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강의 선거법 위반 기소는 학생을 무능력자로 본 것"

유소희 교수 선거법 위반 사건 두고 학문 자유를 위한 토론회

대학 강의 내용을 두고 선거운동을 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죄를 묻는 것이 가능할까? 믿기 어려지만 사실이다.

유소희 영남대 교수는 2012년 2학기 ‘현대대중문화의 이해’ 강의에 <한겨레> 기사를 스크랩해 수업 자료로 활용했고, 수업을 듣던 학생이 국정원에 신고했다. 보안수사대 조사 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되지 않자, 검찰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한 사전 선거운동이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유 교수를 기소했다.

이 때문에 지난 9월 4일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전국교수노조, 대구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를 포함한 11개 단체는 ‘유소희 교수 수업 사찰 규탄 및 학문과 사상의 자유 대책위원회(학문자유대책위)’를 결성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안정국이 조성됐고, 대학 내 학문과 사상의 자유조차 침해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


학문자유대책위는 16일 오후 3시 경북대학교 교수회의실에서 ‘유소희 교수 선거법 위반 기소 사건,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검찰 기소가 교수의 강학 자유 침해하는 사건으로 헌법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강학의 자유 침해와 더불어 대학생을 정치적 무능력자로 만드는 것”

발제에 나선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사건을 두고 “선거법 위반 사건이 아니라 국가권력에 의한 범죄”로 규정하며 “강학의 자유 침해와 더불어 (국가가) 대학생 개인을 생각할 수 없는 존재로 만들어 버렸다”고 꼬집었다.

경찰이 문제 삼은 백창욱 대구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대표 강연과 관련한 조사에서 70여명의 학생들 가운데 4명의 학생만이 ‘좌편향’, ‘일방의 대선후보만을 비판했다’고 진술했고,강의에 동의하는 학생들, 중립적인 학생들 역시 ‘통일정책, 가치관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오동석 교수는 “학생들의 다양한 반응은 대학에서의 강의가 교수의 일방적인 강요에 의해 관철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수업방식이 토론식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학생들은 강의에 대하여 나름대로 이해하고 수용하면서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반응을 하고 있다”면서 “대학 강의실 안에 국가권력이 침입한다면, 학문의 자유는 성립할 수 없다”며 경찰이 공직선거법을 과잉적용한 점을 꼬집었다.

오동석 교수는 “학문연구결과 발표의 방법은 대학 강의실 이외의 집회에서 발표하거나 논문 또는 저서로써 발표하는 것으로 언론 및 출판의 자유보다 고도의 보장을 받는다”며 “강학의 자유는 어떤 면에서는 연구의 자유 이상의 ‘절대적 기본권’으로서 보장되어야 한다. 이 과정을 국가가 개입한다면, 진리의 탐구가 성립할 수 없는 ‘전체주의국가’로 전락한다”고 말했다.

  토론에 참석한 유소희 교수

“학생을 예비취업생, 교수는 멘토로만 한정시켜
대학 강의 통제가 일상화 될 우려 있어”


토론에 나선 임재홍 전국교수노조 부위원장(방송대학교 법학과)은 학생이 국정원에 유소희 교수를 신고한 것을 언급하며 “학생은 예비취업생, 교수는 이런 학생의 멘토로만 한정시킨 신자유주의 고등교육 정책에 문제가 있다. 자본주의 기업이 원하는 강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헌법 강의를 하는데 정치적이지 않느냐는 질문이 들어오는데, 대학 강의에 대한 통제가 일상화되지 않도록 이번 사건에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충환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구지부 사무차장)는 “검찰은 유 교수의 평통사 운영위원 활동을 박근혜 대통령 낙선의 목적성이 있다며 근거로 제시했으나 목적의사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또, 한겨레신문 논설내용을 보조자료로 활용한 것은 공직선거법 제58조 제1항 선거운동이 아니며, 단순한 의견개진”이라고 반박했고, 공직선거법 제85조 제2항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혐의에 대해서도 “특정 대선 후보에 대하여 부정적인 취지의 강의를 한 것에 불과하며 이에 대한 개별 학생들의 견해를 평가에 반영하였거나 오해할 수 있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조차 없다”고 반박했다.

전영일 경북대 정치경제학회 아고라 대표는 이번 사건에 대해 “검찰의 기소는 지식인의 학문자유 침해와 더불어 다양한 학문의 비판적 견해를 배울 수 있는 학생 수업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국가는 학생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의 기회를 거세하거나 지식인의 비판적 역할을 억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기사제휴=뉴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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