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인권단체, 인권위 UN보고서 왜곡 규탄

거짓 답변에 대한 책임 있는 사과와 위원장 사퇴 등 요구

  'UN인권이사회에서 거짓만 늘어놓은 국가인권위 규탄 기자회견'이 25일 인권위 앞에서 열렸다.

지난 10일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가 사실을 왜곡해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장애인·인권·시민단체는 인권위가 인권을 지키는 역할을 하기는커녕 거짓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UN인권이사회에서 거짓! 거짓! 거짓!만 늘어놓은 국가인권위 규탄 기자회견’이 25일 이른 11시 인권위 앞에서 국가인권위원회제자리찾기공동행동(아래 인권위공동행동),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주최로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인권위가 보고서에서 지난 2010년 점거농성 당시 전기, 난방, 엘리베이터를 끊는 등 인권침해 사건을 은폐했을 뿐 아니라 장애인권 활동가들이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묘사하고, 한국 사회 주요 인권 사안 진정을 기각하거나 처리를 지연했음에도 진정 처리를 잘 해왔다고 호도한 내용 등을 규탄했다.

당시 인권위 점거농성에 참가한 바 있는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문애린 활동가는 “전기도 난방도 들어오지 않고 엘리베이터도 잠겨 있어 중증장애인 8명이 추위를 버티다 그중 절반이 응급실에 실려갔다”라면서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렇게까지 했는지 모르겠다. 우리 인권을 제대로 못 지키는 사람을 바꿔달라고 요구했던 게 그렇게 문제였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우동민열사추모사업회 이원교 회장은 “과거 어느 정권도 장애인이 인권위를 점거했다고 해서 전기를 끊거나 인권을 탄압하지 않았다”라면서 “그러나 이명박 정권 이후 인권위는 정권에 복종할 때만 인권을 보호하는 정권의 전유물로 전락한 게 아닌가 싶다”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점거 당시 중증장애인 8명은 수없이 많은 인권침해를 당했지만, 인권위는 뻔뻔하게도 유엔인권이사회에 발뺌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라면서 “역사적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다.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우리가 지켜보고 싸워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 이계삼 사무국장은 “밀양에서 사람이 죽었고 유가족과 주민들이 추모 공간을 마련해달라는 요구에도 경찰은 폭력으로 일관했다”라면서 “그러나 인권위는 경찰 폭력은 묵인한 채 밀양시와 협상해 우리가 원하지 않는 추모공간을 확보하면서 보고서에는 협상을 잘한 것처럼 호도했다”라고 질타했다.

이 사무국장은 “최근 인권위는 할머니들이 피해를 본 증거가 없고 노인 보호를 위해 경찰이 공사현장을 막는 게 합법적이라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라면서 “50명 넘는 노인들이 경찰 폭력으로 병원에 실려간 일이 합법적인 일인지 묻고 싶다. 아직도 인권위 진정 사안이 많이 남았는데 밀양 주민을 두 번, 세 번 죽이는 일을 두고 보지 않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엔인권위원회 25차 세션에 참가한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백가윤 활동가는 “이사회에서 인권위는 인권옹호를 위해 취해야 할 태도를 성실하게 답변하기보다 얼마나 많은 진정을 처리했는지만 밝히며 변명으로 일관했다”라면서 “이러한 발언을 들은 외국 NGO 활동가들도 한국 인권위가 정부보다 더 심각한 게 아닌가 우려하기도 했다. 이번 이사회에서 인권위가 보여준 행태는 국가적인 망신”이라고 밝혔다.

백 활동가는 “이사회는 인권 옹호를 위해 다양한 관계자들이 협력하며 보완하는 자리이지 방어적 태도를 보이는 자리가 아니다”라면서 “인권위는 특별보고관의 권고에 따라 인권옹호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심각한 인권침해에 대응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어 참가자를 대표해 상상행동 장애와여성 마실 김광이 대표가 인권위공동행동 등 200여 개 인권시민단체 공동성명을 낭독하며 기자회견을 마쳤다.

인권위공동행동 등은 성명서에서 “2008년 보수 정권 출범 이후 줄곧 정부는 인권위가 최소 기능도 못하도록 만들었고 현병철 위원장을 비롯한 무자격자들의 잇따른 인권위원 임명으로 이제 인권위는 인권구제기구가 아니라 인권침해변명기구로 변했다”라면서 “인권위는 진실을 왜곡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잘못을 직시해야 한다. 현병철 위원장을 비롯한 무자격 인권위원들은 이에 대해 사과하고 즉각 사퇴하라”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은 늦은 1시 인권위에 △인권옹호자 권리 보장을 위한 국가 인권기구 역할 △2010년 농성 중인 장애인권 옹호자 인권침해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과정에서 벌어진 인권침해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의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고공농성 진정 결과에 대한 거짓 답변 △인권위 기능적 자율성 결여 △진정 사건 지연 및 기각 △거짓 답변에 대한 책임 있는 사과와 위원장 사퇴 등을 묻는 공개질의서를 인권위 비서실장에게 전달했다.

인권위 비서실장은 공개질의서를 현병철 위원장에게 전달하고 일주일 이내로 답변하기로 약속했다.

한편 인권위 직원이 질의서를 전달하려던 활동가들을 막아 1시간여 동안 대치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인권활동가들에게 전기와 난방을 차단하는 인권기구가 말이 되나?'라는 손피켓을 들고 있는 활동가

  장애인권 활동가들이 공개질의서를 전달하기 위해 인권위 13층으로 올라온 모습
덧붙이는 말

갈홍식 기자는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갈홍식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