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연장 임금삭감? 고용노동부 광고 논란

사회적 합의 없이 정부가 ‘임금피크제 ’ 기정사실화

10월 1일부터 방영되기 시작한 고용노동부의 ‘장년고용촉진’ TV 공익광고가 논란이 되고 있다. 2016년부터 정년 60세 의무화를 홍보하는 이 광고는 정년연장에 따른 노동자의 ‘임금 양보’를 기정사실화 하면서 임금 삭감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은 각 사업장에서 노사 합의로 결정했기 때문에 고용노동부의 광고는 일방적인 사용자 편들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임금체계 개편의 핵심 쟁점인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는 노동계가 반대 입장이라 사회적으로 합의된 바 없다.

고용노동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좋겠다는 ‘취지’이다”
임금체계 개편은 각 사업장에서 노사 합의로 알아서 할 일


고용노동부의 40초짜리 TV 공익광고는 “2016년부터 우리의 정년은 60세 이상이 된다. 우리에겐 먼저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가 있다”는 멘트로 시작된다. 스웨덴(110.8), 프랑스(146.3), 영국(158.7), 독일(191.2) 4개 국가의 제조업 근속연수별 임금격차 (2010년)가 1년차 임금대비 20~30년 차 임금수준을 비교해 한국(313.0)은 나이나 근속에 따른 임금 상승이 선진국에 비해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년 근로자’는 “오래 일할 수 있다면 임금은 좀 양보할 수 있다”, ‘CEO’는 “숙련된 분을 합리적 임금으로 쓸 수 있다면야 더 오래 일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익광고는 “근로자는 더 오래 일하고 기업의 경쟁력은 높아지고. 임금체계 개편으로 더 오래오래” 등으로 마무리 된다.

[출처: 고용노동부 TV공익광고 캡쳐]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임금체계 개편은 고용촉진법 문구대로 한다면 시행 주체는 노사가 하면 된다”며 “임금체계를 개편하지 않아도 처벌 조항이 없다. 그래서 권고 사항이다”고 말했다. 사실상 각 사업장 노사가 알아서 할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도입이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금 양보를 주장하는 공익광고는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좋겠다는 취지의 공익광고이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이어 “여야가 정년연장 따른 임금체계 개편을 논의하면서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해 국회의원들이 합의하지 못하면서 두루뭉술하게 임금체계 개편으로 용어를 쓰기로 했다”며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 여야 등이 임금피크제를 시행령으로라도 명시해 달라고 고용노동부에 계속 요구해왔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연공서열 임금체계이기 때문에 개편이 필요하다. 내년부터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확대할 방향이다”며 “임금을 삭감하지 않고 정년을 연장하면 가장 좋겠지만, 장기적으로 회사가 어려워질 수 있으니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고용노동부가 지원금을 드린다는 요지이다”고 밝혔다.

‘임금격차’ 선진국 비교 자료, 종합적인가?
“신입사원과 장기근속자의 높은 임금격차는 자본과 정부의 책임”


고용노동부의 주장에 민변 권영국 변호사는 “노동계가 합의하지 않은 임금피크제를 고용노동부가 나서 선전하고 조장한다는 것은 큰 문제이다”면서 “장년층으로 갈수록 자녀 교육, 의료, 주택 등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전적으로 개인에게 맡긴 채 임금피크제를 통해 임금을 삭감한다는 것은 생존권의 문제이다”고 지적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정년이 연장된다고 하더라도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면 노동자에게 손해라는 말이 나온다. 위니아만도에서 근무하는 한정우(45세) 씨는 “안 그래도 청년실업에 부모들이 자녀까지 책임지고, 집을 마련해야 하고, 비정규직이 태반인 한국사회에서 50~60세는 안정적인 세대가 아니라 돈을 더 많이 쓰는 세대”라면서 “임금피크제 도입되면 퇴직금까지 줄어드는데 누가 환영하겠는가”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노동자는 "연공서열에 따른 임금체계 때문에 젊은시절 저임금도 참았다. 정년연장을 빌미로 이걸 바꾸려 한다면 그 시절 보상은 누가 해주는 것이냐? 그냥 임금삭감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가 공익광고에서 자료로 활용한 선진국 5개국 비교 그래프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원영수 국제포럼(준) 운영위원장은 “비교한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임금격차가 적은 이유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이 적용되는 임금체계 때문이며, 이는 사회보장으로 기본 생활이 보장되기 때문에 직접임금이 개인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전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비교로 든 외국 사례는 사회적 임금으로 복지가 잘 되어 있는 반면 한국은 복지 사각지대이다”면서 “단순 임금격차만 비교한 것은 종합적인 비교가 아니라 편의적으로 짜깁기한 것이다”고 비판했다.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최신 자료를 확보하려고 했으며 노동연구원에서 받은 자료를 활용했는데, 국가마다 다르겠지만 여러 가지 것을 감안해 비교한 자료가 없었다”고 말했다.

[출처: 고용노동부 TV공익광고 캡쳐]

또한 고용노동부 공익광고에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추진의 근거로 든 신입사원과 장기근속자의 임금격차, 즉 ‘정규직 고임금’ 논리가 과연 정규직 노동자의 책임이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노동자의 상대적 고임금은 정부와 자본의 근시안적인 대응으로부터 비롯됐기 때문에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원영수 국제포럼(준) 운영위원장은 “1970~80년대 산업화 국면에서 저임금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낮은 기본급과 연공제로 도입했고, 1987년 이후 노동자들의 항의로 임금을 어쩔 수 없이 인상하는 경우 기본급 인상 및 적절한 임금체계 도입보다는 제수당의 신설 및 인상 등 편법을 통해 임금인상요구에 대응한 정부와 자본의 책임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임금체계의 개편의 전제조건은 최저임금의 실질적 인상과 저임금의 해소”라면서 “예를 들어 한국의 임금격차가 300이라고 하지만, 초임기준을 100에서 200으로 올리면, 임금격차는 150으로 줄어줄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승철 민주노총 기획국장은 “이번 공익광고는 고용노동부가 할 광고가 아니라 경총이 해야 할 광고이다. 친 사용자 편에 선 고용노동부의 또 다른 사례이다”면서 “정부 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당장 광고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4월 23일 여야는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법안에 합의하면서, 임금피크제 도입 등 쟁점이 됐던 임금체계 개편 방법은 노사 합의에 따르도록 했다.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법(고용촉진법)에 의하면 정년 60세 연장은 의무조항이며,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는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덧붙이는 말

정재은 기자는 미디어충청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충청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작성한 글에 대해 동시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

고용노동부 , 공익광고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정재은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