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니아 시위대, 소비에트식 총회 결성

33개 도시 시위, 17개 공공기관 방화, 4개 지방자치단체 총리 사임...연대 확산

빈곤, 실업과 정치적 부패에 맞선 일어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시위가 계속해서 확대되는 한편, 시위대는 각 지역에서 소비에트(평의회)식 총회를 결성, 직접민주주의 방식으로 토론하고 결정하기 위한 토대를 갖추고 있다.

최근 <타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5일 이번 시위에 불을 붙인 투즐라에서는 주말 지역 노동자, 대학생, 실업자, 교수와 퇴직군인 등 수백명이 참여하는 시위대의 총회가 결성됐다. 이들은 현 상황에 대해 토론하고 정부에 대한 제안을 마련하고 있다.

[출처: http://roarmag.org/]

이미 투즐라 시위대 총회의 요구에 따라 주정부는 사퇴 후 구 정치 질서에서 자유로운 인물을 중심으로 과도내각을 구성했으며 정치인에 대한 특권 폐지, 임금 50% 삭감 등을 약속했다.

투즐라의 사례에 따라 수도 사라예보와 최근 시위대의 압력으로 내각이 사퇴한 제니차 주 시위대도 총회를 준비하고 있다.

11일 <노이에스 도이칠란트>에 따르면, 시위대의 요구 사항은 공통되게 나타난다.

이들은 과도정부를 구성하고, 정부기관 사유화에 대한 적법성을 제고하며 필요할 경우 사유화를 취소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또한 정부, 시민과 경찰은 시위에 대한 범죄화, 도구화나 기만을 방지하기 위해 현재 질서를 다시 세우자고 제안한다. 특히 공무원 임금에서도 경제 상황에 맞춰 재편성돼야 하며 정치인에 대한 특별 교부금은 중단돼야 한다고 본다.

이들 목표가 기본적으로 최근 시위의 공통분모이며 이는 세르비아계가 우세하는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의 조건으로 제기되고 있다.

12일 지구적 투쟁에 관한 온라인 저널 <로어매그>에 기고한 크로아티아 좌파활동가이자 차렙대 부교수인 마테 카포비치(Mate Kapovic)에 따르면, 이러한 총회는 구러시아의 ‘소비에트’와 매우 유사하며 시위대는 이를 직접 민주주의적 방법으로 집단적으로 결정하고 요구를 마련하기 위한 방안으로 활용하고 있다.

카포비치 활동가는 “흥미로운 것은 민주적 결정 방식으로서의 정치체인 총회에 대한 아이디어는 2009년 크로아티아 학생 점거운동 물결에 기원한다는 것”이라며 “크로아티아 학생운동은 2006년 전 유고슬라비아의 수도인 베오그라드(현재는 세르비아의 수도) 학생 운동으로부터 이 아이디어를 취했다”고 전한다.

해고노동자 손 잡고 인종 경계 허무는 시위...연대 확산

해고노동자에 연대해 인종적 경계도 허물고 있는 보스니아 시위는 연대의 메아리를 확산시키고 있다.

페이스북에서는 “우리는 투즐라의 민중을 지지한다”는 메시지가 쇄도하고 있으며 주말사이 64,500명이 이에 ‘좋아요’를 클릭했다. 일부 정치인들이 시위대에 대해 '훌리건'이라고 비난한 후에는 “나 또한 훌리건이다”라는 말이 앞다투어 퍼졌다. 한 노년 여성은 “우리는 모두 훌리건이다”라는 현수막을 들고 시위에 나오기도 했다.

한편, 시위는 작은 도시로도 확산되고 있으며, 중산층들도 합류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11일 오후, 임금이 2개월 이상 밀린 사라예보 운수 노동자들은 자신들도 시위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으며 소방관들도 요구 사항을 내걸었다. 이들은 전체 차량과 소방도구가 완전히 낡아 교체돼야 하며 소방직원도 신규 채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80세의 역사학자 메호 알리세하직은 “나는 독일점령기를 겪었고 게릴라 대원이었으며, 볼셰비키 그리고 티토(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공화국 대통령)의 시기를 함께 했다. 그리고 지난 내전 그리고 국가주의자들의 부패와 지배에 살아남았다”며 “나는 우리 나라의 불투명하나 전망 때문에 정말 우울했지만 며칠 전부터 다시 행복하다”고 말했다.

카포비치 활동가는 이러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서의 봉기에 대해 “지역적으로 극심한 빈곤, 불평등과 관료주의적 국가기구를 점하는 정치인과 자본가들에 맞선 투쟁이기도 하지만 2008년 경제 위기 후 세계에 몰아치고 있는 민중 봉기의 흐름을 반영한다”고 논평했다.

그는 또, “이 사건이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는 이젠 예전과 같이 않을 것”이라며 “사람들은 이미 많은 것이 바뀌었다며, 특히 실질적인 좌파 조직이 없는 상황에서, 시위 일주일만에 대중적인 생각과 토론은 이제 변화를 시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집권세력, 조기총선 논의...“정치적 술수”

시위대는 내각 사퇴를 요구하지만 총리는 시위대에 이해를 나타내면서도 내각이 사퇴하면 무슬림 사회를 마비시킬 것이라며 거부하고 있다.

보스니아 여당인 사회민주당은 오는 10월에 예정된 총선을 앞당겨 치를 수 있도록 선거법을 개정하자는 제안을 12일 의회에 제출했다. 스르프스카 공화국 대통령은 이에 대해 동의 의사를 밝혔지만 선거법 개정에만 수개월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논평가들은 조기총선은 대안적인 정치 세력이 부재한 상황에서 마찬가지의 결과를 나을 것이라며 집권당의 ‘정치적인 술수’라고 지적한다. 크로아티아계와 세르비아계 집권 세력 또한 보스니아의 봉기가 확산되지 않도록 부심하고 있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봉기는 지난 5일 북부 투즐라에 위치한 국영기업 4개 민영화 후 새 기업주가 임금은 체불하는 한편, 자산을 팔아치우고 파산시켜 이에 항의하며 거리로 나온 노동자들의 시위로 촉발됐다.

이후 33개 도시에서 시위가 발생했으며, 사라예보 대통령 관저와 정부청사를 포함, 17개 관공서에서 방화시도가 일어났고, 모두 4명의 지방자치단체 총리가 사의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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