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와 시민사회, 정치권 등은 현행 주민등록법 자체가 ‘위헌’이며, 주민등록번호 제도의 전면 개편 등의 근본적 대안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정보유출 및 악용 사례는 지속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반면 안전행정부 등 정부는 주민번호제도의 전면 개편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우려하며 소극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갈등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진보네트워크센터와 함께하는 시민행동 등은 19일 오전 10시, 국회의원 제1세미나실에서 ‘주민등록번호 어떻게 개편할 것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 참여한 법조계 및 시민사회, 국회 입법조사처 등은 주민등록번호의 전면 개편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현행 제도에 따른 개인정보유출과 악용의 위험성은 잔존할 것으로 전망했다.
3억 7천만 건 유출된 ‘주민등록번호’...‘전면 개편’ 필요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된 사례는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약 3억 7천 4백만 건에 달한다. 1991년부터 현재까지, 60여 건에 달하는 굵직한 주민등록번호 유출 사건이 발생했으며 이를 통해 적게는 2천여 명, 많게는 1억 4백만 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이 같은 사례는 대부분 내부 공모, 해킹, 불법 개인정보 판매 및 매매 등을 불법적 경로를 거쳤다.
김영홍 함께하는 시민행동 정보인권국장은 “유출된 주민등록번호를 다 더하면 3억 7천 4백만 건이고, 이는 최소한의 수치일 뿐”이라며 “유출된 주민등록번호는 다른 개인정보와 연계돼 심부름센터의 사생활 조사, 불법채권추심, 이동통신사 가입자 모집 마케팅,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모집 마케팅, 대출사기, 대부업체 마케팅, 선거 후보자 홍보, 카드사 모집과 보험모집 마케팅, 각종 타겟 광고 마켓팅, 각종 사기 등에 이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안전행정부가 주민등록번호 변경에 대해 거부하고 있다는 것은 불법적인 범죄로부터 수집된 최소 3억 7천 4백만 건의 유출된 주민등록번호를 보호해 주겠다는 막장행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일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주민등록법이 ‘위헌’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일환 교수는 “유정복 안행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주민등록번호제도는 국가 발전의 중요한 인프라 구실을 했고, 전면 개편을 하기에는 사회경제적 비용과 혼란이 우려된다는 점만 밝히고 있을 뿐, 정작 현행 주민등록법이 ‘합헌’이라고 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개인식별번호의 필요성이나 그 도입여부 등은 행정의 효율성이나 편리성차원이 아니라 ‘헌법’ 차원에서 과연 허용되는지를 ‘규범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현행 주민등록법은 주민등록법상 입법목적을 넘어서는 또 다른 사항들을 요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주민등록법은 주민의 거주관계를 파악하는 법이 아니라 개인에 관해 종합적으로 기록하는 법으로 바뀐 것”이라며 “현재 헌법학계에서 주민등록번호부여와 지문날인제도 등에 관한 위헌의견은 많으나 합헌의견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심우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인터넷상 과도한 본인확인 강제로 인터넷 활용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심우민 조사관은 “해외 주요 국가들의 경우, 인터넷 활용에 있어 본인확인을 강제하고 있는 경우가 없지만, 우리나라는 전자상거래, 금융거래 등에서 본인확인을 강제해 왔다”며 “본인확인을 위한 개인정보의 보유 및 이를 활용한 인증을 민간기업(신용평가사 및 이동통신사)에 위임하고 있어,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의 주민등록번호 폐지하고 대체번호 도입해야”
발제를 맡은 이은우 변호사(법무법인 지향)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주민등록번호가 포함돼 있는 만큼 주민등록번호를 없애지 않으면 모든 정보들이 통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이 변호사는 주민등록번호를 폐기하고 대체번호를 도입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은우 변호사는 “주민등록번호를 폐기하고 난수 방식의 대체번호가 도입돼야 한다”며 “대체번호는 변경을 요청하는 사람에게 부분적으로 도입하는 방식과 일괄적으로 도입하는 방법이 있다. 만약 일괄적으로 도입하게 되면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고, 행정비용 및 수용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기존번호와의 매칭이 줄어들고 성공적으로 안착할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현재의 I-Pin 정책은 스팸정책일 뿐이다. I-Pin처럼 되지 않으려면 과감하게 대체번호로 일괄 변경하고, 매칭의 수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홍 국장 역시 “우선 유출된 주민번호는 정보주체가 요구할 때 변경해주어야 하며, 개인정보가 포함된 주민등록번호는 무의미한 번호 체제로 변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주민등록번호의 다목적 이용을 금지하고, 운전면허, 여권번호, 건강보험번호, 납세번호 등 목적별로 다른 번호를 사용하게 하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일환 교수는 ‘주민등록’과 ‘신원확인’을 이원화하는 법제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일환 교수는 “주민등록제도는 현행 주민등록법에 규정된 것처럼 ‘주민의 거주관계 등 인구동태파악’을 위해 필요한 개인정보만을 수집, 처리해야 한다”며 “그 외 개인정보에 관한 사항은 신원확인(신분증명) 법의 제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심우민 박사는 “인터넷상 본인확인 체계가 가지는 근원적인 문제 해결 없이 대체인증 수단의 도입만으로는 현재의 문제 상황을 극복할 수 없다”며 “더욱이 개인 식별번호로서의 주민등록번호가 가지는 위험성을 본질적으로 제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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