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 탄압을 통해 노조 적대정책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정부는 이제 전교조를 통해 그 범위를 확장하려는 모양새다. 해고자 문제로 발목을 잡은 뒤, 노조를 무력화시키는 방법도 똑같다.
노조는 해고자들도 조합원에 속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정부의 공세가 지속될 경우 내부적으로 혼란과 갈등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로서는 노조도 무력화시키고, 내부도 갈라치기할 적절한 미끼를 쥐고 흔드는 셈이다.
대선 직후 ‘공무원노조’에 칼 빼든 박근혜 정부
‘해고자’ 관련 설립신고 문제로 뒤통수...지도부 부담 가중
대선 후, 박근혜 정부의 첫 타겟은 공무원노조였다. 박근혜 정부는 불과 당선 하루 만에 김중남 공무원노조 위원장을 해임했다. 김 위원장을 비롯해 노조 사무처장 등도 연달아 해임됐다.
이 후 정부의 전략은 다 된 노조설립신고 문제에 재를 뿌려 노조 내부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방식이었다. 공무원노조와 고용노동부는 지난 8월, 8차례의 면담과 실무협의 끝에 노조가 규약을 일부 개정하는 것으로 노조 설립을 승인하기로 합의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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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
노조는 규약 7조 2항에 나와 있는 ‘조합원이 부당하게 해고됐거나 해고의 효력을 다투고 있는 경우 조합원의 자격을 유지한다’라는 문구에 ‘관련법령에 따라’라는 문구를 추가했고, 조합원 신분보장 조항에도 ‘규약 7조 2항에 따라’라는 문구를 삽입했다. 고용노동부 측은 실무협의가 완료된 후 노조에 “실무협의 내용과 같이 보완 제출하면 설립신고가 완료될 수 있다”고 단언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안전행정부가 이를 반대하면서 문제가 틀어졌다. 노조에 따르면, 국무회의에서 방하남 장관이 공무원노조 설립신고 사항을 보고했지만 안전행정부가 이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모든 실무협의 내용을 파기한 뒤 설립신고를 반려했다.
그동안 내부 비판 여론을 감수해 가며 고용노동부에 신뢰를 보냈던 노조 지도부는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규약 개정을 위해 개최된 임시대의원대회에서도 일부 대의원들은 “단서조항이 있어도 법적으로 따지면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라며 노조의 자주성 침해와 조합원 배제를 우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조 지도부는 대의원 83.3%의 찬성으로 규약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결국 이에 따른 책임론에 맞닥뜨리게 됐다. 현재까지는 노조 내부에서 지도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크지 않은 상황이지만, 지도부로서는 실패의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용천 공무원노조 대변인은 “규약개정 당시 일부 조합원들은 규약개정이 민주노조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는 했지만, 현재까지 지도부의 책임이나 내부 비판보다는 정부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다”며 “다만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 입장에서는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전 선거운동기간에 공무원노조의 실체를 이미 인정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무원노조 조합원 총회에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을 대리 참석시켜 “오늘 총회를 통해 공무원 여러분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국민들께 신뢰받는 깨끗한 공직사회를 만들어주시기 바란다”며 “저도 공무원 여러분께서 더 큰 자긍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지위향상, 근무여건 개선에 노력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공무원노조에 이어 전교조 죽이기 나섰나
‘해고자’관련한 설립취소 위협으로 노조 흔들기
공무원노조에 대한 정부의 탄압방식은 전교조에까지 확장됐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3일, 전교조에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현재의 규약을 시정하고, 해고자의 노동조합 활동을 제한하라며 통보했다. 만약 10월 23일까지 규약을 시정하지 않을 경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 9조에 따라 전교조의 설립취소를 통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전교조의 경우 지난 13년간 법 내 노조에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정부가 전교조 죽이기에 착수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현재 노조는 ‘비상체제’로 돌입하고, 김정훈 위윈장 등 지도부들은 무기한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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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전교조] |
전교조는 해직자를 배제하는 규약개정은 절대 불가라는 입장이지만, 설립취소를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이라 내부적으로는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미 노조 내 일부에서는 21명의 해고자 때문에 노조설립이 취소되는 것은 부당하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들린다.
해직교사 A씨는 “아직까지는 강하게 맞서 싸우자는 분위기가 강하지만,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그런(해고자 때문에 노조설립이 취소되는 것은 부당하다)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 역시 “문제를 푸는 해법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일정정도 (정부의 안을) 수용하자는 요구가 있다”며 “하지만 지도부는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으며, 오는 28일 대의원대회를 통해 조합원들의 의견을 묻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공무원노조의 경우 2007년, 법내노조 진입과 관련한 공무원노조특별법 수용을 둘러싸고 내홍이 일어 결국 두 개의 노조로 갈라진 경험이 있다. 전교조에서도 자칫 조직 내 분란이 발생할 경우, 정부로서는 ‘노조무력화’와 ‘노조분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노조에서도 공무원노조와 전교조까지 이어지는 노조 탄압이 정부의 계산속에서 실행된 것이라 보고 있다.
하병수 대변인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정원 사태와 복지정책 후퇴를 맞닥뜨린 상황이라, 정부는 지지세력을 결집시키는 동시에 반대 세력을 배제하자는 쪽으로 노선을 정리한 것 같다”며 “고용노동부는 정치적 판단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실상 정부 선에서 개입한 것이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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