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증 갖고 싶니? 은행에 정보 넘겨!”

30만 명의 학생정보 은행, 카드사에 갔다

  BC카드가 만든 스쿨카드 견본 [출처: BC카드]

공무원들의 전자 공무원증에서는 금융기능을 빼기로 결정한 정부가 미성년자인 중고교 학생들의 전자 학생증에 대해서는 금융기능을 방치하고 있어 개인정보 유출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학교 주변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문제로 공무원증의 금융기능을 없앤 교육부와 교육청 공무원들이 학생의 개인정보를 은행에 넘기는 사태를 방관하는 것은 형평성에서도 어긋 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600여 개교 30여 만 학생 정보, 은행·카드사에 건넸다

18일 BC카드와 교육부,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현재 전국 600여 개의 중고교가 기업은행, 우리은행, 경남은행, 새마을금고 등과 계약을 맺고 은행·카드사와 연계된 전자 학생증을 발급한 것으로 처음 확인됐다. 해당 학생 수는 30여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 학생들은 학교의 지시에 따라 학년, 반, 번호, 이름, 주민등록번호, 집 주소, 전화번호, 사진, 보호자이름 등의 개인정보를 학교가 계약을 맺은 은행에 건넨 것으로 나타나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낳고 있다. 만14세 미만인 중학생의 경우는 부모의 주민등록번호와 연락처 정보까지 추가로 받았다.

BC카드의 중견간부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몇 개 은행이 학교에서 개별 계약을 체결했지만 결국 전자 학생증(스쿨카드)은 위탁을 통해 BC카드사에서 만들어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간부는 ‘학생정보가 은행을 거쳐 카드사에 이중으로 제공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대해 “전자 학생증은 카드를 만들어주는 것과 같기 때문에 신용카드, 체크카드 제작과 같은 맥락으로 보면 된다”고 실토했다. 학생정보의 이중 제공은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또 다른 이 회사 관계자는 “학생증과 금융서비스를 위한 최소한의 필수 정보만 받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BC카드는 전자 학생증 관련 ‘학교마당’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이곳에 학생 상벌점, 과목별 출석 관리, 등하교 관리, 공부방 관리 메뉴를 만들어놓았다. 금융 정보 말고도 학생의 은밀한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BC카드 관계자는 “이 사이트는 학교의 편리를 위해 만들어놓은 것인데 사용하는 학교가 많지는 않다”고 해명했다. 이 사이트를 활용해 학생을 관리하는 학교는 전체의 10%인 60여 개교인 것으로 알려졌다.

  BC카드가 운영하는 스쿨카드넷 사이트의 '학교마당' [출처: BC카드]

2010년쯤부터 시작한 전자 학생증 사업은 개인 정보 유출을 우려한 일부 교사들과 학교 관리자 사이에 분란의 원인이 되어 왔다. 실제로 서울D고는 일부 교사들이 거세게 반발했지만 올해 3월부터 우리은행 등과 계약을 맺고 전자 학생증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 학교 교장은 “지난 해 11월부터 계획을 추진해 학교운영위에서 정식 절차를 거쳐 도입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면서 “학생들이 교통카드, 현금카드를 대신해 학생증으로 모두 활용할 수 있어 편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 교장은 “은행 쪽에서 (사업 대가로) 장학금 지원을 제안했지만 거절했다”고도 덧붙였다.

재학생들의 반발에 부딪히자 지난해부터 신입생을 대상으로 전자 학생증 발급에 나선 서울 K고의 한 교사는 “금융 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은 학생들은 학생증을 가질 수 없다”면서 “학교는 학생들의 동의를 통해 개인정보를 은행에 보냈다고 하지만 이는 동의가 아니라 사실상 강압”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2011년부터 농협과 연계한 전자 공무원증을 발급한 서울시교육청은 이른 시간 안에 금융기능을 제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총무과 관계자는 “안전행정부 지침에 따라 공무원증에서 금융기능을 빼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보유출 논란을 빚은 농협과 전자 공무원증 사업을 해온 교육청은 서울시교육청 말고도 광주, 충남, 경남, 경북 교육청 등이다.

전교조 “금융사 연계 학생증은 정보보호법 위배”, 교육부 “숙고 예정”

앞서 지난 13일 안전행정부는 ‘공무원증 발급 및 업무처리지침 개정안’을 만들어 전자 공무원증에 부여하고 있는 현금카드와 전자화폐 등 금융기능을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금융기능을 탑재한 시도교육청 등의 기관은 다음 달 말까지 농협 등과 계약을 개정해 금융기능 등을 삭제토록 할 예정이다.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금융사에 개인정보를 넘기지 않으면 학생증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금융정보제공에 동의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면서 “금융사 연계 전자 학생증은 사실상 강요에 의한 학생정보 수집이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 대변인은 “교육공무원들은 금융사에 제공한 정보를 삭제하면서 학생들에게만 이를 강요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기 때문에 하루 빨리 교육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전자 학생증 제작과 활용 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있는 지에 대해 교육부 관련 부서와 함께 숙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사제휴=교육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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