 이날 회담을 놓고 비관적인 평가를 내놨다. 통합진보당은 논평을 통해 “야당과 국민의 요구를 단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요지부동에 절망을 넘어 섬뜩함이 밀려온다. 오늘의 3자회담은 형식만 회담일 뿐 해볼테면 해보라는 선전포고였다”며 “추석 직전 3자 회담으로 흩어진 민심을 수습하고 정국을 정상화시키겠다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의도와는 달리 민심은 정반대로 흘러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의당도 “온 국민이 지켜보았던 3자회동의 결과는 그야말로 실망을 넘어 분노를 폭발케 한다”며 “국정원도 문제없고, 법무부의 감찰지시도 문제없고, 복지공약보다는 재벌 감세가 중요하다는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발언을 놀랍게도, 대통령에게서 들어야 하는 불행이 닥쳤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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