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도 남편이 협력업체 직원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사실 나도 ‘삼성’ 직원인 줄 알고 결혼했다. 분명 삼성로고를 가슴에 달고, 삼성전자 물품에 대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헷갈렸다. 남편이 한 달에 한번은 삼성전자로 기술교육을 받으러 다녔기 때문이다.
“에어컨 실외기 달 때 잘 떨어져라...죽으면 폐기물 처리비 나간다”
19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들의 이야기’ 증언대회에 참석한 정은숙(43), 김은영(36), 이현아(41) 씨는 남편 이야기를 하며 줄곧 눈물을 흘렸다. 이들은 모두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를 남편으로 둔 여성들이었다.
▲ (오른쪽부터) 이현아 씨, 정은숙 씨, 김은영 씨 |
정은숙 씨의 남편 홍지신(44) 씨는 삼성전자서비스에서 만 15년 넘게 일을 했다. 워낙 위험한 일을 많이 해 항상 크고 작은 상처를 달고 산다. 수리 과정에서 바지에 구멍 나는 것은 일도 아니다. 하지만 회사는 안전에는 관심이 없다. 삼성은 노동자들에게 넥타이를 매고, 기지바지를 입고, 구두를 신을 것만을 요구한다.
정 씨는 “최종범 열사가 안전장비 없이 난간에서 일 하는 사진이 있는데, 내 남편도 중수리 기사다보니 위험천만한 일이 많다”며 “한번은 식당 전자렌지를 고치러 가서 전기 테스트를 하다가 남편이 기절한 적 있다. 개구리 뻗듯이 뻗었다고, 죽을 뻔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정은숙 씨는 ‘남편에게 들은 이야기’라며 “사장이 아침 조회시간에 ‘여름에 에어컨 실외기 달 때 잘 떨어져라. 너희들이 죽으면 폐기물 처리비가 나간다’라고 이야기 했다”고 전했다.
김은영 씨 역시 “명절 때에도 남편은 늘 차에 공구가방을 싣고 다닌다. 고객 비상 건이 들어오면 항상 출동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20년 가까이 일을 했다. 성수기에는 밤 12시~새벽 1시에 들어오고, 비수기라고 해도 회의 때문에 보통 9시 전에는 들어온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신랑은 바지 벗으면 다리에 성한 곳이 없다. 인두기에 데인 상처, 떨어져서 긁힌 상처 등 너무 많다. 하지만 다쳐도 산재처리를 해주지 않는다. 많이 다쳐서 꿰매도 하루만 쉬고 나오라고 한다”고 토로했다.
미지급 수리비, 자재비, 차량유지비, 보험료까지 떠넘겨
통장은 언제나 ‘마이너스’...삼성은 기사들에게 ‘최신기계’ 강매
그렇게 일을 하지만 통장은 언제나 마이너스다. 성수기, 비수기에 따라 월급은 들쑥날쑥 한다. 다음 달 월급이 얼마나 들어올지 몰라 함부로 계획을 세울 수도 없다. 김은영 씨는 “매달 월급이 다르고, 늘 마이너스를 지고 산다”며 “항상 비수기에는 빚을 지고, 성수기에는 빚을 갚는 상황이 반복 된다”고 설명했다. 정은숙 씨는 “최근 11월에 받은 게 236만원인데, 카드 값 다 제하고 남은 잔고를 보니 19만 원 이었다”며 “큰 아이가 중학생인데도 학원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성수기에는 300~400만원, 비수기에는 160~170만 원 정도 벌고 있다지만, 각종 자재비, 기름 값, 보험료 등을 제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다. 고객에게 받지 못한 수리비도 고스란히 서비스 기사들의 월급에서 빠져나간다.
김은영 씨는 “고객에게 수리비를 못 받는 경우가 있는데, 고객만족 평가가 걸려 있어서 억지로 달라고 말도 못한다”며 “고객이 입금을 안 해주면 월급에서 이를 차감하고, 기계 수리를 위한 자재비도 개인이 지불한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주차장이 없는 주택가에 차를 세워놨다가 딱지를 끊는 경우에도 엔지니어가 이를 감당해야 하고, 고객과의 약속시간에 늦으면 안 되기 때문에 과속 딱지도 한 달에 6~7개는 끊은 것 같다”며 “특히 보험처리를 하다 보니 수가가 높아져 일 년에 보험료가 120~130만원 씩 나온다”고 밝혔다.
모든 것을 서비스기사에게 전가하는 구조이지만, 삼성은 늘 최신 장비를 구입하도록 한다. 김 씨는 “기사들이 일을 받는 PDA를 삼성이 회수해 가면서, 자신들의 기계를 자비로 구입하도록 했다”며 “기사들을 상대로 핸드폰을 다 팔아먹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삼성 로고가 박힌 근무복까지 서비스기사들이 자비로 구입해야 한다.
노조 활동에 따른 회사의 표적감사도 노동자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이현아 씨의 남편은 2000년과 2006년, 2007년에 걸쳐 회사로부터 ‘우수 엔지니어 인증서’, ‘격려문’ 등을 받은 우수 사원이었다. 하지만 노조 활동 이후 표적감사 대상이 됐다.
정은숙 씨의 남편 역시 노조 대의원을 맡으며 표적감사 대상이 됐다. 정 씨는 “표적감사 대상이 된 이후, 사장이 무력적으로 압박을 주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김은영 씨의 남편인 안양근(45) 씨의 경우, 동대문분회 대의원 활동을 하다 해고가 됐다. 김 씨는 “4~5년 전 이상데이터 자료로 표적감사를 했고 8월 15일자로 해직처리 됐다”며 “회사에서는 정확한 데이터자료도 보여주지 않았고, 남편을 형사고발하기까지 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한편 김 씨는 “우리는 사람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갖고 원하는 것”이라며 “삼성이 나서서 노조를 인정하고 타협점을 찾아 문제를 해결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현아 씨 역시 “삼성이 노조와 불법도급만 인정한다면 우리가 좀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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