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의 ‘의료 민영화 반대’, 장애인계는?

전문가들, “원격의료, 의료의 질 떨어뜨려” 비판

정부의 의료 민영화 정책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1차 집단 휴진에 이어 오는 24일 2차 휴진을 앞두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아래 의협)는 지난 10일 단행된 1차 의사파업에서 전체 의원급 의료기관 2만8천여 개 중 절반에 가까운 의원이 파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또한 약 2천여 명의 전공의들도 이날 파업에 가세했다. 정부의 강경 태도에 반발해 대형 병원의 전공의들도 2차 집단 휴진에 속속 동참을 결의하고 있다.

의협은 오는 24일 2차 의사파업을 통해 의료 민영화 투쟁을 계속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0일 정부의 의료 민영화에 반대하며 집단 휴진에 들어갔다. ⓒKBS

이에 정부는 의협과 대화를 재개하겠다고 밝혔지만, 강경 기조는 여전하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11일 국무회의에서 의협의 집단 휴진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의협이 이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의사 파업은 정부가 ‘4차 투자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의료법인의 자법인 허용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 허용(아래 원격의료) 등에 대해 이는 의료 민영화를 초래한다고 의협이 반기를 들며 시작됐다.

정부는 의료 민영화가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또다시 의료분야의 규제 완화를 강조하면서 의혹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원격의료, 찬반으로 갈라선 장애인계

의료 민영화 이슈는 장애인계에서도 뜨거운 이슈로 자리 잡았다. 특히 원격의료 도입에 대해 정부가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더욱 쟁점 사안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원격의료에 대한 이견은 좀처럼 접점을 찾기 어렵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지난 1월 발표한 성명에서 "‘장애인을 위한 원격의료’라는 것은 명분에 불과하고 본질은 ‘의료 민영화’에 있다"라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원격의료가 그 필요성과 안전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으며, 장애인과 노인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인 ‘공공의료 강화’와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안에 대해 전국조직인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아래 한국장총)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아래 장총련)는 오히려 공격의 화살을 정부가 아니라 의협을 향해 겨누고 있다.

두 단체는 기본적으로 의사 파업을 ‘의사들 간의 밥그릇 싸움’으로 바라보고 있다. 즉, 동네 병원들이 접근성이 열악한 상황에서 원격의료가 꼭 필요한데, 의사들의 집단이기주의로 말미암아 장애인 건강권을 외면하고 바람직한 정책의 도입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장총은 1차 의사파업 다음날인 11일 성명을 발표해 ‘집단 휴진 반대’ 견해를 밝혔다. 장총련은 이에 앞서 지난달 17일 새누리당 김정록 의원과 함께 ‘원격의료 도입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해 의사 파업에 반대하는 여론 조성에 나서기도 했다.

  원격의료를 홍보하는 이미지 ⓒ보건복지부

원격의료 반대 = 의사들의 집단 이기주의?

당시 장총련과 김정록 의원의 토론회에서는 ‘원격의료 도입이 곧 의료민영화는 아니다’라는 정부의 입장을 반복하면서, 원격의료의 조속한 도입을 촉구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한국장애인재단 서인환 사무총장은 “허가를 받은 의료인만이 진료해야 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다루는 직업상 필요하다고 하지만, 그 기술을 병원 내가 아니면 행할 수 없도록 한 것은 병원 영업상 질서유지를 위해서 필요한 조치이지 환자의 편리와는 무관하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서 사무총장은 원격의료의 기대효과로 △환자가 병원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병원이 거주생활 공간으로 찾아온다는 점 △국민 1인 주치의제가 가능해진다는 점 △의료비용이 절감되어 의료비용을 절약함으로써 의료 서비스의 양과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점 등을 내세웠다.

서 사무총장은 따라서 의협이 환자 쏠림 현상을 우려해서 원격의료에 반대한다고 하지만, 결국 실제 속내는 기득권을 놓지 않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를 거부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원격의료가 대형 아이티(IT) 기업과 연계된 상급종합병원에 환자와 이윤을 쏠리게 할 것이라는 우려는 오래전부터 다양하게 지적됐던 사안이다. 현재 정부가 원격의료를 동네의원에 대해서만 적용하겠다면서 불만을 무마하려 하고 있지만, 이미 원격의료와 관련된 인프라는 모두 상급종합병원 중심으로 구축된 상황이다.

일례로 SK텔레콤은 서울 삼성병원, 고려대병원, 대전 충남대병원, 대구 경북대병원, 부산 고신대병원, 광주 조선대병원 등 전국 7개 병원과 스마트병원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환자 진료 기록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스마트 기기로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T biz hospital’(티 비즈 호스피탈)을 개발하고 스마트병원 시장 개척에 나설 것을 천명했다.

또한, 삼성은 2008년 삼성서울병원, 강북삼성병원, 마산삼성병원, 성균관대 의대, 삼성생명과학연구소, 인성의과학연구재단을 통합해 ‘삼성헬스케어그룹’을 출범했다. 이어 최근 국내 최대 의료장비업체인 메디슨과 치과용 엑스레이 장비 업체인 레이를 인수하는 등 의료기기 산업 진출에도 매진하고 있다.

결국 원격의료는 동네의원에서 시작하지만, 사실상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IT 기업과 결합한 대형병원 중심으로 확장될 모든 준비가 갖춰진 셈이다. 결국, 서 사무총장의 주장은 동네의원 의사들의 기득권을 비판하면서, IT 기업과 대형병원의 기득권에는 눈 감는 모순을 보여준다.

원격의료가 ‘국민 1인 주치의제’로 나아갈 것이라는 주장도 보건의료 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와는 상반되는 주장이다. 주치의제도는 오히려 의료 공공성을 요구해온 이들이 오랫동안 주장해 온 것이다. 전문가들은 원격의료가 도입되면 공공의료기관을 취약 지역마다 배치해 공공의료를 강화해야 하는 국가의 의무를 이행할 동기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의료 민영화에 반대하는 시민사회 진영

원격의료 안 하는 나라는 없다!?

당시 토론회에서 서 사무총장은 저개발국가를 포함해서 원격의료를 허용하지 않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원격진료 반대론자들의 주장대로라면 대리처방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며, 요양시설 등의 촉탁의도 병원 내의 진료가 아니므로 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원격의료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요한 것은 어떻게 시행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원격의료는 민간의료가 아니라 공공의료의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호주 등 원격의료를 시행하는 나라들은 인구밀도가 낮고(평균 34명/km², 한국은 504명/km²), 의사나 의료시설이 없는 시골마을인 무의촌 지역이 많다.

또한 저소득국가에서 원격의료를 시행하는 이유는 의료 인프라와 의료인 부족을 원격의료를 통해 해결하려는 것이 대부분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무의촌 지역이 그리 많지 않고, 저소득국가들처럼 의료 인프라 부족을 걱정할 수준도 아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정부가 원격의료 도입을 밀어붙이고 있는 이유가 노인, 장애인 등 의료 취약계층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의료기기 자본의 수익창출을 위해서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다. 정부가 원격의료 대상자 수를 전체 인구의 15%나 되는 847만 명으로 잡은 것도 이런 의심을 거두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원격의료 반대진영에서 지적하는 ‘오진 가능성’에 대해서도 서 사무총장은 걱정할 필요 없다는 견해다. 서 사무총장은 “상비약품의 편의점 판매를 반대한 사람들은 건강을 해칠 정도의 약물 오남용을 지적했으나, 실제로 편의점 판매로 생명의 위험이 생겼다는 보고는 없지 않느냐”라면서 “원격의료에 대해서 오진의 위험을 이야기하는 것은 해 보지 않은 새로운 시도에 대해 갖는 불안감”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현재 가정의학 의사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김종명 팀장은 “원격의료의 오진 가능성은 필연”이라고 단언했다.

김 팀장은 “현재 의사 한 명당 하루에 80명가량 진료를 보는 대면진료도 ‘3분 진료’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원격의료는 검사결과만으로 하루에 천 명 이상도 진료할 수 있다”라면서 “단순히 처방전 리필만 할 뿐인 원격의료가 환자의 상태 변화를 제대로 파악해 진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지적했다.

의료 서비스의 본질적 목적에 대해 생각해 봐야

당시 토론회에서는 장애인의 의료 접근성에서 ‘지리적 접근성’에 주로 초점이 맞춰졌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한국지체장애인협회 김영근 기획정책국장도 의료 서비스에서도 ‘유니버설디자인’(Universal Design) 과 ‘배리어프리’(Barrier Free)가 적용되어야 한다면서 원격의료 도입을 요구했다.

그러나 ‘지리적 접근성’에만 주목하면 더 본질적인 문제를 놓칠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김종명 팀장은 “원격의료가 지리적 접근성을 높여 편리성을 향상시킬 것이란 점은 부정하지 않는다”라면서도 “그러나 의료의 본질적 목적은 편리성이 아니라 ‘서비스의 질’이며, 오진의 위험이 큰 원격의료는 의료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기회가 날 때마다 의료의 산업화를 강조하면서 경제적 접근성의 장벽을 더 높게 쌓으려 하고 있다. 원격의료 도입이 의료 산업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축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오히려 진정으로 장애인의 의료권 향상을 위해 ‘유니버설디자인’과 ‘배리어프리’를 구현하고자 한다면, 공공의료 체계의 부실 때문에 의료의 경제적 접근성을 차단당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덧붙이는 말

하금철 기자는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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