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 8교시’...교육청 거부, 교사들 단식

국공립 유치원 대혼란, 6개 시도 교육청 “고시 위반한 교육부 책임

  김은형 전교조 유치원위원장(오른쪽 두 번째) 등이 2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 안옥수 기자 [출처: 교육희망]

교육부가 전국 국공립 유치원에 다니는 3~5세 유아들에게 일제히 하루 5시간(300분, 초등 1교시 40분 기준 약 8교시) 수업을 받도록 지침을 내린 뒤 반발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20일 현재, 6개 시도교육청은 일선학교에 교육부 지침을 거부하는 공문을 보냈고, 유치원 교사들은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3~5시간 학급별 자율운영을 규정한 ‘유치원 교육과정’ 고시를 위반한 교육부의 8교시 확대 지침은 유아 인권유린”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교육부는 수습책을 내놓지 못한 채, 3월 개학이 다가오는데도 시간만 보내고 있어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6개 교육청 “교육부 지침 위에 있는 교육과정 고시 따르겠다”

이날 시도 교육청과 전교조 등에 따르면 교육부가 내린 5시간 수업 강제 지침을 따르지 않기로 한 시도교육청은 6개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기존 강원, 경기, 광주, 전북교육청에 이어 충남과 전남 교육청이 합세한 것이다. 충남과 전남교육청은 각각 지난 14일과 18일 일선 유치원에 공문을 보내 “고시 규정대로 3~5시간으로 자율 운영한다”고 안내했다. 교육부 지침을 거부하기로 한 상당수의 시도교육청은 전교조와 정책협의 등을 통해 이 같이 결정했다.

교육부 지침을 거부한 한 시도교육청의 유아교육 담당 장학관은 “고시를 위반한 교육부 지침 때문에 교육청과 유치원들이 대혼란을 겪고 있다”면서 “우리 교육청은 교육부 지침보다 상위에 있는 교육과정 고시를 따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김은형 전교조 유치원위원장은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이날 오전 전교조는 기자회견에서 “유치원 교사들은 아동 학대인 하루 5시간 강제 지침을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은 “공립 유치원 교사 한 명이 3~5세 유아들 25명을 하루에 300분 동안 가르치라고 하는 것은 유아 인권유린이며 유치원 교사 학대 행위”라고 지적했다.

박현숙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대표도 “유아들이 초등학생보다도 많은 수업시수에 시달리지 않도록 학부모들도 투쟁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송환웅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부회장도 “교육부가 하루 300분 학습노동 강요를 통해 유아들의 꿈과 끼를 앗아가는 것을 지켜만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전교조와 유치원 교사들은 지난 12일 직권남용 혐의로 서남수 교육부장관을 검찰에 고발한 데 이어 지난 19일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 교육부를 제소했다. 이들은 “유아들에게 중학생들과 맞먹는 하루 8시간 수업 강요는 유아교육과정 고시를 위반한 직권남용이며 유아 인권유린”이라고 주장했다.

전국 유치원 교사들은 오는 25일 서울에 모여 교육부를 규탄하는 큰 규모 집회를 벌일 예정이다.

3월 개학은 다가오는데, 손 놓은 교육부

이 같은 반발에 대해 교육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혼란을 방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교육부 지침을 거부한 시도교육청에 대해서도 이행명령 하달 등 특별한 지도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교육부 유아교육정책과 관계자는 ‘고시 위반’이라는 지적에 대해 “우리가 내린 지침인 5시간 수업도 고시에서 규정한 내용인 ‘3~5시간 수업’ 범주에 들어 있어 고시 위반이 아니다”면서도 “최종적으로 고시를 고치면 해결될 문제”라고 말했다. ‘고시 위반’ 논란이 일자 뒤늦게 고시를 고치겠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또 “교육부 지침을 거부한 시도교육청에 대해서는 이행명령을 내릴 것인지 밝힌 수 없다”고 조심스런 태도를 나타냈다. (기사제휴=교육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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