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정부들의 기만적인 변명

[기자의 눈] 맞물린 감시의 양날, 대테러 전쟁과 자국 시민 감시

NSA의 35개국 정상 도청 사실까지 폭로되며 미국의 무차별 감시프로그램에 대한 세계적 비난과 항의가 잇따른다. 그러나 키스 알렉산더 NSA 국장은 29일 청문회에서 용서를 비는 대신 비난하는 국가들을 공격하고 나섰다. 결국 미국은 국가 간의 싸움으로 전개되는 흐름에 제동을 걸고, 타국 감청은 당연한 일이라며 물타기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수사 속에는 이들 감시정책이 애초 제국주의 정책의 산물로, 결국 국내외 시민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간과시키고 있다.

유럽에서는 NSA가 프랑스에서 7,000만 건, 스페인에서는 6,000만 건 이상의 도감청을 했었고 메르켈 독일 총리의 휴대 전화를 도청한 것 등이 잇따라 폭로돼, 주말 유럽연합(EU) 정상 회의에서도 주요 의제가 됐다.

  미국 시민들이 26일 정부의 감시 정책에 맞서 "정부가 아닌 nsa를 '셧다운'하라"며 시위하고 있다. [출처: http://www.popularresistance.org/]

키스 알렉산더 NSA 국장은 개별 국가들이 협조한 것으로 타국 일반 시민에 대한 감시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알렉산더 국장은 “이는 우리와 나토 동맹국들이 방어와 군사작전 차원에서 수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미국 정부 관계자도 이들 자료는 “스페인, 프랑스 정보기관이 자국 국민들에 대해 모은 전화 감청 등의 자료”라고 밝혔다.

타국 정상들에 대한 도청까지 드러난 마당에 반성과 재발 방지 약속도 없는 미 정보 수장의 태도는 뻔뻔하기 그지 없다. 그러나 그의 말이 모두 잘못된 것은 아니다. 사실상 유럽 정부들도 자국민에 대한 감시 정책을 강화해왔고 대테러 정책이라는 구호 아래 이 자료를 미국 정부에 넘기며 동조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럽정부들이 대태러를 이유로 자국 시민들에 대한 대대적인 감시프로그램을 기반으로 미국 정보기관에 이들 정보를 제공해 왔다. 지난 7월 8일 에드워드 스노든은 러시아 모스크바 체류중 독일 시사 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도/감청은 미 국가안보국(NSA)과 독일 연방정보국(BND)의 제휴로 가능했다며 독일을 포함한 여러 국가가 미국의 개인정보 수집활동에 협력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프랑스에서는 7월 초 르몽드 등에 따르면, 프랑스 해외담당 정보기관인 대외안보총국(DGSE)은 국내는 물론 국외로 오가는 통신정보를 감시, 해당 정보가 언제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는지를 알 수 있는 ‘메타데이터’를 축적해 왔다. 여기에는 전화 통화와 단문메시지, 이메일은 물론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를 이용한 통신도 감시 대상이었다.

이 때문에 독일 등에서는 정부의 시민 감시 조치에 대한 항의가 확산돼 왔다. 독일에서는 전화통신, SMS, 이메일, 인터넷 감시 강화로 매년 대규모의 감시반대 시위가 일어나고 있으며 특히 지난 달 9일 독일 베를린에서는 2만명이 집회에 참여, “독재자만 감시할 필요가 있다”, “익명성은 범죄가 아니다” 등을 외치며 시위하기도 했다.

이러한 서구 정부들은 자국민에 대한 감시 강화에 대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대 테러 조치라고 변명한다. 그러나 이런 변명은 옹색하기 짝이 없다. 사실상 대테러 전쟁 대부분이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설 등처럼 근거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저질은 침략행위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결국 서구 정부들은 밖으로는 침략 전쟁으로 테러를 유발하고, 안에서는 자국민을 대상으로 전면적인 감시를 하는 형국인 것이다. 대외 시민들은 침략 전쟁으로 인해 수십만명이 사망하고 부상당하는 사이 나라 안 시민들은 감시를 받으며 그 비용을 부담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것이다.

그 규모도 대대적이다. 지난달 7일 독일 경제전문지 <한델스블라트>에 따르면, 2001년에서 2011년까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코소보 전쟁 등 테러와의 전쟁으로 미국은 3.8조 달러를 지불, 4.4조 달러가 든 2차 세계대전 비용에 가까운 수치를 보였다.

빅브라더로 유명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감시 사회, 오세아니아 당의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이라는 슬로건은 그래서 더욱 절묘하다. 2차 대전 시 미국과 영국 주도 감시로 시작한 국가 간 감시는 이제 일본의 비밀보호법과 같은 정부의 정보 제한, 자유권 억압 그리고 유엔 평화유지군처럼 전쟁과 함께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테러를 빌미로 자국 시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제국주의 정부들의 감시정책과 침략 전쟁에 대한, 경계를 넘어선 모두의 투쟁과 연대가 더욱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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