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도 송전탑으로 몸살... 서생면에서는 이주 요구

"765KV 송전탑 세워지고 나니 위험한 줄 알겠다"

밀양에서 765kV송전탑 공사 반대 싸움을 하는 가운데 울주군과 기장, 양산에는 이미 송전탑이 세워져 있다. 765kV 송전탑이 아니라도 곳곳에서 송전탑 건설에 따른 분쟁은 계속되고 있다.

  울주군 서생면 연산마을은 원전과 송전탑에 둘러싸여 살 수 없다며 이주를 요구하고 있다. [출처: 울산저널 용석록 기자]

서생면 주민들 이주 요구, “765kV 송전탑 보고서야 위험 알았다”

울주군 서생면 연산마을과 인근 주민들은 고압 송전탑과 원자력발전소에 둘러싸여 살 수 없다며 이주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서생면 화산리 온곡1구와 2구, 화산마을, 명산리 연산마을, 용연마을 사람들이다.

한기태 연산마을 이장은 “원자력발전소가 지금 고리에 4개, 신고리 2개 있지만 앞으로 6개 더 생기면 12개가 된다. 그게 모두 돌아가면 살 수 없다. 그래서 이주를 요구한다”고 했다.

  고리와 신고리 원전에 인접한 서생면 연산마을에서 바라본 들판은 '송전탑밭'이었다. [출처: 울산저널 용석록 기자]

주민들은 “ 일본 후쿠시마 사고 전에는 원전이 무서운 줄 잘 몰랐다. 원전이 늘어나면서 송전탑이 동네에 가득 차 그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마을에 들어선 765kV 송전탑을 보고 “원전이 들어섰으니 송전탑은 당연하다고 여겼지만 막상 마을 앞에 세워진 송전탑을 보니 너무 커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이주 요구에 대해 “이제 시작이라 서생면장이 울주군수에게 주민들의 뜻을 전하는 정도 진행됐으나 앞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공사는 울주군-기장-양산-밀양-청도-창녕 북경남변전소까지 765kV 송전탑을 연결하는 공사로 울주군에는 5기의 송전탑이 세워져 있다.


밀양으로 들어가는 마지막 동네 양산 배내골 영남알프스자락에 우뚝 선 765kV 송전탑

울산 사람들이 여름엔 물놀이로 가을엔 억새길로 많이 찾는 경남 양산시 배내골에 765kV 송전탑 5기가 들어섰다. 배내골 울주군과 양산시 경계 지점에서 5분만 양산쪽으로 차로 가면 높이 100m가 넘는 송전탑이 있다. 배내골에 세워진 양산의 마지막 철탑을 넘어서면 바로 표충사가 나오고 그곳에선 밀양 송전탑 반대 싸움이 한창이다.

  양산시 원동면 대리에 들어선 765kV 송전탑 5기를 배내골 계곡에서 볼 수 있다. [출처: 울산저널 용석록 기자]

배내골에 송전탑이 들어설 때 주민대책위원장이었던 하문건 씨(70)는 “2005년 여름에 송전탑 건설하는 설명회가 있었는데 설명회인 줄도 몰랐고 마을 쉼터에 노인 몇 명 앉아 있는데 비누 몇 개 나눠주며 한전이 철탑설명회(공청회)를 했다는 보고서를 올렸다”고 한다.

하 위원장은 철탑을 경유하는 양산 상북과 덕계를 찾아다니며 반대 싸움을 하자고 했으나 정부 사업인데 별 수 있느냐며 반응이 별로 없었다고 한다. 밀양 단장면에도 갔었는데 그곳 사람들도 안 좋은 줄 잘 모르더란다.

하 위원장은 4~5년 전 밀양에서 열린 송전탑 반대 집회에 배내골 주민 40~50여 명이 관광버스 1대를 타고 참석했다. 2~3개월 뒤 한전 밀양영업소 앞에서 주민 20여 명이 집회를 하다가 우발적으로 한전 직원과 엉켰는데 이 때 카메라에 찍혀 동네 사람 두 명이 체포됐다.

그는 이를 해결하려 뛰어 다녔고 체포된 주민은 벌금 600만을 선고받았다. 이후 배내골 주민들은 밀양 집회에 안 가고 합의 국면에 들어갔다. 그래서 보상받은 게 6억원 정도 지원금이었다. 그 돈으로 대리마을 회관을 지었다. 하 위원장은 “송전탑 반대한다고, 설명회 무효라고 서울에 있는 한전 본사까지 찾아갔으나 시골 농부 하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더라”고 했다.

서하자 씨(75)는 부산 범천동에 살다가 건강이 안 좋아 배내골로 들어와 산지 20년이다. 집 바로 뒤에 세 개의 765kV 송전탑이 생겼다. 고압 전류가 흐르면 살 수 있을지 불안하다.

송전탑이 생기는 줄 모르고 5년 전에 집을 지어 들어온 하모 씨(55)는 집을 팔려고 내놨지만 계약하려다가도 철탑을 보곤 그냥 돌아 나간다고 했다.

외지에서 온 사람들은 어떻게든 다시 나가려고 하지만 원래부터 배내골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어쩌겠나. 평생 이고 살아야지”라며 한숨이다.

영남알프스는 울산, 양산, 밀양, 청도에 맞닿은 가지산을 중심으로 해발 1,000m 이상의 산 7개가 모여 있다. 울산시는 봉우리들을 연결해 거대한 원 모양의 순환 코스로 만든 ‘하늘억새길’을 조성했지만 조만간 영남알프스는 송전탑으로 덮일 지도 모른다.

산허리에 변전소 전용터널 400미터까지 뚫는 울산 북구 동대산
765kV 아니라도 산림파괴 심각


한국전력이 북구 동대산 일대에 동울산변전소와 송전탑을 건설하면서 산림이 파괴되고 있다. 한전은 동울산변전소를 지으면서 한전 전용도로나 다름없는 400m 길이의 터널까지 뚫고 있다.

  울산 북구 동대산 뒷자락. 동울산변전소 건설과 변전소로 가는 터널을 뚫는 공사장 입구. [출처: 울산저널 용석록 기자]


  울산 북구 동대산 뒷자락. 동울산변전소 건설과 변전소로 가는 터널을 뚫는 공사장 입구. [출처: 울산저널 용석록 기자]


한국전력은 2011년 3월 지식경제부의 승인을 받아 동대산 앞자락 매곡동에서 창평동 원지마을까지 154kV 15기를 건설 중에 있다. 공정율은 90%에 달해 11월 말 정도 준공을 앞두고 있다.

한전은 동대산 뒷자락인 북구 대안동 산 232번지 일원 6만2000㎡(약 1만8천평) 부지에도 내년 6월말 까지 완공을 목표로 345kV 동울산변전소를 짓고 있다. 한전은 동울산변전소 건립과 함께 방어진변전소까지 18㎞ 선로에 철탑 50기를 세우는 사업도 벌이고 있다. 이밖에 한전은 10월 현재 매곡변전소도 공정율 95%로 공사중이다. 또 무룡변전소를 짓기 위해 주민들과 협의 중이다.

345kV 동울산변전소는 신흥사 가기 전 길목에서 다음골까지 약 400미터에 달하는 터널까지 뚫는다. 이 터널은 대중교통 흐름에 영향을 주지 않는 한전 전용 터널과 다름없으나 한전 관계자는 “지역 주민도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한전 동울산변전소 건설 관계자는 “터널 뚫는 것은 한전으로서도 비용이 많이 들어 원치 않는 것이었다. 애초 계획했던 곳이 있었는데 주민들이 반대해 옮긴 부지”라고 했다.

대안동 주민들은 동울산변전소반대대책위를 만들어 한전과 5년간 줄다리기 하다가 지난 7월 마을길 확장, 교량 설치, 마을회관 진입로 확장 등을 한전이 지원하기로 하는 내용에 합의했다. 대안동 주민 김모 씨는 “터널이 뚫리는 건 좋지 않지만 동네에서 보이는 곳에 변전소가 생기면 땅값도 내리고 전자파 위험도 있어 보이지 않는 골짜기에 변전소를 짓는 것”이라고 했다.

북구청은 송전탑 건설에 대해 산림훼손과 주민 반대를 이유로 허가를 내주지 않았으나 한전은 울산시에 행정심판을 두 차례나 제기해 이겼다. 북구청은 동울산변전소 역시 주민 반대를 이유로 하천(우음천) 점용허가를 내주지 않다가 최근 주민들이 한전과 합의하면서 지난 8월 21일 하천점용허가를 내줬다.

  동대산에 송전탑을 세우는 건설 현장 [출처: 울산저널 용석록 기자]


  행정안전부가 선정한 '우리동네 녹색길'로 선정된 동대산 앞자락에도 송전탑 15기가 산 허리를 끊어 놓고 있다. [출처: 울산저널 용석록 기자]

송전탑에 반대하던 이상기 농소1동 송전탑 반대 비상대책위 전 공동위원장은 “산업단지가 만들어지는 등 전력이 필요하지만 대안 없이 반대한 게 아니다. 오토벨리로를 이용한 지중화를 요구했으나 한전은 비용이 많이 든다며 듣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송전탑 지중화를 따내지 못해 대책위를 그만뒀다. 그는 “철탑 생기면서 한전과 협의해 무얼 얻겠나”라며 탄식했다.

동대산을 자주 찾던 북구 주민 구모 씨(45)는 “어느 날 보니 빠른 속도로 철탑이 생겼다. 집에서 가까워 자주 등산 갔는데 철탑을 보니 갈 마음이 생기기 않는다”고 했다.

한전은 매곡일반산업단지, 강동산하 도시개발지구 등 대규모 개발지역에 전력공급을 하기 위해 송전탑과 동울산변전소 건설이 반드시 필요하고, 영남화력이 올 연말 폐기예정이라 내년 여름 전력난을 대비해서라도 시급히 완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동대산은 울산시 어울길 2코스(무룡고개-무룡산-동대산-신흥재)에 해당한다. 이 길은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선정한 ‘전국 우리마을 녹색길’에 선정됐다. 2009년에는 북구청이 8억원의 예산을 들여 동대산 22km 구간에 ‘맨발 황톳길’과 ‘허브향기길’ 등 11개 주제로 이뤄진 산책로를 준공해 북구 주민들이 즐겨 찾는 곳이었다.

한편 울산생명의숲은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전이 북구청으로부터 ‘소나무 즉시 파쇄’를 조건으로 동대산과 무룡산 일대 송전철탑 설치 공사를 허가받았으나 조건을 지키지 않아 소나무재선충병의 확산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생명의숲은 한전이 지난 2월부터 송전탑 공사를 시작했지만 지난 20일에야 소나무 파쇄작업을 시작했다고 지적하면서 “한전에 법적 책임을 묻고 소나무 파쇄작업을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구청은 소나무재천충병 방제 특별법 위반으로 한전을 고발할 방침이다.

송전탑 건설로 지역마다 주민들과 한국전력이 부딪치고 있다. '전기 없이 살 수 없다'는 논리로 지역 주민을 이기주의로 몰아붙이는 것도 문제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산림과 주민들 삶을 파괴하지 않는 에너지수급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기사제휴=울산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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