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노조파괴 전략이 드러난 문건이 공개됐다. 해당 문건에는 군사 작전을 방불케 하는 철저한 노조 와해 전략과, 핵심 문제 인력에 대한 채증, 개개인에 대한 신상 정보 파일링 등 그간 의혹으로 제기돼 왔던 탈법적 무노조 경영의 음모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입수한 ‘2012년 S그룹 노사전략’(노사전략) 문건에는 노조 결성을 막기 위한 방법이 구체적으로 기술돼 있다. 문건에 따르면, 삼성은 복수노조가 시행된 2011년, 그룹 계열사 전체에 2차례의 대응 태세 점검을 실시하고, 2만 9천 명을 대상으로 특별 노사교육과 모의훈련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복수노조 설립에 관한 대응과 예방은 이후에도 꾸준히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역시 복수노조 대응체제 일제 점검 시기로 상정하고, 이 기간 동안 전 사업장을 점검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특히 삼성은 복수노조 결성에 대한 긴장의 끈을 놓지 말 것을 강조하며 내부 결속을 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은 복수노조 시행 전 그룹 내에는 “우리 회사, 우리 부서가 1등으로 설립되지(만) 않으면 된다”는 ‘면피’ 의식이 팽배했으나, 시행 6개월 뒤에는 “복수노조 별 거 아니네”라며 ‘자만’하고 있어 긴장이 이완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핵심 문제인력’은 밀착 감시
‘100과 사전’ 제작으로 신상정보 수집, 관리
또한 삼성은 노조가 설립 될 경우, ‘전 부문 역량을 집중’하고, ‘노조 대응 전력과 전술을 연구 보완하여’ 노조를 조기에 와해, 고사시키는 것을 기본 방침으로 하고 있었다.
실제로 ‘노사 사고 예방’(노조 설립 저지)을 위한 10개 추진 과제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문제 인력’ 노조 설립 시 즉시 징계를 위한 비위 사실 채증 ‘지속’ △임원 및 관리자 평가 시 조직 관리 실적 20~30% 반영 △노사협의회를 노조 설립 저지를 위한 대항마로 육성 △비노조 경영 논리 체계 보강 △동호회 활동 독려 등이 포함돼 있다.
이 중 ‘핵심 문제인력’에 대해서는 채증을 지속한다고 밝히고 있어, 직원을 상대로 한 일상적 밀착 감시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SMD(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는 문제인력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 개개인에 대한 ‘100과 사전’을 제작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개인의 취향, 사내 지인, 자산, 심지어 주량까지 “꼼꼼히 파일링하여 (현재) 사용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삼성이 직원들에게 독려하고 있는 동호회 활동 역시 복수노조 설립을 사전에 차단하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었다. 심상정 의원에 따르면, 삼성은 동호회와 관련해 “노조 관련 관심이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하는 방편으로 삼고 있으며, 나아가 각 계열사가 주관하는 기부와 봉사활동 역시 같은 취지로 진행되고 있었다.
2012년 1월 현재, 삼성 임직원 중 38%가(8만 6천 명) 동호회에 가입돼 있으며, 동호회 수는 1590개에 달한다. 삼성은 그 해 3월까지 동호회 회원 가입률을 50% 이상으로 끌어 올릴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아울러 이들은 또 다른 노조 설립 예방 차원으로 노사협의회를 전략적으로 육성,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은 “노사협의회가 대표성이 있어야 노조설립을 저지할 수 있는 명분과 논리적 근거를 확보할 수 있고, 노조설립 시 대항마로 활용”한다며 “유사시 친사(어용)노조로 전환할 수 있도록, 노사협의회 역량 강화 교육을 년 2회 의무적으로 실시”한다는 방침을 드러냈다.
‘비밀 별동대’ 운영, 군사작전 방불케 하는 작전
노조 와해 위한 모의 단체교섭도 진행
삼성의 노조 설립 예방과 와해 전략은 마치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다. 이들은 ‘100과 사전’ 명단을 철저히 보안, 유지하는 ‘사내 건전인력’을 확보하고, 이들에게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운영해 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종의 ‘비밀 별동대’의 활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사내 건전 인력의 경우 △방호 인력 △여론주도 인력 △노조활동 대응 등의 인력으로 구분되는데, 방호인력의 경우 ‘외부세력 침투 시’ 동원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상정 의원은 “방호 인력의 경우 ‘사전 명단 확보 후 유사시 집결 장소에서 신속한 교육을 실시’하는 것으로 나타나 준 군사조직 성격까지 느껴지게 한다”고 설명했다.
여론주도 인력은 조직 내 집단 불만 및 노조 설립 징후 파악 등을 주 임무로 하는 사실상의 ‘사내 감시기구’다. 또한 노조활동 대응 인력은 ‘대자보 철거 등 사내 조합활동 방해, 회사 우호적 활동 전개’ 등을 주 임무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삼성은 임직원 280명 당 1명 수준으로 노사 담당자를 확보한 상태며, 현업 우수 인력 및 유력 대학 법학과 출신을 꾸준히 배치해 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은 2015년까지 세 자리 숫자 규모의 노무사를 추가적으로 충원해, 1사업장 1노무사 제도를 도입하는 등 노조 설립 봉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노조 와해를 유도하기 위한 모의 단체교섭도 진행 중에 있다. 삼성은 만약 노조가 설립된 후, 와해되지 않고 교섭을 신청할 시 “시간을 끌면서 단호하게 대응”하며 “실무협상을 통해 본교섭을 최대한 지연하면서 노조원 탈퇴 설득 등을 통해 (노조를) 고사”시킨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교섭 전술을 위해, 삼성은 지난 2011년 담당 임원 167명과 협상전문가 192명 등 모두 359명을 대상으로 4차례의 모의 단체교섭을 실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에 노조가 설립된다면? ‘조기와해, 고사화’ 추진 매뉴얼
노조가 설립됐을 경우를 대비한 철저한 매뉴얼도 마련돼 있었다. 여기에는 ‘조기 와해, 고사화 추진, 단체교섭 거부, 노조 해산 추진, 조기 와해 불가 시 친사(어용) 노조 설립 후 고사화 추진’ 등 단계적인 대응 방안이 포함돼 있다.
또한 삼성은 기존에 노조가 있는 곳과 없는 곳을 분리해, 노조가 생겼을 경우 각각의 대응 방식을 마련해 놓고 있었다. 실제로 삼성은 기존 노조가 설립돼 있는 삼성생명 등 8개사에 노조가 만들어질 경우 △기존 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을 근거로 신규 노조와 단체 교섭을 거부 △기존노조를 통해 신규 노조 해산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삼성전자 등 노조가 없는 회사에서 노조가 설립됐을 경우 △전 부분 역량을 최대한 집중하여 조기 와해에 주력 △불가시 친사(어용)노조 설립 판단 후 교섭을 진행하며 고사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을 마련해 놓고 있었다.
문건에 따르면, 삼성은 노조가 결성된 이후부터를 ‘전시상태’로 규정하고, 그룹과 해당 회사에 인사, 홍보, 법무, 지역협의회가 참여하는 비상상황실 체제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워 놓고 있다. 아울러 내부 동요 방지, 조합원 탈퇴 압박, 설립 신고 취하 설득 등의 방침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노조 설립 주동자와 관련해 “위법 사실 채증 후 해고, 정직 등 격리하고, 단순 가담자들은 사내 지인과 부서장 면담 등을 통해 탈퇴를 유도”하고 “대자보 부착, 근무시간 중 조합 활동, 천막 설치 등에 대해 사규 위반으로 반드시 저지하되, 거부 시 채증 후 징계”라는 수순을 마련해 놨다.
이와 함께 “고액의 손해배상 및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경제적 압박을 가중시켜 활동을 차단하고, 식물노조로 만든 뒤 노조 해산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서면 자료 및 발언, 녹취 내용 등이 부당노동행위에 저촉되지 않도록 평상시 훈련, 교육이 있어야”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심상정 의원은 “이번 문건은 삼성의 존재가 초헌법, 불법, 탈법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시장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삼성의 변화 없이 경제민주화는 불가능하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한편 삼성은 15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해당 문건과 관련한 해명에 나섰다. 이들은 “임원들의 세미나를 준비하면서 바람직한 조직문화에 대해 토의하기 위해 작성된 것”이라며 “종업원을 인격적으로 대하고 불합리한 제도나 관행이 있으면 바로 잡아 조직 분위기를 활성화자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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