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 KT, 왜 주민번호 계속 요구?

“모조리 털렸는데 또”...개인정보 보호 기능 상실한 정부

대전에 사는 30대 A씨는 개인 정보가 “모조리 털렸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지난 1월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건 때 피해를 입었다. 국민카드를 주로 사용하는 그는 카드 재발급을 위해 고객센터에 전화했지만, 전화가 폭주한 탓에 직원과 전화연결이 되지 않았다. A씨 “직장인이라 자리를 비우기 쉽지 않았고, 연일 국민은행에 사람이 붐빈다는 언론보도를 접해 전화를 먼저 걸었다”면서 “한 번은 25분간 수화기를 든 채 근무를 보고, 몇 차례 전화했는데 통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를 더욱 화나게 만든 것은 국민카드사에서 본인 확인을 위해 주민등록번호 입력을 요구한 일이었단다. A씨 “아무리 금융기관이라도 본인 확인을 위한 대체 수단이 있을 텐데, 모든 개인 정보가 유출된 상황에서 가장 민감하고, 모든 정보가 담긴 주민번호를 왜 요구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A씨는 또 한 번 주민번호를 포함해 개인정보를 입력해야 하는 일을 겪었다. 불과 2개월 뒤에 이동통신사 KT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됐기 때문이다. 설마 하는 마음에 KT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확인했는데, 이름,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카드결제번호, 카드유효기간, 주소, 이메일, 고객관리번호, 유심카드번호, 서비스가입정보, 요금제정보 등 무려 11개의 정보가 유출됐다.

그는 “개인 정보 유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다시 이름, 생년월일,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개인정보 활용 동의 절차를 밟아야 했다”며 “황당하다 못해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해야 하는 일이 마치 족쇄 같아 무섭기까지 했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 뿐만 아니다. KT 고객센터 시스템 점검으로 스마트폰 문자를 이용한 통신청구요금 확인, 당월실시간요금 확인 등의 서비스 이용을 하기 위해서 A씨는 주민번호 뒷자리를 입력해야 했다. 결국 화가 난 그는 항의하려고 KT고객센터 100번으로 전화했는데, 여기에서도 또 주민번호 입력을 요구했다.


A씨는 “KT 직원에게 개인정보가 통째로 털렸는데 또 주민번호 입력을 요구하면 어떠하냐고 항의하자 ‘기계 시스템 자체가 주민번호 입력’으로 되어 있고, ‘내 정보를 확인해도 된다는 의미’라는 답변을 들었다”면서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 ‘노력 하겠다’고 하는데, 당장 대책은 없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주민번호를 입력하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는 세상이다”고 한 숨을 쉬었다.

방통위의 ‘특혜’와 이혜관계 작용?...‘정보 먹는 하마’
“본인확인기관제도 자체 폐지하고, 법 개악 막아야”


이동통신사와 금융기관은 왜 이토록 주민번호 입력 및 수집에 대해 집착할까.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방송통신위원회가 KT를 비롯해 이동통신사에게 주민번호를 이용·수집할 수 있는 ‘특혜’를 줘서 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장여경 활동가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로부터 본인확인기관으로 지정받은 경우에는 이용자의 주민번호를 수집·이용할 수 있다”며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이용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수집·이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면서도 본인확인기관으로 지정받은 경우 이를 허용하는 예외조항을 뒀다”고 설명했다.

방통위가 지난 해 12월까지 ‘본인확인기관’으로 지정한 곳은 이동통신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아이핀 사업자 3사(NICE신용정보, 서울신용정보, 코리앗 크레딧뷰로), 공인인증기관 5사(정보인증, 전자인증, 무역정보통신, 코스콤, 금융결제원) 등 11개 사업자다.

하지만 정보통신망법에 근거해 방송통신위원회가 본인인증기관으로 지정한 이동통신사와 카드사 개인 정보를 빼낸 아이핀 발급업체인 코리아크레디트뷰(KCB)를 통해 1억 건이 넘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실정이다.

[출처: 올레 화면 캡쳐]

관련 법안을 만드는 국회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것에 따르면 현재 주민번호 수집을 정당화 하는 법, 시행령, 시행규칙 등은 800여개에 이른다. 게다가 이동통신사가 이용자의 주민번호 등을 수집·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지난 2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상태다.

장여경 활동가는 “이동통신사가 본인확인을 위해 주민번호를 수집하고 이용할 수 있다는 법안이 지난 2월 국회 미방위 심사소위까지 통과했다”면서 “오는 8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을 앞두고 이동통신사와 이해관계가 얽힌 여당, 야당 등이 너나 할 것 없이 개악된 법안을 내놓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때문에 이동통신사가 ‘정보 먹는 하마’가 되어 불법 채권추심 등을 할 수 있는 데는 이동통신사와 국회, 국가기관의 이해관계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실련, 소비자시민모임 등 시민단체는 “1991년 주민등록전산망이 가동되자마자 채권 공갈단과 경찰이 공모해 주민조회전산망을 이용해 15만 명의 주민등록번호를 유출한 불법 채권추심 사건을 시작으로 2014년 3월 11일 이동통신사와 금융회사,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개인정보 1230만 건이 또 유출된 사건까지 최소한 약 4억 건의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됐다”며 “불행히도 현재 정부는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해 그 기능을 상실했다”고 13일 밝혔다.

장여경 활동가는 “금융기관과 이동통신사에서 연이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이들의 주민등록번호 수집·저장을 허용한 것은 문제”라면서 “본인확인기관제도 자체를 폐지하고, 관련 법 개악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이는 말

정재은 기자는 미디어충청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충청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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