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로운 원자력발전...정부의 ‘안전 불감증’ 심각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격하, ‘효율성’과 ‘경쟁’으로 부적절한 설비운용

원전 산업에 대한 한국 정부의 ‘안전 불감증’이 심각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안전보다는 효율과 경쟁을 중심으로 원전 확대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안전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발생한 고리1호기 소내정전 은폐 사건과 원전마피아에 의한 원전 비리 등은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를 확산시켰다. 하지만 그에 반해 한국의 원자력규제기관은 계속 약화됐고, 왜곡된 산업구조와 현장 내 인력 부족 현상 등은 지속적으로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병풍이 돼 버린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 안건 말고는 원자력 업무 파악 어려워”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정부는 독립적인 원자력 안전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당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장관급인 위원장과 차관급인 부위원장, 비상임위원 7명을 포함해 총 9명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출범 당시에 비해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은 나날이 축소, 격하되고 있다. 24일 오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원자력발전의 안전한 운영을 위한 개혁 및 규제강화’ 정책 토론회에서도 전문가들은 국내 원자력 규제기관의 취약함을 지적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공동대표인 김영희 변호사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원자력안전정책은 공약과는 달리 크게 후퇴하여,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위상도 매우 약화됐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애초 대통령 소속이었던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국무총리 소속으로 바뀌었으며, 장관급이던 위원장은 차관급으로 격하됐다.

인사에 대한 독립성도 훼손된 상태다. 김영희 변호사는 “구성원 중 5명은 대통령이 임명 또는 위촉하고, 비상임위원 4명은 국회의 추천에 의한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대통령의 뜻에 맞는 구성원을 7명 이상 임명 또는 위촉할 수 있다”며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원자력안전규제의 향방이 크게 달라지게 됐고, 원자력 안전규제의 실질적인 독립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내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인력과 예산은 미국, 프랑스, 캐나다 등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실정이다.

특히 김 변호사는 정부가 지난 7월, 산업통상자원부에 원전 안전 감독을 주문한 것은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무력화시키려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변호사는 “원자력 확대를 추진하는 조직에서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일 것을 요구하는 원자력 안전 규제에 대해 적극적일 것이라는 기대는 불가능하다”며 “원자력안전 강화 및 비리 예방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해야 하는 것이지 산업부에 맡길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익중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도 위원회의 인적, 물적,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김익중 위원은 “원안위 위원 9명이 원자력 안전의 최종 책임을 질 만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게 해주고 있지 않다”며 “사무실 가면 책상도 없고, 봉급도 없고, 심지어 회의 안건에 올라온 것 말고는 원자력업무를 보고 받을 길이 없어 업무 파악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서 “영광원전 안전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원전을 스톱시켜 검사하자고 결정짓는데 세 시간이나 걸렸다”며 “인적 구성에 문제가 있어, 독립적이면서도 상식적인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원자력 설비는 늙어 가는데...계획예방정비는 1/3수준으로 떨어져

원자력발전을 무리하게 가동하면서도, 안전을 위한 유지, 보수 업무를 해태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송유나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20여 년 동안 원자력발전 계획예방정비 일수는 거의 1/3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안전을 무시한 정부와 한수원의 태도를 극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995~1996년 동안 66일에 가까웠던 계획예방정비 기간은 2009년 들어 20일대로 진입했고, 2010년에는 28일에 불과했다. 송유나 연구위원은 “설비는 지난 15~20여 년간 노후돼 더 많은 손길과 보살핌이 필요함에도, 정비기간은 절반 이상으로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가 2011년부터 한국수력원자력 등을 시장형공기업으로 지정하면서 안전을 도외시한 부적절한 설비운용이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전의 수익성 위주의 경영평가 역시 한수원의 시장형공기업 지정과 비슷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송 연구위원은 “자회사에 대해서는 부당한 계약관계 등을 통해 안전성을 위해하는 조치를 단행하고 있으며, 오로지 비용절감을 위해 전문성 없는 민간업체에 하청을 확대하고 있다”며 “무리한 설비운영과 부적절한 설비운용이 경영효율이라는 이름으로 높은 점수를 받도록 강요하는 현실이 정부의 경영평가, 시장형공기업의 실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원자력발전의 전력거래와 관련해서도 “공급안정성과 원자력의 안전비용을 고려할 때 원자력발전은 형행 전력거래제도에 적합하지 않다”며 “전력거래에서 벗어나 안전한 운영 중심의 비용 계상이 이루어지는 체제로 조속히 전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문신학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산업정책과장은 “우리나라 원전 산업은 단기간에 급속히 발전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다”며 “원자력 관련 4개의 공기업은 불가분의 관계인데도 분절돼 있고 안전성 보다는 경제성, 효율성이 강제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문신학 과장은 “정부도 이제부터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가야한다는 것에 동의하며, 이를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태그

원자력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윤지연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