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통학 날벼락’ 고교생들, 구제할 법조항과 전례 나왔다

시행령 “교육환경상 필요하면 전학 가능”, 전학 허용 전례 있다

  지난 17일 충남 온양온천역 광장에서 삼성자사고로 인해 원거리 통학을 해야 하는 학생, 학부모를 위한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안옥수 [출처: 교육희망]

3월 개학 뒤 충남 아산지역 중학교 졸업생 81명이 ‘왕복 4시간 통학’이라는 혹독한 ‘체벌’을 받기 시작했다. 이들은 아산지역이 아닌 천안 등지에 있는 미달 고교로 내몰리는 날벼락을 맞은 것. 이들 가운데 66명은 아산시내에서 버스와 전철로 갈아타고 2시간쯤이 걸리는 천안 목천고에 날마다 통학하고 있다.

혹독한 '통학 체벌' 학생들, 빠져나올 수 있을까?

학생들이 이런 형편으로 내몰린 까닭은 충남도교육청이 아산지역 인문계 고교의 정원을 지난 해보다 240명이나 줄이는 등 계산 착오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올해 개교한 충남삼성고(자율형사립고)가 도교육청 예상과 달리 아산지역 학생들을 적게 뽑은 데다 천안지역 학생들까지 아산지역으로 몰려들면서 벌어진 일이다.

타 지역 고교로 내몰린 자녀를 둔 아산지역 학부모들은 최근 잇달아 1인 시위와 촛불집회를 열고 “우리 자녀가 내 고장에 있는 고교를 다닐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하지만 충남교육청은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법적 근거와 전례가 없다는 게 그 이유다.

하지만 26일, 교육관계 법령과 타시도 전례를 살펴본 결과 다른 지역으로 내몰린 아산지역 고교생이 아산에 있는 고교로 전학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으로 처음 확인됐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시행령은 제73조에서 “중학교의 장(고교의 경우 고교의 장)이 학생의 교육상 교육환경을 바꾸어 줄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여 다른 학교로의 전학을 추천한 사람에 대해서는 전학 학교를 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산지역 학부모들은 “하루 4시간 통학을 하며 3년을 보내는 것은 최악의 교육환경”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는 상태다.

또한 같은 시행령은 제89조에서도 “고교의 장은 교육과정의 이수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전학을 허가할 수 있다”면서 “다만 전학하는 자의 거주지가 학교 군 또는 시·도가 다른 지역에서 이전된 경우에 한 한다”고 제한하고 있다.

아산지역에서 타지로 배정된 학생들은 자신의 거주지가 있는 아산지역 학교 군으로 들어오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시행령 조항으로도 전학이 가능하다는 계 법조계의 해석이다.

강영구 변호사(민변 교육청소년위원회)는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73조의 취지는 학생이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는 것”이라면서 "그런 점에서 학생이 다른 학군의 원거리 학교로 배정되어 하루 4시간을 통학해야 하는 사정은 초중등교육법시행령상 '학생의 교육상 교육환경을 바꾸어 줄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원거리에 배정받은 고교생들이 교육청의 특별조치로 근거리 고교로 전학한 사례도 발견됐다. 2002년 3월 경기도교육청은 원거리에 배정된 고교 신입생 927명에 대해 대거 전학을 허용한 바 있다.

충남교육청은 여전히 “지침상 불가능”, 그러나...

이에 대해 충남도교육청 관계자는 “우리교육청이 만든 전입학 업무처리 지침에 따르면 고교생의 통학시간이 길다고 해서 전학을 허용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없다”면서 “초중등교육법시행령의 ‘교육환경을 바꾸어 줄 필요’ 조항도 같은 지침에 따라 ‘가정폭력이나 학교폭력 사유’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아산지역 학생과 학부모들의 요구인 ‘근거리 학교’ 전학을 허용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강 변호사는 "초중등교육법시행령이 '교육환경을 바꾸어 줄 필요가 있는 경우'에 전학을 허용하고 있는데, 충남교육청이 이를 임의로 '가정폭력, 학교폭력이 있는 경우'로 제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태정 평등교육실현을위한 전국학부모회 집행위원장은 “충남교육청이 자신들의 잘못된 행정행위 때문에 3년 동안 혹독한 통학 체벌을 받아야할 학생들을 외면하고 있다”면서 “법령과 전례로 학생들의 전학이 가능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에 우리는 청원투쟁과 함께 법적 대응을 전개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사제휴=교육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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