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침해, 노동인권 탄압 정부 규탄"

활보노조, 인권위에 인천지방경찰청·보건복지부 제소

  인천지방경찰청과 보건복지부 국가인권위 제소 기자회견이 6일 인권위 앞에서 열렸다.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아래 활보노조)이 장애인활동보조인과 중증장애인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해 활동보조인 노동권과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인천지방경찰청, 보건복지부를 6일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 제소했다.

'인천지방경찰청과 보건복지부 국가인권위 제소 기자회견'이 6일 이른 11시 인권위 앞에서 활보노조 주최로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 당한 당사자를 비롯해 활동보조인, 장애인 이용자 20여 명이 참여해 인천지방경찰청과 보건복지부를 규탄했다.

지난해 11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이용자로부터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제보를 접수한 인천지방경찰청은 활동지원서비스 등 국가보조금이 부정수급 되고 있다는 판단 아래 기획수사를 진행해왔으며, 그 과정에서 보건복지부가 부정 결제 의심자 1000여 명 명단을 인천지방경찰청에 제공했다.

그러나 지난달 19일 인천지방경찰청이 보건복지부 명단에 빠진 활동보조인과 이용자의 주민등록번호·주소·연락처 등의 정보를 확보하려고 인천시에 자료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사실이 활동지원기관에 알려지면서 활동보조인과 장애인 이용자들의 공분을 산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활보노조 고미숙 사무국장은 “인천지방경찰청과 보건복지부는 국가재정을 지킨다는 이유로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했는데 우리가 여기서 항의하는 정도로 끝내면 활동보조인과 다른 바우처 노동자들은 국가 돈 훔치는 사람으로 전락할 것”이라면서 “그들의 일이 우리 노동을 감시하고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것임을 알리기 위해 인권위에 제소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진보네트워크센터 장여경 활동가는 “최근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시끌시끌한데 공공부문에서는 개인정보 유출뿐 아니라 개인정보를 수집해 사람을 감시하고 있다”라면서 “이렇게 다른 사람 뒤를 캐는 것은 중대한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라고 지적했다.

장 활동가는 “경찰은 필요한 정보가 있을 때 국가기관에 요청하기만 하면 수천 명의 정보를 마음대로 수집할 수 있다”라면서 “이 문제는 활동보조인처럼 국가 지원을 받아 일하는 노동자들의 정보 인권 차원에서 중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장 활동가는 "활보노조가 인권위에 이번 사건을 제소하는 것을 지지하며, 진보네트워크센터에서도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이번 사건을 제소하겠다”라고 밝혔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양영희 회장은 “인천지방경찰청에서 수천 명에 달하는 활동보조인 개인정보를 수집한다는 것은 이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여기는 것 아니냐”라면서 “활동보조인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기본적인 생활보장도 되지 않는데 이들을 잠재적 범죄자라고 한다면 누가 활동보조인을 할 것인가”라고 성토했다.

양 회장은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활동보조인 노동환경과 이용자 서비스 환경이 아닌 부정수급을 정부가 이야기하는 것은 활동지원서비스 자체를 예산 낭비라고 생각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라면서 “활동보조인 생활 안정을 위한 제대로 된 임금체계도 갖추지 않은 상황에서 부정수급 운운하는 것은 그 자체로 문제일 뿐만 아니라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과도 같다”라고 강조했다.

서울일반노조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국가 및 지자체 바우처 지급 등을 관리하는 복지부 직속기관)분회 봉혜영 분회장은 “보건복지부는 복지 시스템을 민간화하고 비정규직을 양산해 자신들이 책임질 영역에서 밀어내고 있다”라면서 “개발원에서도 매년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일어나지만, 복지부에서는 직속기관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회피하고 있다. 이용자와 활동보조인들의 정보가 누출되지 않도록 문형표 장관이 직접 책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인천에서 활동보조인을 하는 김명문(47) 씨는 “보건복지부는 활동보조인을 감시할 게 아니라 장애인과 빈민에게 맞는 복지서비스를 고민해야 한다”라면서 “활동보조인 노동자를 범죄자로 취급하는 보건복지부와 박근혜 정부와 싸워 우리 권리를 되찾자”라고 역설했다.

활보노조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부기관은 당사자의 의사 확인 없이 그저 절차에 맞추어 공문이 왔다는 이유로 타 기관에 개인정보를 제공했다”라면서 “국민의 기본적 존엄과 인권을 보호해야 할 국가기관이 요식주의 행정에 빠져 자의적 판단만으로 개인정보를 유출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활보노조는 “부정수급 논란의 원인은 서비스 제공과 노동자 임금이 바우처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라면서 “활동보조인들은 이렇게 의심을 낳는 불편한 제도를 개선해 줄 것을 지속해서 요구해 왔지만, 정부는 제도의 근본적 변화를 모색하기보다 노동자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처벌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라고 지적했다.

활보노조는 "이에 우리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를 당연한 권리인 듯 여기는 정부, 노동감시와 노동인권 탄압을 당연히 여기는 정부를 강력히 규탄하며, 인천지방경찰청장과 보건복지부장관을 인권위에 제소하는 바이다"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이어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 당한 김명문 씨 등 인천지역 활보노조 조합원 등은 인권위를 방문해 인천지방경찰청과 보건복지부가 개인정보를 수집하면서 발생한 인권침해를 바로잡을 것과 활동보조인 노동 감시가 일어나는 바우처 제도를 개선할 것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발언하는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양영희 소장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며 구호를 외치는 활보노조 배정학 위원장(왼쪽)과 전덕규 조합원(오른쪽).

  활보노조가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있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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