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옷 입었으면 남자 경찰이 여자화장실 열어도 성희롱 아냐”

“법원의 ‘동작서 성희롱’ 불인정은 여성 폄하, 노조 배타적 판결의 전형”...파문 확산

최근 기륭 여성노동자에 대한 동작서 경찰관의 성희롱 혐의를 기각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대해 여성, 인권, 노동조합 등 단체들이 성추행 피해자 인권침해를 부추기는 반여성, 반노동적 판결이라고 강력 항의하며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22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기륭공대위, 전국여성연대 등 9개 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동작경찰서 성추행사건 판결을 규탄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6단독재판부(판사 심창섭)는 지난달 27일, 성추행, 무고, 위증을 문제로 한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 “여성 피의자가 옷을 입고 있는 상태에서 남성 경찰관이 화장실 문을 열었다면 성적 수치심까지 느낀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 위증죄만 인정했다.

지난 2010년 4월 6일, 기륭전자 노사문제로 조사받던 박 모 씨는 용변을 보는 도중 동작서 조사담당 형사가 화장실 문을 열어 ‘동작서 성희롱’ 논란이 일었으며, 박 씨는 경찰에 항의하다 실신해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다. 박 씨와 노조는 동작서 앞에서 성희롱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으나, 동작서 측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허위사실 유포로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검찰에 박 씨를 고소했다.

지난 해 6월 대법원은 경찰이 피해자를 명예훼손으로 기소한 사건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 그러나 서울지방법원은 오히려 대법원의 판결을 뒤집고 성추행을 하지 않았다는 경찰측 입장을 옹호, 반발을 사고 있다.

“전형적인 여성 폄하적, 노동조합 배타적 판결”

노조와 사회단체들은 서울지방법원의 판결이 “전형적인 여성 폄하적, 노동조합 배타적 판결”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단체들은 재판부가 “성적 수치심을 판사라는 고위직 남성의 입장에서 판단하고 피의자가 가장 사적인 공간인 화장실에 있어도 경찰은 언제나 감시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불손한 태도”로 “판사 자신도 위증을 했다고 인정했음에도 가해자의 주장과 일맥상통하게 경찰관에게 적개심을 품고 난관을 돌파하는 방안으로 거짓항의를 한 것이라고 오판하고 있다”고 항의했다.

단체들은 이 때문에 이번 판결은 “1895일 동안 자신의 목숨을 걸어가면서 한국 사회 비정규직 문제를 알리고 노동자로서의 자존심을 지킨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기륭전자 조합원들의 싸움에 내민 정면 도전장”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정작 자신이 성희롱 피해자이면서도 조사 과정에서의 2차, 3차 피해가 두렵고 경찰 사법기관을 믿지 못하여 가슴 속에 피해 사실을 묻고 까맣게 타들어가는 성희롱 피해자들에게 다시 절망감을 안긴 또 하나의 가해 행위”라고 규정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인권운동사랑방도 22일 입장을 내, “중요한 것은 경찰조사관이라는 권력을 이용하여 여성에게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행위는 소변을 보는 행위까지 감시하였다는 점”이며 “그로 인해 여성에게 성적 수치심과 모욕감을 주었다는 점을 간과했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인권운동사랑방은 또 이번 판결은 “공권력의 성희롱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결여돼 있다”며 “경찰과 피의자라는 권력관계의 차이를 고려할 때 더욱 가중 처벌되어야 하는 사안이다”라고 밝혔다.

‘동작서 성희롱’ 논란은 지난 2010년 4월, 기륭전자 노사 간 폭행사건을 조사받던 박 모 씨가 용변을 보고 있을 때 동작서 조사담당 형사가 화장실 문을 열며 불거졌다. 당시 박 씨는 경찰에 항의하다 손발이 마비되고 급기야 실신, 응급실에 실려 가는 등 큰 피해를 당했다.

특히 검찰은 ‘경찰 조사를 받게 되자 이에 불만을 품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가 있다’는 보도자료를 언론에 유포,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연합뉴스>, <세계일보>, <한국일보>, <매일경제> 등 언론사가 성희롱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켜 보도, 문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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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륭전자 , 동작서 성희롱 , 서울중앙지방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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