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현재와 같이 사회적 합의의 파기가 지속될 경우, 회사 측은 면피용 ‘사회적 합의’를 남발하며 노조 투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어 노사 불평등이 극심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회적 협약 일방 파기...징벌 불가피해”
“기업살인법에 준하는 법, 제도적 강력한 처벌 조항 만들어야”
6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사회적 합의 불이행, 사회적 해결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사회적 합의를 강제하기 위한 여러 법적, 제도적 대책 마련 논의가 이어졌다.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송경동 시인은 “노사 간의 문제가 사회적 타결(합의)을 했다는 것은 그 문제가 제기되고 해결하는 과정이 노사 간의 자율적 영역을 넘어섰다는 의미”라며 “사회적으로 강제했다는 것은 자율과 법을 넘어서는 책임을 타결 당사자들에게 주었다는 것이다. 이런 사회적 약속과 과정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감과 도덕감마저 없다면 우리 사회의 허구적이지만 암묵적인 전제인 사회적 계약이 깨진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이러한 사회협약이 개별 사측에 의해 일방적으로 파기되는 여러 현실에 대한 사회적 보고와 규탄, 징벌은 불가피하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현행법상 사회적 합의 파기에 대한 강제적 처벌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용우 민변 노동위원회 변호사는 “현행 민, 형사법 규정으로 합의 파기행위 자체를 처벌하기를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노동계와 시민사회에서는 사회적 합의의 강제성을 부과하기 위한 법 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송경동 시인은 영국 등에서 제정된 ‘기업살인법’을 토대로 한 법 제정을 고민해 볼 것을 제안했다. 그는 “기업살인법의 입법 핵심은 노동자를 고용하는 안전, 보건의 의무가 있는 기업주에게 책임을 물어야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런 경우를 사회적 타결 합의에도 대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설명했다.
유흥희 기륭전자분회장 역시 사회적 합의 이행에 대한 강제 조항을 모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흥희 분회장은 “합의 불이행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기업살인법 제정에 준하는 강력한 처벌을 할 수 있는 사회적, 법률적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어서 “사회적 합의로 약속된 고용문제를 기업이 책임지지 못할 경우 정부가 고용을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영섭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징벌적 도입을 주장했다. 송 변호사는 “사용자로서는 합의를 불이행하더라도 아무런 손해를 볼 것이 없다”며 “기업의 사회적 합의 불이행을 억제하고 이행을 강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이 합의위반으로 얻은 이익을 상쇄시킬 수 있는 경제적 제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재 나섰던 정치권 뭐하나...‘중재인 연대책임’ 필요해”
사회적 합의 당시, 중재에 나섰던 이들에 대한 연대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 등의 중재로 이뤄진 사회적 합의가 단지 정치권의 단발성 ‘성과’에만 그치고, 이행이 되지 않아도 책임을 지지 않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송경동 시인은 “쌍용차 6인 협의체는 무엇을 했나. 이런 무책임한, 대중을 호도하는 관행을 그대로 두고 과연 우리가 올바른 정치, 책임정치를 말할 수 있나”며 “사회적 타결의 책임자들이 사회정치적으로 끝까지 함께 책임지는 기풍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영숙 민주화를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노동위원장 역시 ‘보증인의 연대책임’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권영숙 교수는 “제도정당세력의 사회적 합의는 대부분 선거 사이클에 긴밀하게 연동돼 타결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합의를 보증하고 중재한 정치세력이 정치적 책임을 지고 있나”라고 반문하며 “사회적 합의의 강제력과 구속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개별사업장의 노사분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보증하는 주체의 연대책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그리고 그것은 사회적 합의를 중재하고 증인으로 나서고 함께 조인식에 참여하는 정치세력의 연대책임이 일차적이다. 사회적 합의서에 이 부분에 대한 조항을 넣는 것도 필요하다”며 “그리고 가급적이면 공식적인 국가기구와 위원회를 개입시켜, 사회적 합의가 정치적 행사로 그치지 않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 중재법을 이용해 합의 이용을 강제하고 사후감시를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용우 변호사는 “합의문에 중재합의 조항을 명문화하고, 중재인의 수와 중재인까지 명시하여 이후 합의 이행을 강제하고, 중재인에 의한 지속적인 사후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으로 중재법을 활용할 수 있다”며 “사회적 합의를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파기할 경우 중재인이 즉각적으로 나서 중재 판정을 하고 이를 근거로 곧바로 집행할 수 있어 일정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단체협약’에 준하는 ‘사회적 합의’
“파기하면 노조법상 처벌, 형법상 ‘사기죄’도 적용할 수 없나”
‘단체협약’ 위반에 대한 노조법상의 처벌 규정을 ‘사회적 합의 파기’에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한 지점이다.
송영섭 변호사는 “노사 대표자가 서명한 문서는 단체협약이므로 노사 간의 사회적 합의 역시 단체협약으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다”며 “복직에 대한 노사합의는 그 자체가 임금, 복리후생비, 퇴직금, 근로 및 휴게시간 등과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사항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회적 합의위반을 이유로 단협위반죄나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된 사례는 없다”고 설명했다.
은수미 민주당 의원 역시 “2010년 기륭전자 노사가 체결한 합의서는 단체협약에 준하는 내용으로, 이 사회적 합의가 이행되지 않는다는 것은 단협이 이행되지 않는 것과 같다”며 “단체협약에 준하는 합의서가 지켜지지 않을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처벌해야 하지만 사회는 제재조치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송영섭 변호사는 사회적 합의 위반에 대해, 현행법상 적용 가능한 형사처벌 규정의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형법 347조에 근거해 “사회적 합의를 이행할 것처럼 노동자를 기망하고 그로 인해 단체행동의 종료와 함께 합의서를 작성한 사용자를 사기죄로 처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이용우 변호사는 현재의 노동위원회를 활용해, 별도의 ‘사회적 합의’ 불이행에 대한 이행명령신청에 관한 법규정을 신설하거나 노동위원회법 소관사무 조항에 이를 추가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이 변호사는 “사회적 합의기구를 신설해 합의 이행을 지속적으로 점검, 보고하고, 합의 불이행에 대한 강제는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을 통하는 방안도 있다”며 “이를 위반할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과 형사처벌을 도입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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