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옥란 열사 정신으로, "살아서 싸우겠습니다"

제10회 장애인대회 열고 2014년 420공투단 출범

  제10회 전국장애인대회가 보신각 앞에서 열렸다. 이날 투쟁으로 2014년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 공식 출범했다.

2014년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아래 420공투단)이 26일 늦은 2시 30분 서울 보신각 앞에서 제10회 전국장애인대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비현실적인 기초생활보장법을 개선하라고 투쟁하다 목숨을 잃은 최옥란 열사의 12주기에 맞춰 열린 전국장애인대회에서 420공투단은 △장애등급제 폐지 △부양의무제 폐지 △활동지원 24시간 보장 △발달장애인법 제정 △수화언어법 제정 등의 요구를 내걸고 공식 투쟁 일정에 돌입했다.

420공투단은 '차별에 저항하라!', '장애인차별철폐 '좋아요''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앞으로 4월 한 달간 집중 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4월 12일 '광화문 농성투쟁 600일 투쟁 기자회견', 4월 19일 '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문화제', 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날 희망고속버스 타기 투쟁' 등이 예정돼 있다.

이날 전국장애인대회 참가자들은 최근 연이은 빈곤층의 사회적 타살을 추모하고 가난과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어 가자는 결의를 다졌다.

  대회사에 나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재형 부회장(왼쪽),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 양영희 회장(가운데),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오른쪽).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재형 부회장은 얼마 전 광주에서 발달장애 자녀를 둔 가족이 함께 목숨을 끊은 사건을 언급하며, "장애인 가족들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이런 세상을 끝내기 위해 장애인부모운동을 시작했는데, 우리 활동가들이 더 많이 반성하고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라며 발언을 시작했다.

김 부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어루만지겠다고 했지만, 그것이 자신의 진심을 담은 약속이었는지 정책 입안자들이 만든 서류상의 약속에 불과한 것이 의심이 든다"라며 "우리가 앞으로 성취해야 할 많은 과제를 위해 다시 힘차게 결의하고 싸워나가자"라고 호소했다.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복지3법이 처리됐으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거라고 염치없는 거짓말을 했다"라면서 "이런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가난한 사람들이 나서서 정부의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악을 막고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사무국장은 "12년 전 최옥란 열사가 떠나면서 '지금은 나 혼자뿐이지만 앞으로 많은 이들이 나와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사실을 환기시키며, "바로 여기 있는 여러분이 최옥란 열사가 바랬던 희망의 근거"라고 강조하며 투쟁의 의지를 모을 것을 호소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양영희 회장은 "정부에서는 장애등급제를 폐지하면 예산이 낭비되고 효율이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라면서 "그러나 등급제가 오히려 예산을 낭비하는 것이다. 등급과 상관없이 필요한 사람에게 적절한 서비스가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시스템이다"라고 장애등급제 폐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진보정당 등 연대단위의 투쟁사도 이어졌다.

통합진보당 김미희 의원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복지 사각지대의 문제를 지적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3년에 소득인정액을 최저생계비 120%까지 올리고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이를 통과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당 이용길 대표는 "노동당에서는 25일 청계광장에서 송파 세 모녀 사건 등 가난과 장애 때문에 죽어간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우리 모두에게 장미 한 송이를'이라는 행사를 열었었다"라면서 "더는 이런 안타까운 죽음이 이어지지 않도록, 국가가 나서서 400만이 넘는 복지 사각지대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이 투쟁에 끝까지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이영주 수석부위원장은 "이 나라에는 삼성 임직원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삼성고등학교가 만들어질 정도로 특권층을 위한 교육에 힘을 쏟지만, 장애학생들을 위한 특수교사 수는 법정 정원의 절반도 채워지지 않을 정도로 차별이 만연해 있다"라면서 "이 나라는 교육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국민을 등급화시키고 차별적 대우를 하는 잔인한 나라"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수석부위원장은 "장애인을 등급화시키는 야만적인 제도에 맞서 싸우는 이들의 장애인차별철폐투쟁은 궁극적으로 모든 국민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제도에 맞서는 투쟁"이라면서 "전교조는 이 투쟁의 시작과 끝 모두를 함께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이날 전국장애인대회를 마무리하며 낭독한 투쟁선언문에서 420공투단은 "장애인을 동정과 시혜의 대상으로 전락시켜버리는 4월 20일, 소위 '장애인의 날'을 거부한다"라면서 "우리는 우리의 투쟁으로 차별을 철폐하고 권리를 쟁취하는 '장애인차별철폐투쟁의 날'을 만들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420공투단은 "우리는 장애인의 삶과 권리들이 빈곤문제와 무관하지 않으며, 의료민영화 철도민영화, 송전탑과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민중운동에 대한 탄압과 무관하지 않은 것임을 인식한다"라면서 "더욱 강력하게 민중 운동투쟁으로 희망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대회에서는 현재 광화문 농성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가난한 이웃의 죽음을 막는 희망 종이배 접기' 등이 진행됐다.

420공투단은 집회를 마치고 대한문 앞까지 행진했다. 행렬이 서울시청에 이르자 경찰이 행진을 막아, 이에 항의하던 지적장애인 1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이날 늦은 7시부터 대한문 앞에서는 최옥란 열사 12주기 및 장애해방열사 합동추모제가 진행됐다.

한편,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 공동행동, 빈민행방실천연대 등은 전국장애인대회에 앞서 늦은 1시 30분 보신각에서 '최옥란 열사 정신 계승, 3.26 빈민결의대회'를 열고 △부양의무제 폐지 △기초법 개악 저지를 요구했다.

  "우리는 살아서 싸우겠습니다" 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참가자들.

  부양의무자 기준 등에 의해 죽음으로 내몰린 가난한 이들을 추모하는 참가자들

  한 중증장애인 활동가가 바닥에 내려와 발로 '희망 종이배'를 접고 있다.

  집회 대오 뒷쪽에서 진행된 420장애인권위원 모집 행사 모습.

  보신각을 향해 도로 행진하는 420공투단
덧붙이는 말

하금철 기자는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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