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0만 건설노동자 퇴직금으로...접대골프, 원정도박 ‘돈잔치’

환노위 국정감사, ‘건설근로자공제회’ 부실, 방만, 비리, 낙하산 인사 논란

17일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이종훈 의원은 “보좌진과 회의하다 손이 떨려 죽는 줄 알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심각하다”, “비리종합세트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분노하는 의원들 앞에 쭈뼛거리며 선 이들은 이진규 건설근로자공제회 이사장과, 정 모 건설근로자공제회 감사였다.

그동안 민간기관으로 운영되던 건설근로자공제회는, 올 해부터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 돼 국정감사를 받게 됐다. 첫 국정감사가 시작되자 그간의 온갖 비리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수 천 억의 투자 손실, 밀실 투자 등 자산 운용 문제를 비롯해 골프, 해외원정도박, 억대 연봉 및 성과급 등 그야말로 임원들의 돈 잔치가 화려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사실 건설근로자공제회의 방만 경영과 낙하산 인사 등의 문제는 어제 오늘 제기된 문제가 아니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지금까지 숱하게 부실경영 문제를 제기했고, 낙하산 인사와 관련한 투쟁도 벌였다. 하지만 건설근로자공제회 내부 감사들은 ‘돈잔치’의 주역이었고, 고용노동부 역시 부실 감사로 비리를 부추겨 왔다.


‘투자’하는 족족 대형사고...일용직 건설노동자 퇴직금 공중분해

380만 명의 일용직 건설노동자들은 1일 노동의 대가로 받은 임금 중 4.200원을 건설근로자공제회(공제회)에 납부하고 있다. 공제회는 노동자들이 퇴직하게 될 경우, 적립했던 돈을 지급한다. 고용이 불안정하고, 열악한 노동을 하고 있는 건설노동자들의 노후를 보장하기위한 최소의 생활비인 셈이다.

현재 공제회가 운용중인 자산규모는 2조 441억 정도다. 이들은 대부분 주식, 채권, 대체투자 상품 등에 투자하여 운용 수익을 올리고 있다. 수익률은 2011년 1.63%, 2012년 2.1%으로 민망할 정도로 낮다. 대신 대체투자를 하다 손실이 발생한 비율은 -10%~·12%로 심각하다. 매번 사고성 대체투자 상품에 투자했다가 대형사고를 쳤다.

이종훈 의원은 “현재 대체투자자산은 총 2,171억인데, 이 중 82%인 1,779억은 모두 사고성 투자상품”이라며 “원금 1,779억에 대해 2006년부터 810억 원의 엄청난 손실이 계속해서 발생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공제회는 담보도 없는 천안의 버드우드골프장에 300억 원을 투자했다가 전액 손실을 입었다. 의정부에 위치한 대형 워터파크인 아일랜드캐슬에 250억 원을 투자했지만, 3년 이상 분양이 안 되는 바람에 현재까지 150억 원의 손실을 입고 있다. 천안 워터파크에는 210억을 투자했지만, 사업 부진으로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묻지마 해외투자로 인한 손실도 심각한 상황이었다. 두바이에 있는 52층 오피스텔에 287억을 투자했으나, 임대율이 43.7%에 그쳐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했다. 카자흐스탄 애플타운 아파트에도 투자했으나, 분양률이 28%에 불과해 손해를 봤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2007년 이후 투자된 문제되는 대체투자의 규모는 약 1500억이지만, 현재 잔액은 363억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 묻지마 대체투자로 인한 손실액은 1,130억 원에 달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간부들의 황당한 투자가 줄을 이었다. 2007년 당시 윤 모 기금운용팀장은 은행과 투자신탁, 부동산에 단독 의사로 투자를 했다가 400억 상당의 손실을 입었다. 2009년에는 김 모 전무이사와 문 모 기금운용팀장이 모의해 의정부 복합리조트에 250억 원을 투자했다. 해당 리조트는 현재 경매에 넘어갔고, 109억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했다. 문 모 씨는 올 4월, 업무상 배임죄로 형사고발을 당했다.

공제회 4대 이사장인 손 모씨 역시 외부 브로커와 결탁해 300억 원을 모 은행에 투자했다가 투자금액을 고스란히 날렸다. 그 역시 배임죄로 징역 3년 8개월 형이 확정됐다.

간부들의 돈 잔치...‘주중 골프’, ‘해외원정도박’ 등

수 천 억의 자산을 날려먹으면서도 간부들의 돈 잔치는 화려했다. 2009년, 문 모 자산운영팀장은 안성의 모 골프장을 자산으로 한 금융상품에 150억 원을 투자했다가 143억 원의 손실을 봤다.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남은 것은 계약 당시 얻어낸 해당 골프장의 VVIP회원권 2구좌(34억)였다.

이종훈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강 모 전 공제회 이사장은 평일 5건, 주말 3건 등 근무일이건 주말이건 가리지 않고 해당 골프장을 찾아 법인카드로 긁은 뒤 업무추진비로 처리했다. 골프장과 가까운 식당에서도 평일 6건, 주말 5건 등을 사용했다. 이번 국정감사에 출석한 정 모 감사 역시 평일에 골프장 근처 식당에서 7건의 ‘업무처리비’명목의 돈을 사용했다.

이종훈 의원은 “이걸로(회원권으로) 누가 거기 가서 골프를 쳤는 줄 아나. 정 모 감사다. 업무추진비 영수증을 봤더니 카드를 긁은 곳이 죄다 골프장 근처다. 더 어이없는 것은 근무일에 골프장에 간다는 거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정 모 감사는 “저는 골프를 칠 줄 모른다”며 “제 이름을 빌려 친지나 친구들을 치도록 했다”고 해명했다. 홍영표 감사가 “공제회 업무추진카드를 친구나 친지에게 빌려줬다는 것이냐”라고 재차 묻자 정 감사는 돌연 말을 바꿨다. 전, 현직 국회의원 보좌관들에게 접대성 명목으로 카드를 빌려줬다는 설명이었다. 정 감사는 “내가 전, 현직 여야 국회의원 보좌관들의 모임인 사단법인 ‘국회입법정책연구회’의 부회장으로 있다. 나는 (그들에게) 직접 대접하고 (서울로) 올라왔다”고 밝혔다.

이에 환노위 의원들은 정 감사에게 해당 보좌관들의 명단을 즉시 작성해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처음에는 명단 제출 의지를 보이던 정 감사는 이후 “대충 누군지는 알겠는데, 2년 전이라 명단이 확실하게 기억이 안난다”며 우물쭈물했다. 신계륜 환노위 의장의 호통에 명단을 작성해 오기는 했지만 전직 한나라당 의원의 보좌관 명단만 있을 뿐, 현직 의원의 보좌관 명단은 밝히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공제회 내부에서는 스폰서를 통한 임직원들의 해외원정도박 의혹도 일고 있다. 이종훈 의원은 “직원들의 해외원정도박 의혹에 대한 증거도 있다”며 “감사팀장과 자산운용팀장은 최근 3년간 회사에 민방위훈련을 간다는 허위보고를 하고 필리핀, 마카오 태국 등 총 8회의 해외여행을 떠났고. 자산운용팀장인 오 모 씨는 필리핀을 3번, 마카오를 4번이나 더 갔다”고 설명했다.

억 대 연봉은 기본, 화끈한 성과급...“뭘 잘했다고 성과급이냐”

간부들의 통 큰 잔치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공제회 이사장은 2억 2천만 원에 달하는 고액 연봉을 받고 있었다. 감사와 전무이사의 연봉 역시 2억 원이 넘었다. 1급은 1억 3천 만 원, 2급도 1억 원 이상의 연봉을 받았다. 성과급도 화끈했다. 이사장은 4천 2백 만 원, 감사는 3천 3백 만 원, 전무이사는 3천 8백 만 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결국 이종훈 의원은 “그 동안 손실이 얼마인데 뭘 잘했다고 성과급을 주나”며 목청을 높였다. 이에 이진규 이사장은 “내년에는 임직원이 전원 임금 동결을 추진했다”며 해명에 나섰지만 “이게 임금 동결 한다고 될 문제냐”는 의원들의 질타만 이어졌다.

공제회는 부실, 방만, 비리로 곪아가고 있었지만, 고용노동부의 감사는 허술했다. 10개의 사고성 상품에 대해서도 단 한건의 지적, 확인 없이 감사를 끝냈다. 그도 그럴 것이 공제회는 고용노동부과 국토해양부의 재취업센터 역할을 하고 있었다. 실제로 2009년 이후, 고용노동부 직원 6명, 국토해양부 직원 4명이 공제회로 특별채용 됐다. 채용 이후 이들의 직급은 8~9급에서 1~3급으로, 연봉은 2~3배가 뛰었다.

이종훈 의원은 “해당 직원들의 과거 경력과 업무까지 살펴본 결과, 건설근로자공제회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가는 전무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고용노동부 출신 박 모 씨는 투자절차를 무시한 채 2.8억 원의 손실을 입혀 징계를 당했으며, 국토해양부 출신 임 모씨 역시 노동계 전문위원에 대한 복무관리 해태로 징계처리 됐다.

이 같은 공제회의 총체적 문제에 대해 이진규 이사장은 “이는 작년까지 있었던 일이고, 제가 취임하고 나서는 전면 재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이사장 역시 ‘낙하산 인사’ 논란을 불러일으킨 문제적 인물이었다.


[출처: 건설노조]

이명박 정부는 퇴임을 50여일 앞둔 지난해 12월, 청와대 정무1비서관 출신인 그를 이사장으로 앉혔다. 이진규 이사장은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연구위원과 청와대 정무수석실 선임행정관, 청와대 정무1비서관을 거친 인물로 건설업과는 전혀 무관한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건설노조는 ‘비전문가인 낙하산 이사장이 선출되면 비리, 부실운영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라며 이사장 선출 저지에 나섰지만, 정부는 심야에 날치기 표결을 강행하며 낙하산 선임을 강행했다.

한편 이종훈 의원은 “주중 골프, 스폰서 해외원정도박 의혹, 낙하산 인사, 임금잔치 등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부가 올 3월 감사를 했는데 (문제들을)다 뺐다”며 “노동부에 다시 감사를 청구할 것이며, 환노위 의원들이 의결을 통해 감사원 청구도 염두하고 있다”고 밝혔다.
태그

건설근로자공제회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윤지연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