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 주민, “제주해군기지 예산, 한 푼도 안된다”

국방부, 국회 권고 무시 공사 강행...내년 3,060억원 예산 배정

고조되는 동북아 위기 속에서 제주 해군기지 건설 사업의 문제가 다시 주목받는 가운데,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이 상경해 “국회 부대조건 위배한 제주 해군기지 예산, 전면 삭감하라”고 촉구했다.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는 5일 오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가 부대조건에 대한 국회의 권고를 무시하고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한 데 이어 내년 예산으로 3,060여 억원을 배정했다며 전면 삭감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국회권고 이행여부에 대한 철저한 검증 없이 진행되는 제주해군기지 공사는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국회는 2014년 제주 해군기지 예산을 심의, 의결하면서 70일 간의 검증기간 동안 여야가 합의한 부대조건을 이행하라고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대책위원회는 국방부가 ‘검증 후 예산 집행’이라는 2013년도 국회 합의를 ‘선 공사 후 예산 집행’이라고 자의적으로 해석해 70일 검증기간 동안 불법 공사를 자행했으며, 내년 예산까지 책정한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대책회의는 이 같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 공사는 국회의 결의를 무시한 정부의 명백한 월권행위라며 건설 예산은 반드시 삭감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예산이 삭감돼야 하는 구체적인 이유로 △70일 검증기간 동안 불법 공사 강행 △15만 톤 크루즈 운항 안정성 재검증 필요 △여전한 군항위주의 운영에 대한 우려 △편법적인 군관사 규모 축소 고시 △천연기념물 훼손하는 진입도로 건설 △연산호 군락지 훼손 및 수로조사 누락 △타당성 없는 해군기지 사업 목적 △계속되는 인권침해와 정부의 일방적 갈등 해소 선언 등을 들고 있다.

대책회의는 또한 현재 해군기지 건설 저지 운동을 벌이다 구속 중인 주민과 평화 활동가만 4명에 달하고 2010년 이래 650여명의 주민이 연행, 과도한 형사 처벌과 벌금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불법 공사 방조 외에도 평화적으로 항의하는 강정 주민과 평화 지킴이에 대한 정부의 억압을 비판했다.


강정마을 주민과 참가자들은 강정해군기지 예산 삭감의 필요성을 조목조목 제기했다.

“7년 간 온갖 불법과 고통 속을 헤매고 있는 강정마을의 대표”라고 자신을 소개한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은 “우리는 국가안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안보를 오히려 위협하고, 유네스코 3관왕인 천혜의 자연을 해치며 주민의 동의 없이 추진되는 해군기지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라며 “국회와의 약속마저 지키지 않고 불법, 편법으로 공권력을 동원해 추진하는 것이 과연 민주주의 사회에 온당한 일인가”라고 물었다.

홍기룡 전국대책회의 집행위원장은 “해군기지 문제가 15년 넘게 지속되며 제주에서는 공동체가 파괴되고 많은 갈등을 겪고 있다”며 “정부가 일방적이라고 추진해 생긴 이 문제에 국회는 과연 무엇을 했는가, 국회는 제주도민을 버렸는가”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홍 위원장은 또, “국회는 국방부에 70일 간 철저히 점검하라고 했지만 전혀 이행되지 않았다”며 “국방부를 통제하지 못하는 국회가 과연 국회인가, 그럼 국방은 누가 통제할 것인가”라고 규탄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해군기지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군기지로 사용될 것이 더욱 분명해 지고 있다”며 “동북아 위기를 고조시키는 해군 기지 예산을 전면 삭감하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함께 한 유영숙 용산참사 유가족은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합을 말했는데 용산학살의 책임자 김석기는 공항공사장이 됐고 강정, 밀양, 쌍차 등 전국에는 너무 많은 이들이 고통받고 있다”며 “힘은 없지만 연대해서 함께 승리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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