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을 흔드는 ‘또 하나의 손’ 있나

법원,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3년 끈 재판 선고 앞두고 또 연기

법원이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 2천126명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 선고를 하루 앞두고 또 연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월13일 13시55분, 2월18일 9시50분 1606명의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선고를 할 예정이었다. 13일 기아차 하청노동자 520명이 제기한 소송도 같은 시간에 선고를 앞두고 있었다. 법원은 이미 3년 넘게 이 소송을 끌어왔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010년 11월, 기아차 비정규직은 2011년 7월 법원에 정규직임을 확인해달라는 근로자지위확인소송과 미지급 임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월11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금속노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형석 [출처: 금속노조]

선고 하루 전인 12일 17시 서울지법 민사 41부 재판부는 노동자 측 변호인에게 변론재개를 통보했다. 법원은 4월10일 11시30분 변론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14일 법원은 18일로 예정된 재판도 4월22일로 변론재개한다고 일방 통보했다.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법률 대리인은 법원의 변론재개를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리인단에 따르면 민사 42부 재판부는 ‘연장근로, 휴일근로 시간 산정 방식, 일부 원고들의 군필 여부, 호봉승급, 고용의제 이후에 발생한 하청업체의 징계자료를 쌍방이 추가로 제출하라’고 변론재개 사유를 밝혔다.

김태욱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재판부가 요구한 자료는 이미 회사가 인정한 것이거나 증거자료 해석상 명백한 것이다. 3년을 끌어온 사건을 이런 이유로 변론을 재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미 수차례의 재판 과정에서 제출한 자료와 회사가 인정한 내용인데다, 추가 확인이 필요하면 변론 재개가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진행하고 선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대리인단의 판단이다.

1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노조와 비정규직노동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차가 선고를 늦추기 위해 변론재개를 신청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3년 넘게 재판을 진행했고 더 이상 검토할 내용이 없다. 미루지말고 원칙대로 선고하라”고 법원에 촉구했다. 법원은 노조의 우려대로 기자회견 다음날 선고 연기 통보를 했다.

노동자들은 2월이 법원 인사이동 철이라는 점을 우려한다. 노조는 14일 성명서를 통해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297명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민사 42부 재판부 판사 세 명 모두 교체 예정이다”라며 “3년 넘게 기다려 온 재판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는 것이냐”고 분노했다.

노조는 “근로자지위확인소송보다 늦게 시작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재판은 이미 1심 판결이 나 130억원이 넘는 손해배상금이 청구됐고 조합원들의 월급통장과 부동산이 압류됐다”며 “불법파견을 확인해달라는 재판은 이유도 모른채 기약없이 연기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삼성전자 백혈병 노동자의 문제를 다룬 영화 <또 하나의 약속> 대관 취소 등의 사태를 보며 많은 이들이 보이지 않는 손의 외압을 제기했다”며 “불법파견 재판에서 재벌의 ‘또 하나의 손’을 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비정상적인 선고 연기 사태가 재벌의 외압에 의한 것이라면 법원에 대한 최소한의 기대를 접고 전면 투쟁에 나설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기사제휴=금속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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