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TX 여승무원들의 노동조건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8년 전 철도산업 외주화 저지를 위해 3년간 투쟁을 벌였던 KTX승무원들은, 2014년 현재 ‘코레일관광개발(주)’라는 철도공사 자회사의 정규직이 됐다. 하지만 현재 그들의 노동조건은 모회사인 철도공사 직원들과 비교해 열악한 임금, 장시간 노동, 차별, 인권 유린 등 모든 조건에서 최악이다. 자회사의 정규직 신분이라고 하지만, 노동조건은 민간위탁, 용역, 하청업체 노동자들과 다를 바가 없다.
철도공사의 자회사인 ‘수서발 KTX 주식회사’ 설립이 가시화되면서, 철도공사 노동자들은 또 다시 정규직의 허울을 쓴 비정규직 신분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수서발 KTX 자회사의 노동조건은, 필연적으로 KTX 여승무원들이 소속돼 있는 ‘코레일관광개발’의 노동조건을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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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
수서발KTX 자회사의 미래, “우리는 정규직인가요?”
11일 오후 3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KTX승무원은 과연 정규직노동자가 되었는가’ 토론회에서, 송호준 철도노조 정책팀장은 ‘코레일관광개발은 수서발 KTX 자회사의 미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호준 팀장은 “오늘 수서발 KTX 주식회사 설립과 관련한 철도공사의 문건을 봤다. 승무 사업과 관련한 문건이었다. 거기에는 ‘노동조건’의 기준이 나와 있었는데, 현재 코레일 정규직 승무원의 노동조건을 ‘코레일관광개발’ 승무원 기준으로 맞춘다고 적시 돼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서 “국토부와 철도공사가 계획하는 것은 다수의 자회사를 만들어 임금, 복지, 근로조건 등을 악화시키는 것”이라며 “이제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은 모든 철도노동자의 노동조건 문제와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수서발 KTX 자회사’의 미래가 될 ‘코레일관광개발’의 노동조건은 생각보다 훨씬 처참하다. KTX 승무원들의 임금은 지난 7년간 인상되지 않았다. 철도공사 정규직 승무원의 월 기준 근무시간은 165시간이지만, 코레일관광개발 승무원은 월 174시간의 노동을 한다. 부산-서울을 2회 연속 왕복하는 일명 ‘투투’와 같은 변형된 근무형태도 존재한다.
철도공사 승무원에게 주어지는 근무 중 야간 숙박시간이나 다음 출무까지의 휴양 시간 등도 KTX승무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송호준 팀장은 “승무선 대기시간의 경우, 코레일 승무원의 경우 휴게시간 1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인정받는데 비해 KTX승무원들은 1시간만을 근무시간으로 인정받고 나머지는 휴게시간으로 처리해 버린다”며 “관리자의 눈 밖에 나면 임금도 깎인다. 장시간 근무형태도 만연해 있다. 그야말로 비정규직과 다를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과도한 모니터링은 노동자들을 감시하고 처벌하는 수단이 된다. 회사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1년 내내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으며, 모니터링 평가표를 공개하거나 면담이나 반성문 등을 강요하기도 한다. 심지어 지난해 5월에는 근무복 지급 주기를 일방적으로 바꿔, 부족한 근무복을 구입토록 강제하고 있다.
송호준 팀장은 “회사는 승무원들에게 부족한 근무복을 구입할 것을 요구한다. 심지어 양말과 스타킹까지 지정된 것만을 착용할 것을 강요하면서, 정작 회사는 승무원들에게 이것을 판매한다”며 “승무원은 지정된 가방만을 사용해야 하지만, 가방의 가격은 46,100원이고 수리비용은 1,8000원이다”라고 설명했다.
낮은 임금과 장시간 노동 등의 열악한 노동이 발생하는 이유는 자회사 특성의 수익구조 때문이다. 송 팀장은 “코레일관광개발의 수익은 코레일로부터 받는 위탁비가 전부”라며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아 위탁비를 한 푼이라도 남겨야 수익이 발생하고, 코레일로부터 경영평가를 높게 받는다”고 밝혔다.
‘자회사 정규직’이라는 편법...용역, 민간위탁, 외주화와 다를 바 없어
코레일 등의 공공기관에서 설립하는 ‘자회사’는 공기업 지분율이 높다는 명분 때문에 민간위탁 등과 비교에 반감의 정도가 적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와 공공기관의 자회사 설립이 민간위탁이나 외주용역화와 다를 바가 없어 노동조건 하락이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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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박근혜 정부는 2015년까지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자회사 정규직화’ 같은 편법을 활용하는 것”이라며 “자회사는 민간위탁이나 외주용역과는 다른 준공기업으로 간주돼 반발이 덜하다. 하지만 자회사 역시 위탁업체의 형태만 다르게 포장했을 뿐이다. ‘자회사의 정규직’도 진짜 정규직이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자회사의 설립은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수단이나 민영화의 전단계로 활용된다. 김혜진 활동가는 “공공부문은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자회사를 활용한다. 구조조정 방식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면서 자회사로 이전하게 하되, 일정기간 임금과 노동조건을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해 왔다”며 “또한 공공부문 비정규직법으로 인한 정규직화나 해고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자회사를 활용해 왔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KBS의 경우, 2년이 지난 계약직 노동자들을 대거 해고한 뒤 자회사인 KBS 미디어텍을 출범해 노동자들을 이전시켰다.
김혜진 활동가는 “노동자들의 삶을 봤을 때 자회사는 용역이나 외주화, 민간위탁과 다를 바가 없다”며 “특히 자회사 설립은 민영화를 위한 전단계로서, 민간자본의 진입 통로를 만들고 비정규직을 양산한다”고 지적했다.
자회사와 모기업의 갑을 관계가 지속되는 이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도 악화될 수밖에 없다. 심지어 경쟁도입이라는 이름으로 다단계 하청구조가 확산되기도 한다. 김혜진 활동가는 “한전의 경우 2011년에 발생한 순이익의 70%를 배당금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모기업이 자회사로부터 더 많은 배당을 받게 되면 자회사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공공부문 자회사들은 모기업의 도급금액이 일방적으로 결정되면서 임금과 노동조건이 하향하는 공통된 경험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이런 모기업의 도급금액 낮추기로 인해서 자회사에서는 비정규직과 하청이 확산된다”며 “한전KPS와 컨소시엄에 결합한 2차 계통 일부를 담당하는 업체는 전국적으로 195개에 달해 그만큼 하청에 재하청이 난무하는 구조”라고 밝혔다. 철도공사의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의 물류업무도 다단계 하청구조 형식이며,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카페열차 판매승무원 업무 전체를 재하청하기도 했다. 철도공사 자회사인 코레일테크의 경우, 직원 중 96%가 하청노동자다.
이처럼 ‘자회사 정규직’은 공공부문에 만연한 기간제, 무기계약, 인턴, 용역, 민간위탁 노동자 등 ‘비정규직’의 무수한 형태 중 하나로 활용되고 있는 추세다. 김혜진 활동가는 “공공부문의 실질적 정규직화를 위해서는 편법적인 정규직화가 아니라 예산을 제대로 편성한 정규직화가 필요하다”며 “또한 공공부문의 고용형태를 단순화해야 하며, 공적 업무는 공공기관이나 지자체, 정부에 의해 직접 수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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