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는 서비스 기사들이 업무를 받는 휴대전화의 삼성전자서비스 업무프로그램인 ‘Any Zone(애니 존)’을 이번 달 15일까지 변경하라고 최근 통보했다. 업무효율 향상을 위해 프로그램의 속도를 개선한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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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삼성전자서비스 애니 존(사진 왼쪽)이 신규 애니 존(사진 오른쪽)으로 바뀌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의 로고가 없어지고 협력사 명칭과 기사 이름이 적혀 있다.(사진에서 빨간 박스 부분) [출처: 미디어 충청] |
서비스 기사 K씨는 “단순히 프로그램 속도 개선을 이유로 노사 갈등이 극심한 시기에 애니 존을 변경하는 것 자체가 의심스럽다”면서 “삼성전자서비스 로고만 사라질 뿐 삼성전자서비스의 업무 직접지시는 그대로다”고 주장했다.
서비스 기사들은 애니 존을 통해 업무를 수행하고, 업무 배분은 삼성전자서비스에서 운영하는 콜센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이루어진다. 또한 애니 존은 삼성전자서비스에 직접 고용된 서비스 기사들도 함께 사용하는 프로그램이다.
기존 애니 존과 신규 애니 존을 보면, ‘삼성전자서비스’ 로고가 사라지고 협력사 명칭과 서비스기사 개인 이름이 표시된다. 또한 기존 애니 존은 휴대전화로 화면 캡처가 가능했지만, 신규 애니 존은 캡처가 불가능하다.
업무 화면 캡처 금지에 대해 서비스 기사 L씨는 “우리는 고객 요청사항과 특이사항 등 각종 메모를 애니 존 화면에 기록한 뒤, 이를 저장하고 불러내서 일을 한다. 하지만 캡처 자체를 금지해 불편하다”며 “애니 존의 각종 시스템을 위장도급 의혹을 제기하니까 캡처 자체를 막아버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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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비스 기사들은 고객 요청사항과 특이사항 등 각종 메모를 애니 존 화면에 기록한 뒤, 이를 저장하고 불러내서 일을 한다. 하지만 신규 애니 존은 이같은 캡처 자체가 금지됐다. [출처: 미디어 충청] |
특히 신규 애니 존은 내비게이션의 일종인 T-map과 연동되어 고객 주소를 파악하게 된다. 서비스 기사들은 이 같은 시스템이 업무 편리성도 있지만, 기사들의 위치 파악도 가능해 원청이 업무 통제로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삼성전자서비스가 서비스 기사들의 ‘위치정보 수집, 이용 동의서’를 받아 위치정보를 수집해온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또한 전국 서비스센터에서 11월 8일 진행된 서비스 기사 자격 갱신 사내시험에서 삼성전자서비스 본사 직원이 아닌 협력사 직원이 처음으로 감독관으로 나섰다. 서비스 기사들은 매년 4~5월, 10~11월 두 차례에 걸쳐 삼성전자서비스 직원의 감독 하에 기사 자격 갱신 시험을 치른다. 이 시험은 서비스 기사들을 1~3등급으로 나누는 일종의 성과제도로, 서비스 기사가 1년 넘게 시험을 치르지 않을 시 업무 처리 자격이 취소될 수 있다.
서비스 기사들은 더불어 삼성전자서비스 본사 직원이 아닌 협력사 직원이 사내 보안교육을 실시하며, 협력사 내부에 삼성전자서비스 로고가 들어간 게시판, 펼침막 등 각종 공지물들이 철거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고객 제품 수리비용 영수증도 삼성전자서비스(주) 로고와 함께 경기도 수원시의 본사 주소가 찍혔던 반면, 현재 협력사 주소로 바뀌는 추세다.
서비스 기사 K씨는 “삼성전자서비스가 위장도급을 하지 않고, 협력사가 떳떳하게 독립 경영을 한다면 이 모든 것을 바꿀 이유가 없다”며 “위장도급을 회피하기 의도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김태오 노무사는 “삼성전자서비스 본사 프로그램인 애니 존을 협력사가 같이 사용하기 때문에 개별 협력사가 온전한 독립 경영을 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제 와서 삼성전자서비스 로고를 지운다고 위장도급이 아니라고 보긴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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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비스 기사들은 협력사 내부에 삼성전자서비스 로고가 들어간 게시판, 펼침막 등 각종 공지물들이 최근 철거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출처: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천안분회] |
노동부 면죄부로 시간 벌고, 불법파견 법원 판결 대비?
상황이 이러자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삼성전자서비스는 위장도급이 아니다’는 고용노동부의 지난 9월 근로감독 결과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는 말처럼 고용노동부가 상식에 어긋나는 감독 결과를 내면서, 삼성전자서비스가 위장도급을 은폐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 꼴이라는 지적이다.
권영국 민변 변호사는 “위장도급-불법파견의 증거를 바꾸는 것은 삼성전자서비스가 업무의 지휘감독권과 사업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원청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며 “위장도급의 면죄부를 준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결과가 얼마나 형식적인지 보여주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권 변호사는 그러면서 “고용노동부의 면죄부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서비스가 외형을 바꾸는 것은 위장도급-불법파견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우려해 미리 회피할 목적으로 보인다”며 “초일류 거대기업이라는 삼성이 매우 비겁한 짓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애니 존과 관련해 “삼성전자서비스와 협력사가 전산 프로그램을 같이 사용하는 것은 맞지만, 업무상 전국적으로 동일한 균질한 서비스 제공 위해서 필요한 것으로 보여 불법파견으로 보긴 어렵다”며 “앞서 근로감독 결과에서도 문제의 소지는 있지만 불법파견으로 단정 짓긴 어렵다고 발표했다”고 말했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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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은 기자는 미디어충청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충청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대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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