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노동 중 사망한 고교실습생 한 달 만에 장례 치러

"노동자의 길이 당당하고 희망 어린 선택 되도록 어른들이 애써야"

지난달 10일 모듈화산업단지에서 일하던 현대공고 실습생 김대환(19)군 장례식이 12일 오전 진행됐다. 유족과 현대공고 교직원과 학생, 민주노총울산본부를 비롯한 지역 노동계 400여 명은 12일 오전 현대공고에서 노제를 지낸뒤 김군을 하늘공원에 안장했다.

  김군 어머니와 유족은 장례식 내내 아들 영정 앞에서 울음을 참지 못했다. [출처: 울산저널 용석록 기자]


  현대공고 교직원들이 김군에게 헌화하고 추모 묵념을 올렸다. [출처: 울산저널 용석록 기자]


  어린 나이에 상주가 된 김군 친구들. 김군 친구 가운데 현장실습생으로 나갔다가 취업한 친구들은 근무시간이라 장례식에 많이 참석하지 못했다. [출처: 울산저널 용석록 기자]


  현대공고 재학생들은 300여 명이 노제에 참석했다. [출처: 울산저널 용석록 기자]


  울산지역 노동시민사회단체 참가자들이 김군에게 헌화했다. [출처: 울산저널 용석록 기자]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현미향 사무국장은 추모사에서 김대환 군의 외침이 무엇이었는지 어른들이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울산저널 용석록 기자]


아직도 김군 죽음 믿기지 않는 어머니
공기관은 재발방지대책 내놓지 않아
아들 시신 추운곳에 더 둘 수 없어 29일 만에 합의


김군은 금영ETS에서 야간작업 중 공장 지붕이 무너지면서 숨졌고, 유족은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촉구해 오다 11일 오전 회사측과 합의했다.

김군이 사망하고 유족은 공장 안전 문제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회사측과 울산고용노동지청에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회사측은 김군 사망 보상을 두고 한 달을 끌어왔고 현대공고는 재발방지대책을 유족에게 제출했다. 회사와 고용노동부로부터는 사고 원인과 책임자 처벌에 대한 뽀족한 답을 듣지 못했다. 한 달 내내 들은 건 ‘아직 조사중’이라는 말이었다.

김군의 어머니는 사고 원인과 재발방지책이 마련되지 않아 장례를 치르고 싶지 않았다. 가족들이 “보상금 때문에 장례를 치르지 않는 거 아니냐는 사회적 시선에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어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김군 누나가 “돈도 사회적 시선도 다 떠나 대환이를 추운데 더 두지 말고 편히 보내주자”고 말해 두 말 못하고 장례일정을 정했다.

김군의 어머니 이모 씨(47)는 장례 일정을 잡자 힘이 빠지고 억울한 마음을 가누기 힘들다. 회사와 싸운다고 대환이를 보내줘야 한다는 생각도 못했다.

“그동안은 시신이라도 껴안고 있었는데 이제 진짜 가는구나 싶어 눈물만 나와요.” 이씨는 연신 눈물을 닦아내며 지금도 아들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이씨는 지난해 11월 김군이 현장실습생으로 금영ETS에 나가게 되자 아들에게 자전거를 사 줬다. 김군은 집에서 멀지 않은 현장까지 자전거로 출퇴근 했다. 김군은 어머니에게 “이제 나도 돈 벌 수 있으니 엄마 고생 덜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군은 고등학생이 되면서도 어머니가 외출하면 곧잘 따라 나섰다.

사고 당일, 김군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가면서도 다쳤을 거라고만 생각했다. 아들 목덜미를 만지니 따뜻한 체온이 남아 있었다. 엄마 왔냐며 아들 일어날 것만 같았다. 병원에서는 아들 죽음을 확인시키며 중환자실에서 ‘빼’라고 했다. 시신을 안치실에 넣을 때도 자신이 왜 거기에 있는지 몰라 눈물도 나지 않았다. 김군 아버지가 “진짜 대환이가 맞다”고 확인시켜줬지만 믿기지 않았다.

이씨는 태어나서 처음 고용노동부(울산고용노동지청)에 갔다. 자세한 사고 원인을 알고 싶었으나 그들은 유족보다 상황파악을 못 하고 있었다. 아들 고등학교 졸업식 날은 친구들이 졸업장을 가져왔다. 학생들이 대견하고 고마웠지만 학교에는 서운한 마음만 쌓였다. 졸업식장에서 대환이를 위해 단 1분도 추모하지 않았다는 걸 학생들로부터 들었다.

이씨는 “세상이 우리가 없는 사람이라 아들도 실습생으로 보냈다 생각하고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씨는 같은 시기 부산외국어대 학생들이 마우나리조트에서 사고를 당했을 때 각계각층에서 신속히 대응하는 걸 봤다. 그럴수록 김군 빈소에는 발걸음이 끊기고 관심도 줄어들었다.

이씨는 노동단체나 시민단체, 정치인들이 찾아오기도 했으나 갑갑했었다고 했다. 교육청이나 시의회도 찾아갔는데 다 해결될 줄 알았던 것이 시간이 지나도 지지부진했다. 기자회견하면 뭔가 바뀔 것 같은데도 빈소에 와 있으면 또 아무일 없이 1주일이 지나갔다. 답답해서 공장을 찾아갔다가 노상에 빈소까지 차렸다. 지나간 시간은 갑갑했지만 여러 사람들이 함께 해서 힘이 됐다는 것도 안다.

“산추련 현미향 국장, 민주노총에 정영현 국장, 민주당 고영호씨... 이분들 이름을 알게 될 정도로 자주 와주셨어요.. 다른 분들도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어요.”

노동시민사회단체나 정당 외에 이씨에게 큰 힘이 됐던 건 아들의 친구들이다. 중학교 때 친구와 고등학교 때 친구들은 번갈아가며 하루도 빠짐없이 빈소를 지켰다.

이씨는 이번에 알게 된 사람들과 인연을 이어 나가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전에는 비정규이 철탑에 올라가는 것도 희망버스도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어려운 사람들끼리 세상을 헤쳐 나가는구나 싶다”고 했다.

지난 3일 정진후 의원이 다녀간 뒤 현대공고는 5일 유족에게 재발방지대책을 냈고 뒤늦게나마 학교에 추모 현수막을 걸었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과 울산지역건강권대책위, 민주노총울산본부가 학교에 항의방문을 갔던 이후에 제출한 안이다.

현대공고, '김대환 장학금' 신설하고 재발방지대책 마련
노동계, 김군 죽음은 안전한 노동현장 만들라는 외침


현대공고는 재발방지대책에서 현장실습생 현장방문 추수지도를 월 1회 이상 반드시 하고, 담임교사는 학부모와 주1회 이상 전화상담을 실시하는 것을 규제화하고, 인터넷 ‘밴드’를 활용해 현장실습생 근로환경과 어려움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즉각 처리하겠다고 했다. 또 회사측이 현장실습표준협약서와 표준근로계약서 내용에 위반되는 행위를 할 시에는 현장실습운영위원회와 학부모위원이 직접 작업현장을 방문해 근무 조건을 확인하겠다고 했다. 학교측은 ‘김대환 장학금’을 신설해 내년부터 매 년 김군의 기일에 맞춰 장학금 100만원을 재학생에게 수여하기로 했다.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현미향 사무국장은 추모사에서 "대환이가 어른들에게 죽음으로 외친 말을 알아 들어야 한다. 자신이 선택한 노동자의 길이 위험하고 비참한 선택이 아니라 당당하고 희망 어린 선택이 되었다고 자부하도록 노동현장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했다.
덧붙이는 말

용석록 기자는 울산저널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울산저널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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